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10 - 자유로운 삶으로 초대하는 십계명 탐구
숀 글래딩 지음, 임고은 옮김 / 죠이선교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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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마다 TV를 켜면 나오는 영화가 있다. <나 홀로 집에>? 아니, 그것보다 더 오래된 레퍼토리! 화질을 보면, 딱 오래된 영화 같다. 배경은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광야. 한 노인이 하늘을 향해 감사를 올린다. 그의 손에 들려있는 건 큰 돌판 두 개. 눈치 챘는가? 바로 고전 영화 <십계>이다.

 

하나님께서 광야를 떠돌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직접 주신 십계명. 이 십계명을 현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니, 범위를 조금 좁혀서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그저 성경 앞면이나 뒷면에 적힌, 단순히 외워야 할 암기 과제로 생각되진 않는가? 아니면, 색이 바라진 저 <십계>라는 영화처럼, 지금은 상관없는 오래된 약속이라 치부해 버릴 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십계명을 다룬 한 책이 독자들을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십계명에 관한 오래된 편견과 오해를 거둬 갔다. 제목도 신앙서적 답지 않게(?) 톡톡 튄다. 바로 <(Ten)>.

 

<자유로운 삶으로 초대하는 십계명 탐구>라는 부제를 담은 이 책, 십계명을 설교하듯이, 혹은 강연하듯이 쭉 늘어놓지 않는다. 대신,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화자로 나서서 십계명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순서도 10계명부터 1계명까지 역순으로. 제일 자유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카페에서 십계명에 대해 논의한다. 이 점이 <>이 주는 제일 큰 미덕이라 할 것이다.

 

여기 모인 우린 어떻죠? 십계명이 하라는 대로 하지 못한 사례들을 편하게, 또 솔직하게 인정하고 있지요. 그에 대한 생각이 어떻든 간에 터놓고 얘기를 합니다. (359)

 

좀 낯선 방식의 책이지만, 읽다 보면 맞아! 나도 그런 적이 있었는데’, ‘! 이 계명을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겠구나.’하며 자연스레 공감이 된다. 십계명의 시공간이 수천 년 전, 광야가 아니라, 우리가 숨쉬고, 일하고, 먹고 마시고, 살아가는, ‘지금’, ‘이곳이 되는 것이다.

 

카페에서 수다를 떤다고, 내용까지 빈약하진 않을까?’하고 걱정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이내 잠잠해질 것. ‘살인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사형제도는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전혀 공경할 수 없는 나쁜 부모의 경우, 5계명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도둑질의 범위를 어느 정도까지 볼 수 있을까?’, ‘내 이웃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쉽게 답하기 어려운 이런 질문을 들으며, 책의 인물들이 궁금해 하고, 고민하는 것처럼, 독자들도 이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책을 읽으며, 십계명에 대한 내 생각을 돌아볼 수 있었다. 전에는 십계명을 왠지 거북하게 여겼었다. 거의 부정형으로 되어있는 계명들, 그 계명을 혹시라도 어길까봐 전전긍긍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십계명의 의미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우정을 나누자고 손을 내미시며 이렇게 말씀하시는 겁니다. ‘너희에게 선물하는 열 가지 말을 받아 주겠니? 그것을 통해, 내가 바랐던 대로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이대로 행하면 이 열 가지가 너희를 자유로이 해 줄 것이다. 이것은 규칙이 아니다. 자유로 가는 길이다. 이 생활 윤리를 받아들이면 너 자신을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고, 너희의 하나님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다.’ (32~33)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들이 이 책에선 많이 소개된다. 2011년의 런던 폭동, 9/11 테러, 시크교 사원 총기 난사, 엑손모빌 유전 개발 계약이 이라크-쿠르드 간 갈등 점화... 오늘자 뉴스 헤드라인을 살펴보자. 메르스, 표절, 동성애... 하나같이 뜨거운 감자처럼 첨예한 주제이다. 강도, 살인, 강간 등의 사건은 비일비재하다. 어쩌면 이 시대는 십계명을 온전히 지키기 어렵게 우리를 몰아가고 있다. 아니, 이런 상황에서 십계명을 떠올리는 것조차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잊지 않을께.’ (브로콜리 너마저, <졸업>)

