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허 아이즈
사라 핀보로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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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세 남녀가 있다. 아들 하나를 키우며 힘들게 살아가는 루이즈. 집은 항상 어질러져 있고, 몸매 관리에도 게으르다. 그녀의 유일한 도피처는 술과 담배뿐. 그리고, 그녀의 직장 상사인 데이비드. 완벽한 일처리에 봉사활동도 할만큼 인정도 많다. 그렇지만, 그에게도 약점은 있다. 바로 돌변해버리는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 그런 데이비드의 아내 아델. 완벽한 외모를 가졌고,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다른 사람에게도 친절하다. 하지만 왠지 남편에게 꽉 붙잡혀 사는 듯하다.

 

비하인드 허 아이즈는 이 세 사람에 관한 소설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세 사람의 비밀에 관한 이야기다. 루이즈는 어느날, 술집에서 한 남자를 만나려 했다. 그런데, 그 남자가 바로 그녀의 새로운 만나려 했던 남자가 새로운 직장 상사라는 황당한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된다.

 

모든 걸 우습게 생각하는 쪽이 더 낫다. 실제로 웃기기도 하고, 그렇다고 내가 남자가 없으면 삶이 완벽해질 수 없는 것처럼 집에 앉아서 매일 밤 나의 솔로 생활을 한탄하는 것도 아니다. 전반적으로 나는 꽤 행복하다. 나는 성인이고, 이보다 더 안 좋은 상황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건 한 번의 실수일 뿐이다. 해결하면 된다. (23)

 

해결을 위해 루이즈는 애쓴다. 그러다가 우연히 그녀는 데이비드의 아내 아델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서로 친구가 된다. 그러면서 세 사람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소설은 루이즈와 아델 두 명의 화자가 이끌어간다. 이 둘은 급속도로 친해지지만, 서로의 실체에 대해 궁금해 한다. 나 역시도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인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쪽은 누구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어, 루이즈. 모두가 비밀을 가질 자격이 있어야 하고. 사람에 대해서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어. 그러려고 하면 미쳐 버릴걸.” (25)

 

비밀을 알아내려하면 할수록 이 세 사람은 더욱 미궁에 빠진다. 더군다나 과거 루이즈의 친구였던 롭의 이야기까지 추가되면서 이야기의 진실이 더욱 궁금해졌다. 530여 페이지의 이야기. 그중, 마지막 30페이지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지... 이런 반전이 있을 수 있다니...

 

결국 이 소설은 비밀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편으로는 믿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 믿음이 부서졌을 때 얼마나 황망할 수 있는지. 단순히 장르 소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의 치밀한 심리전을 보여준다. 영화 판권이 벌써 판매되었다고 하니, 영화로도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사라 핀보로의 소설은 명확하고 감정적인 울림이 있다. 그녀의 소설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 스티븐 킹

 

스릴러 소설의 대가인 스티븐 킹의 찬사이다. 작가인 사라 핀보르. 생소한 이름이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이름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작가의 다음 번 소설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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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마음 꽃이 되고 고운 말은 빛이 되고 - 내일을 밝히는 오늘의 고운 말 연습 아우름 22
이해인 지음 / 샘터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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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말과 관련된 속담은 이처럼 많다. 그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 중요하단 뜻 아닐까. 글은 계속 다듬고 고쳐갈 수 있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한번 나오면 끝이기에 더욱 신중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아름다운 시로 우리들의 마음을 밝혀온 이해인 수녀님은 신간에서 고운 말을 말한다. 제목부터 아름답다. 고운 마음 꽃이 되고 고운 말은 빛이 되고.

 

이 책은 시인이자 수도자로서 고운 말씨를 쓰고 고운 행동을 하고 싶은 열망과 작은 노력들을 적어 놓은 글을 모은 것이다. 학습 교재처럼 어떤 공식이나 용례를 적어 놓은 것이 아니다. 작가의 실생활에서 길러 올린 말의 지혜들을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인간적인 위로를 건네세요>. 책의 이 부분이 내 머리를 강타했다. 우리는 실의에 빠진 누군가를 위로한다면서 어줍지 않은 말을 건넬 때가 많지 않은가. ‘네가 이런 어려움에 빠진 건 신의 큰 섭리 안에 있는 거야, 이 일 뒤에는 반드시 큰 기쁨이 있을 거야’... 종교나 도덕 책에서나 봄직한 말을 쉽게 건네곤 한다.

