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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가렵다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4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6월
평점 :
『미치도록 가렵다』. 참 흥미로운 제목의 소설이다. 전작 『시간을 파는 상점』, 『특별한 배달』을 통해 따뜻한 이야기를 써 온 저자 김선영은 이번에는 중학교의 도서관을 배경으로 이 시대 청소년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그려 내고 있다.
전형적인 문제아 강도범. 매번 사고 치고, 전학가는 게 일쑤다. 그에게는 따뜻한 시선이란 없다. 이웃도, 친구들도, 가족들도…. 그의 일기장을 보며, 오열하시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도범은 새 학교에선 말썽을 부리지 않는다고 마음 먹는다.
새 학교에서 그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다. 역시 아픔이 있는 해명, 세호. 또, 새로 이 학교에 부임한 사서인 수인 선생님을 만단다. 그녀는 ‘만약 선생님이 된다면 학생들의 장난도 너끈히 받아주고 감싸 주는 타입이 되리라 생각’(33쪽)했던 학생들에게 열려 있는 선생이었다. 그런 선생님이 새롭게 독서반을 운영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에 봉착한다. 독서반 운영과 도서관 위치에 관해 다른 선생님들과 이견을 갖게 되고, 남자 친구와의 문제도 크다. 한편, 사고를 더 이상 치지 않으려는 도범은 옆에서 시비를 거는 대호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
한마디로 이 책은 제목처럼 ‘미치도록 가려운’ 학생들의 이야기다. 청소년문학이라고 분류되지만, 청소년 뿐 아니라, 선생, 부모 등의 어른이 읽어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이 시대 사람들이 겪는 가려움을 그려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가려움을 수인 선생님의 어머니가 이렇게 언급한다.
“그애들이 지금 을매나 가렵겄냐. 너한테 투정 뿌리는 겨, 가렵다고 크느라고 가려워 죽겄다고 투정부리는데 아무도 안 받아주고, 안 알아주고 가려워서 제 몸도 못 가눌 정도로 몸부림치는 놈들한티, 대체 왜 그러냐고 면박이나 주고, 꼼짝없이 가둬놓기만 하는데 어떻게 전딜 수 있겄냐.”(216쪽)
이 문장을 읽으며, 이 소설의 제목이 확 스쳐 지나갔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는 시도 생각났다. 가려워하여 어쩔 줄 모르는 이 시대 청소년들, 그들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돌이켜 보는 기회도 되었다. 한 편의 소설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청소년들과의 관계, 책의 가치, 어른으로서의 태도 등. 수인 선생의 말로 이 소설을 대변할 수 있겠다.
어떤 상황에서도 모든 아이들을 똑같이 대해야 한다. 사사로이 봐줘서도 안 되며 아이들 위에 있어서도 아래에 있어서도 안 된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유치찬란할지라도 철저히 아이들 눈높이에서 대해줘야지만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무심코 흘린 말이라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 (74,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