 

한 유행가의 가사를 음미해 본다. 이 미친 세상에서 우리가 살아남고, 행복하기를 바라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이와 같지 않을까. 세상은 아무리 요동치고, 험악해도, 오늘 하루도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한 걸음을 걸어보자. 이 유쾌한 책, <>이 좋은 동반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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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 - 고전 속 지식인들의 마음 지키기
박수밀 지음, 강병인 서체 / 샘터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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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게 녹녹치 않다. 때로는 감당할 수 없는 짐을 나 혼자 끙끙 지고 가는 것만도 같다. 주위를 둘러봐도 다들 바쁘고, 각자의 짐으로 힘겨워 보인다. 그럴 때, 고전을 전공하는 학자가 조언과 함께 한 권의 책을 건넨다.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

 

주어진 자리는 운명일 뿐, 그 사람의 몫이 아니다. 허나 주어진 운명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이 놓인 환경에 적극적으로 맞서 나가는 것은 그 사람의 의지와 성품에 달린 일이다. (9)

 

작가 박수밀은 고전에서 조언을 찾는다. 옛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들의 인생의 좌우명을 듣는다. 하루가 멀다하고 변화하는 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누군가는 이야기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처했던 환경과 그들이 그 속에서 살았던 치열한 삶을 바라본다면 어떨까?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덕무. 장기나 바둑 등의 잡기를 전혀 못 했다. 세상 물정에도 어두웠다. 그런 그가 한 가지 매진한 것이 바로 책 읽기였다. 그는 스스로를 책만 보는 바보, 곧 책벌레라고 자칭한다.

 

그가 스물 두 살이던 겨울밤, 엄청난 추위에서 이덕무는 한서한 질을 이불 위에 늘어놓아 추위를 이겨냈다. 논어한 권을 세워 바람막이도 만들었다. 게다가 손가락이 얼어 부르텄지만 빌려 온 책을 베껴 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런 그의 노력 때문일까. 별다른 장기가 없었지만, 이덕무는 최초로 규장각의 검서관이 되었다. 이후, 최초의 무예서인 무예도보통지를 편찬했으며, 훗날 3371권 분량의 청장관전서도 남겼다. 평생 우직하게 책만 읽어왔던 이덕무, 어떤 화려한 재능과 장기보다 꾸준함이 이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각종 스마트 기기에 자리를 잃어버린 책의 유용성도 이덕무의 삶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이외에도 이황, 이이, 이규보, 유성룡, 박지원, 정약용, 이순신 등 고전 속 지식인들이 자신의 삶을 내비친다. 그리고, 각 사람마다 인생의 순간순간마다 깨우친 귀한 좌우명을 가르친다.

 

이 책의 좌우명은 무엇보다 나에게 주는 따뜻한 격려이다. 삶을 생각하노라면 문득 서럽고 아픈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삶은 외롭고, 가련한 것. 생각해 보면 언제나 혼자였다. 그러나 흔들리는 마음을 굳게 붙들고 자신의 길을 지켜 간 옛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11)

 

무엇 하나 확실한 것 없는 이 시대, 그래도 먼저 이 길을 걸어간 그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들이 주는 참된 위로와 격려 속에 다시 한 번 이 길을 걸어가 보자. 우리도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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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6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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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메르스의 공포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이때, 어김없이 찾아온 <샘터 6>. 공교롭게 이번호 샘터 에세이는 <메멘토 모리>라는, 약간은 무거운 주제의 글이었다. 편집장의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이 절절히 보인다.

