세상의 경계에서
미카이아 존슨 지음, 이정아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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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받아쓴 서평입니다*


산만한 전개, 너무 많은 등장인물, 개연성 부족과 같은 결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이 소설은 독자가 끝까지 읽게 하는 훌륭한 힘을 가지고 있다. 평행우주는 최근 10년간의 여러 영화로 인해 소진된 진부한 컨셉이다. 하지만 모든 클리셰는 그 자체로 비난해서는 안된다. 진부한 사랑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평소 생각해보지 못했던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기도 하고, 살인이라는 문학에서 이미 많이 쓰인 소재를 가지고도 새로운 맛을 낼 수 있다. 결국 소설의 대단함은 어떤 도구를 사용하느냐보다도 그걸 활용하는 작가에게 달려있다. 


<세상의 경계에서>는 어떤 기업에 고용되어 지구와 비슷한 평행우주를 탐사하는 주인공 이야기이다. 세계간의 여행은 '현재의 지구와 비슷한 세계'로 한정된다. 그렇기에 평행우주가 갖는 무한한 가능성은 일부 가능성으로 축소되고, 마치 '옆에 있는 이 사람이 만약에 지금과 다른 행동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와 같은 일상에서의 상상 정도로 평행우주가 전개된다. 현재 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자가 다른 우주에서는 형에게 자리를 뺏긴다든가, 성격 포악한 사람이 아주 젠틀한 사람이 되어있다든가 하는 식으로.


유심히 보았던 부분은 주인공의 이중성이다. 생존을 위해 권력자의 정부가 되는 것을 선택하고 그에게 아주 끔찍한 폭력을 당하곤 하지만, 가슴 깊숙히 그를 사랑하고 있다. 주인공은 증오와 애정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 듯 하다. 극단에 있는 이 두 감정이 교차로 일어나는게 아니라, 애초에 그 둘은 하나였고 사람은 자신이 필요할 때만 상황에 맞는 모습으로 해석하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의 이러한 불완전성, 절박함 등은 나라는 인간 내면의 불완전성, 강박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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