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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전합니다, 당신의 동료로부터 - 세계 첫 민간유인 우주미션 비행사의 친밀한 지구 밖 인사이트
노구치 소이치 지음, 지소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2월
평점 :
<도서협찬>
이 책은 일종의 ‘여행기’다. 낯선 곳을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과정에서 느낀 점을 말하는 구조의 글이니까. 그러나 ‘일반적인 여행기’라고는 할 수 없다.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집으로 무사히 다시 돌아올 것을 장담하지 못한다. ‘위험한 일이 있을수도 있다’가 아니고 ‘위험한 일이 반드시 일어난다’. 우주 공간에서는 모든 일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 위험한 일은 무사히 넘어갈 수도, 그로인해 모두가 사망할 수도 있다.
작가가 우주에서 행한 실험중엔 바질 키우기가 있었는데, 네 개의 화분 중 하나의 화분에 곰팡이가 폈다. 일상에서 만나는 곰팡이는 아주 하찮은 놈일 뿐이지만, 우주정거장에서 출현한 곰팡이는 이야기가 다르다. 환기도 안되는 폐쇄적인 공간에서(그것도 우주에서) 곰팡이 균이 퍼지면 돌연변이로 에일리언이 태어날지도 모른다. 농담이고 곰팡이는 위험하다. 많은 질병이 곰팡이로 야기된다.
여러 이유로 우주정거장 안의 생활은 우리 일상과는 다른 법칙으로 구성된다. 순간의 방심과 실수로 지금껏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 인류는 50년이 넘게 그런 실수들을 쌓아오며 노하우를 구축했다. 우주 여행은 그런 핏자국 위에서 추는 춤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자만이 우주를 다녀올 수 있다. 노구치 소이치는 그런 여행을 장기간으로 세번이나 다녀온 21세기 오디세우스다.
노구치가 다녀온 2020년 11월 ~ 2021년 5월은 지구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들끓던 시간이다. 모두가 고립된 공간으로 쫓겨나 폐쇄적인 생활을 할 때이다. 노구치는 우주에서 자신이 겪은 폐쇄성과 실시간으로 지구인들이 겪는 폐쇄성을 하나로 엮는다. 우주공간에서 멀리 떨어진 지구인들과 진정한 의미의 공감을 경험한다. 인간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거리를 초월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그의 소박한 철학은 우주공간에서 언제든 죽을지도 모르는 하나의 연약한 생명체가 겪는 존재의 필연적인 위태로움을 극복하는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