 

이제 아버지가 가고 나니 그를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던 데 대한 회한에 잠을 못 이룬다. 어렸을 적 그와 함께했던 추억을 되새기며 이 글로 위안을 삼는다. 로마의 장군들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개선할 때마다 그의 뒤에서 경구처럼 들려주던 말이 생각난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그대도 죽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12)

 

 

인터뷰 <이달에 만난 사람>도 눈길을 끌었다. 최근 달 시화전을 열어 소외계층을 돕고 있는 시인 권대웅이다.

 

권 시인은 달 시화전이 동네 책방과 지역 주민이 상생, 연대하는 계기가 된다면 바랄 게 없다고 토로했다. 동네 책방이 지역으로 스며들고 문화의 구심점으로 자리 잡는 데 미약하나마 도움이 된다면 만족한다는 것이다. (17)

 

나를 시인으로 키운 건 가난이라며 회상한 그는, 그동안 선보였던 여린 감수성의 시어들이 달동네에 살던 시절에 빚졌다 할 수 있다. 그의 바람과 꿈이 이루어져, 소외 계층의 많은 사람이 문화를 향유하고, 누렸으면 좋겠다.

 

특히 이번호에는 유용한 정보가 많았다. 유정식 대표가 전하는 <과학에게 묻다-아침형 인간, 저녁형 인간 뭐가 좋을까>. 유 대표는 자신의 생체 리듬에 가장 잘 맞는 시간대를 선택하라고 주문한다. 또한, <정리의 달인-장마철 대비 베란다, 현관 정리> 글은 이제 닥쳐올 장마철에 집안을 정리하는 좋은 팁이 되었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촬영지, 강원 삼천 근덕면 일대를 취재한 <그곳에 가고 싶다>도 좋은 인상을 주었다. 아직까지 낯선 삼척, 그리고 삼척의 맹방 해변. 그곳에 이번 여름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사랑이 이만큼 다가왔다고 느끼는 순간, 봄날은 간다. 이 부제는 영화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삼척이 이만큼 다가왔다고 느끼는 순간 여행이 끝나가지 않는가. 짧은 사랑, 짧은 여행, 그리고 짧은 인생. 마음껏 누릴 수 없기에 빛나는 것들이다. (23)

 

여름의 시작 6. 현충일과 한국전쟁 등 추모의 계절이라 할 수 있다. 바쁜 시간 속에서 소중한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시간이 되길. 따뜻한 <샘터 6월호>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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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프 : 이 정도면 충분해
제프 시나바거 지음, 이지혜 옮김 / 옐로브릭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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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실험을 해 보자. 밤에도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는 냉장고. 그 문을 열어 보라. , 어떤 풍경인가?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우유와 식빵 등이 고개를 쳐 들고, 빨리 처분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가? 아니면, “왜 이렇게 먹을 게 없어!”라며 쯧쯧 혀를 차며 문을 닫을 수도 있겠다. 진정한 실험은 여기서부터.

 

실험 제목은 <한 달 동안 먹거리 사지 않기>. 냉장고와 찬장에 고이 잠든 식료품을 재주껏 사용해 보는 것이다. 아니, ‘당장 먹을 것도 없는데, 어떻게 살란 말인가? 쇼핑의 욕구를 한 달동안 어떻게 막으라는 건가?’ . 벌써부터 비난의 소리가 들려온다. 좀 완화해 보자. 확실한 유통기한이 적혀 있는 우유만 예외로 하자.

 

다행히 당신보다 먼저 이 재미없는 실험을 시도한 이가 있다. 미국의 사회적 기업가 제프 시나바거. 그가 경험한 실험 결과를 공개한다. 부엌을 뒤져 보니 냉동식품, 옥수수 머핀 등이 매일 얼굴을 비쳤다. 신기한 보물찾기가 매일 펼쳐진다. 버터가 떨어져도 문제 없다. 올리브유로 대체하면 되니까. 그렇게 살다 보니 장을 보지 않고 한 달이 지났다. 정확하게는 슈퍼마켓 한 번 가지 않고 7!