 

좋은 말이라고 생각해 다른 사람한테 강요하고 잔소리했던 것들이 참 많은 경우에 관념적이고 추상적이고, 너무 형식적이었다는 반성도 했습니다. (23)

 

덕이 깊은 사람일수록 인간적인 말을 하는 것임을 작가는 말한다. ‘좋은 말이라고 해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되고 위로에도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24)을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조언한다.

 

또한, 작가는 삶의 다양한 순간에서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화가 나도 극단적인 표현은 삼가기>, <사람이든 물건이든 비하하지 마세요>, <흉을 보더라도 표현만은 순하게>... 얼마나 나의 말이 잘못되었고, 미디어에 영향을 받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었다.

작가는 편지에 대해서도 말한다.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에 밀려 언제부턴가 편지를 쓰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는 이때, 편지라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이기도 하다. 작가는 편지를 이렇게 찬양한다.

 

아주 간단한 말이라도 차가운 인쇄 글씨 아닌 따스한 친필로 적어서 사랑과 기도와 고마움의 마음을 전한다면 우리 서로에게 좋은 선물이 되리라 믿습니다. 편지를 쓰고 받고 기다리는 삶은 얼마나 겸손하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예술일까요. (145)

 

이 책을 쭉 읽으며, 습관적으로 반복되었던 나의 잘못된 말의 습관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고운 말을 읽기만 했는데도 마음이 밝아진 듯하다. 습관적으로 말을 줄이고, 은어와 속어가 범람하는 때다. 작가의 바람처럼 삶의 순간순간마다 아름다운 말, 적합한 말을 쓰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럴 때 나부터 작은 천국을 맛볼 수 있으리라.



*  샘터 네이버 공식 포스트  http://post.naver.com/isam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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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7.9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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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계속될 것 같은 여름이 지나가고, 어느새 새로운 계절이 왔나 보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샘터 9>호도 우리 곁을 찾아왔다. 항상 눈여겨 보는 이해인 수녀님의 글부터 읽었다. <스타치오의 아름다움>. ‘스타치오(statio)’는 수도원에서 보통 쓰이는데, ‘정지, 휴식, 머무름이라는 뜻이란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도 스타치오의 순간들이 필요하다. 나는 요즘 어떤 방문객을 만나기 전에 잠시라도 미리 그를 기억하며 만나서 무슨 덕담을 건넬까’ ‘어떤 선물을 주면 좋아할까스타치오를 하는데 이 방법은 매우 도움이 된다. (19)

 

쉼 없이 달려왔던 내 생활. 잠시 멈추고 나를 생각하고, 내 주위 사람들을 생각해야겠다. 이해인 수녀님의 신간 고운 마음 꽃이 되고 고운 말은 빛이 되고가 나왔는데, 스타치오를 하면서 읽어보고 싶다.

 

 

배우 봉태규의 인터뷰도 반가웠다. 알고 보니, 얼마 전에 에세이집을 냈다고 한다. 웃긴 배우로만 생각했었는데, 틈틈이 글을 써오고 있었다니...

 

처음 글을 쓰면서 가장 신기했던 건 그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 쓰느라 미처 보이지 않던 제 마음이 선명히 보인다는 거였어요. 글로 표현을 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제 감정을 되새기고, 그 감정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26)

 

그는 4년여의 공백을 뚫고 연극무대에 섰다. 앞으로 글을 통해서, 또 연기를 통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가 되길 기대해 본다.

 

<천도교 중앙대교당>에 대한 글도 있었다. 그동안 성당이나 교회, 절에 대한 글과 사진은 많이 보았지만, 천도교는 별로 못 접해보았기에 흥미로웠다. 알고 보니, 이 곳은 항일운동의 중심지였고, 개벽이라는 잡지도 여기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곳곳에 숨어 있는 역사의 흔적들을 찾아보고 싶다.


