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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개개비 ㅣ 상상 동시집 15
전병호 지음, 이유민 그림 / 상상 / 2022년 12월
평점 :
나에게 있어 동시란 초등 저학년때 이후 접하지 못했던 몽글몽글한 어린시절의 하나의 추억과도 같다. 때문에 책을 지원받아서 받았을때 어른이 되어 동시를 스스로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 또 너무 메마른 감성에 아무런 느낌도 받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스스로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어른이 된 내가 보기에도 작고 따뜻한 동시들은 이런 걱정이 기우였음을 일깨워줬고 읽는 동안 온화한 미소와 따뜻한 감정을 내게 선사했다.
제목 목차만 보고도 나의 배우자는 작가가 정말 새와 자연에 관심이 많은 사람 같다고 이야기했고 실제 읽었을때 작가가 본 실제의 풍경 모습을 보진 못했어도 절로 산골짜기의 작은 마을, 정다운 아이들이 연상되었다. 본래 시라는 것이 우리가 무심코 지나는 많은 것들을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다른 관점으로 다른 생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 시각과 관점이 아이들의 시각이라 더 순수하게 느껴진 시들이 많았다. 자동차가 가는 길에 종종종 피어나 있다는 '민들레꽃' 시, 아이가 송아지를 보고 큰 강아지라 하는 '큰 강아지' 시는 특히 미소가 지어졌다. 3부에는 구체적으로 아이들의 상황이 상상되는 시들이 많아서 귀여웠다.
읽다보면 단순히 아이들의 동시라고 볼 수 있을까 싶은 시들도 많았다. '새싹'이라는 시에서 흙덩이를 치워주려다 말았다는 화자의 마음에 흙덩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들고양이에게 주는 멸치 한줌을 맛본 짭짤하고 고소한 '멸치맛'시도 어른의 입장에서 우리네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막차'라는 시도 늦게까지 일하고 가족의 생일을 위해 케잌을 사가며 막차를 기다리는 동안 허겁지겁 밥을 먹는 가장이 연상되어 슬프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며 어른의 삶을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