 

​이 실험의 대성공 이후에도 제프는 흥미로운 실험을 계속 해 간다. <옷장 속에 있는 옷을 매일 하나씩 입어 보기(이 기간엔 새 옷을 사지 않는다)>,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이나 자신의 다리를 사용하기>, <남아 있는 기프트 카드 모으기> .

 

요상한 그의 실험과 시도는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또 다른 이의 도전을 기다린다. 제목부터 강렬한 이너프(enough)-이 정도면 충분해. 누구도 그에게 이런 실험을 강요하진 않았지만, 괴팍한 실험을 지속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필요 이상으로 많이 소유하고 있고, 그런 사람들이 많다고 믿는다. 내가 살면서 한 멋진 일들은 그 뿌리에 어떤 질문이 자리하고 있다. 내가 체험한 가장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단순한 질문에서 비롯된 것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도 하나의 질문에서부터 이 여행을 시작하려고 한다. 어느 정도면 충분한가? (18)

 

맨 마지막 질문에 밑줄을 치고 싶다. ‘어느 정도면 충분한가?’ 제프는 여러 실험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었는지 알았다. 하지만, 단지 수치적으로 깨달은 것은 아니었다. 물건에 대한 그의 관점이 변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흔히 쓰는 두 단어, ‘욕구필요에 대한 저자의 정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요란 물, 음식, 옷처럼 꼭 있어야 하는 것, 없으면 못 하는 것이다. 필요는 사라지지 않고 일상생활에 빠질 수 없다. ... 욕구는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갖고 싶은 것이다. 욕구는 우리가 필요한 것들을 꾸며 주는 사치품이다. (110, 111)

 

어쩌면, 별 생각 없이 사용하는 욕구와 필요. 저자는 날카롭게 둘의 차이를 분석하고, 주위를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는 필요를 가장하여 우리 자신의 욕구대로 물건을 사들이고 있진 않는가? 냉장고, 찬장, 옷장, 책상, 지갑 속까지... 언젠가 쓸 때를 기다리며, 모으고 있진 않는가?

 

어쩌면 이 모든 실험이 시작된 것은 어느 날, 그의 집에 찾아온 한 불청객 때문이었다. 그 사람을 뭐라 정의할 수 있을까? 백수? 부랑아? 노숙자? 분명한 것은 그 사람은 저자가 평소 쉽게 만날 수 없었던 부류였다. 어떤 대화를 해 나갈지도 막막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를 내쫓지 않는다. 음식을 주고, 자신이 입던 옷을 주고, 남은 기프트카드도 준다. 저자의 넘치는 물건이 노숙자에겐 정말 필요한 물건이 된 것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 저자와 그가 친구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저자가 바라는 실험의 또 다른 목표는 이것이리라. 물건 뿐 아니라, 사람 즉 타인에 대한 관점을 바꾸라는 것.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이런 사회적 관심도로 측정할 수 없다. 오직 당신만이, 오직 당신만이 줄 수 있는 것으로 세상에 기여할 수 있다. 블로그 순위도 좋아요 숫자도 당신과 당신이 할 일을 결정할 수 없다. 정체성에 대한 이런 오해가 당신이 세상에 기여해야 할 것을 규정하지 못한다. 당신은 남과 비교할 수 없는 존재다. (75)

 

몇 가지 수치로 계량할 수 없고, 몇 가지 언어로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사람들. 그 다양함 속엔 각자의 존귀함과 신성이 빛나고 있음을 저자는 깨달았다. 그리고, 이젠 그 발견의 기쁨을 독자들에게 맛보라고 권한다.

 

처음에 내 주위의 물건을 향해 있던 나의 눈. 이젠 사람에게 향한다. 항상 옆의 사람과 비교하고, 옆의 사람이 가진 것으로 나를 규정하는 를 바라본다. . 내가 쉽게 재단하고, 판단하는 주위 사람들을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나의 눈은 쉽게 만나볼 수 없는, TV 뉴스에서나 볼 수 있는 서울역 노숙자와 네팔 지진 피해자들에게 향한다. 그들 역시 소중한 존재임을 새삼스레 각인해 본다.

 

이 책은 너의 사고를 바꾸고, 행동을 바꾸어라는 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주구장창 설교하진 않는다. 다만, 단순히 머리가슴이 변했다면, 개인의 삶의 현장에서 ’, 때로는 이 변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각 장 마지막에 있는 <삶을 바꾸는 작은 실험>이 구체적인 매뉴얼이 될 것이다.

 

분주히 살고 있는 삶에서 한 발짝 물러서 보자. 우리 주위를 넘치도록채우고 있는 물건들은 없는가? 분명 나보다 그 물건들을 절실히 바라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혹시 아는가? 그것들이 다른 사람을 위해 큰 일을 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지. 무엇부터 시작할까? 냉장고부터 비울까? 아니면 옷장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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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 - 수업론 : 난관을 돌파하는 몸과 마음의 자세 아우름 5
우치다 타츠루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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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受業). ‘기술이나 학업의 가르침을 받음. 또는 그런 일이라는 뜻이다. 이 수업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어떤 느낌이 들까? 빽빽이 놓인 책상, 사지선다형 문제로 가득 찬 시험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비슷한 커리큘럼. 여러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그것들은 다시 수동적이다이라는 말로 설명된다.

 

약간은 모순 있는 제목으로 수업을 논하는 책이 있다. 바로 <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 일본의 대표적인 사상가이자 교육가인 우치다 타츠루이다. 그는 지난 2011년 무도와 철학을 수업하기 위한 도장 개풍관을 여는 등, 일생동안 수업의 참 의미를 밝혔다.


 

 

먼저 저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의 의미를 살핀다. 넓은 의미에서 적은 내 심신의 성과를 저하시키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우리가 완벽한 상태의 자신을 표준적인 나로 설정하고, 지금의 내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적에 의한 부정적인 간섭의 결과로 설명한다(40)고 말한다. , 인과론적인 사고가 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책은 심신의 모드를 자유자재로 전환하는 것이 적을 없애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약함무지에 대해서도 말한다.

 

인간은 잘 몰라서 무지한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세상사를 잘 알고 있어도 지금 자신이 채용한 정보처리 시스템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사람은 몸소 나서서 무지해집니다. 자신의 지적 틀을 바꾸도록 요구해 오는 정보의 입력을 거부하는 아집이 바로 무지라 불리는 것이지요. (85)

 

이 부분을 읽고, 무지의 개념을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그저 잘 모르는 것이 무지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동안 새로운 환경이나 정보에 놓일 때, 얼마나 내가 무지를 선택했었는지 돌아보았다. , 이 책에서는 명상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우리는 흔히 명상이라고 하면, 지그시 눈을 감고 깊은 자기성찰 상태에 든 사람을 떠올린다. 저자는 그 이미지에 더해 액자라는 개념을 설명한다.

 

우리가 적절히 살아가기를 바란다면 그때마다 세계 인식에 가장 적절한 액자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123)

 

세계를 인식하는 데 있어 늘 액자는 어디인가라는 물음을 출발점에 둬야 한다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명상의 덕으로 타자와의 동화를 이야기한다. 타자에 포함되는 것은 인간 뿐 아니라, 자연현상, 기계의 움직임도 포함한다.

 

이 책의 원제는 <수업론>이다. 분량은 적지만, 쉽게 읽히진 않았다. 철학적인 내용도 섞여 있고, 무도의 단어와 표현도 섞여 있어서 그랬으리라. 하지만, 한번 읽고 내팽길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말하는 것을 실생활에서 실천해 본다면, 그때, 이 책을 다 읽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이 바로 참된 수업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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