 

 

이외에도 <브랜드 다이어리>, <지구촌 소식>, <골동품은 이야기>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이번 호에도 숨어 있다. 독서, 운동 등 덥고 바빠서 그동안 미루어 왔던 것을 슬슬 시작해봐야겠다. 그 전에 <샘터 9월호>에 담김 삶의 이야기들을 들어 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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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럴센스 4 - 남들과는 '아주 조금' 다른 그와 그녀의 로맨스!
겨울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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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만화책을 읽었다. 화사한 칼라에 크게 남녀가 그려 있는 표지. 누가 봐도 가여운 로맨스물 같았다. 그런데, 첫 장부터 펼쳐지는 내용은 약간 충격적이다.

 

주인공 지후는 어떤 일이든 척척 잘 한하는 모범 사원이다. 그런데, 아무도 모르는 그의 비밀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그의 취향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명령 받거나 지배 받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그가 큰맘 먹고 처음으로 SM도구를 주문한다. 그런데, 그만 택배상자는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간다. 이름이 비슷한 회사 동료 정지우의 손으로...


 

한국 만화가 형식과 내용이 참 다양해졌다지만, 이런 소재가 나올 수 있다니... 약간은 놀란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다. 다행히(?) 내용은 그리 어둡지 않았고, 거부감도 별로 들지 않았다. 그런 성향을 숨기는 주인공 지후와 지우의 이야기는 마치 일반 로맨스물처럼 유쾌하고, 산뜻했다. 또한 책 말미에는 웹툰에서 공개하지 않은 에피소드들이 추가되어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이런 둘의 만남과 톡톡 튀는 주위 인물들의 매력에 빠져 순식간에 1권부터 3권까지 읽어내려갔다.

 

이번에 나온 4권 역시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4권은 작가의 말대로 터닝포인트가 되는 부분이 있다. 그동안 명령을 내리던 지우와 명령을 받아온 지후가 연인이 되는 것이다. 같은 회사, 부서에서 지내는 둘이 연애를 숨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또한, 첫 만남을 시작하는 연인들의 서투른 연애담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어쩌면 이 만화는 독특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에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사랑을 표현하는 것 같다. 서로 다른 두 남녀가 만나 자신의 생각을 서로 맞추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모럴 센스>는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한다. 배역이 잘 되고,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웹툰 시장이 확대되면서 한국 만화 시장도 커지고, <모럴센스>같은 독특한 작품도 많아지는 것 같다. 아직까지도 만화는 아이들만 보는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이런 좋은 작품을 통해 만화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계층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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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울어도 되는 밤
헨 킴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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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그림책은 어린이들이나 보는 줄 알았다. 글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그림으로 되어 있으니까. 그렇지만, 이 책을 보고나선 마음이 바뀌었다. 어른들이 읽어도 되는 그림책이 있구나. 어린이들은 봐도 이해 못할 그림책이 있구나... 헨 킴의 실컷 울어도 되는 밤이다.

 

첫 번째 그림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bad day(힘든 하루가 끝났다)’라는 글 옆에 인상적인 그림이 있다. 한 여인이 소파에 털퍼덕 엎어져 있다. 얼굴이 완전히 소파에 파묻혀 있는. 그 아래에는 커피잔이 엎어져 커피가 흐르고... 누가 봐도 힘든 하루를 보냈을 모습 아닌가.

 


다음 장엔 I’m so tired. 타이어를 몸에 끼고 있는 여인이다. ‘tired’를 어떻게 타이어와 연결시켰을까. 작가의 재치에 탄복하며 계속 책장을 넘겼다.

 

  

자기의 얼굴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끔찍한 그림(I’m nobody)도 있고, 큰 밴드를 몸에 두르고 있는 그림도 있다(everybody hurts). 어두운 그림만 있는 건 아니다. 신발끈이 서로 다르게 묶여 있는(love triangle, 삼각관계) 그림도 있고, 큰 보드에 누워 어디론가 떠나려는(wanderlust, 떠나요) 그림도 있다. 작가의 눈에 포착된 사물, 현상은 작가의 심플하지만 강렬한 그림으로 인해 더욱 인상깊게 묘사된다.

 

 


다채롭고 다양한 색깔의 그림책도 많지만, 이 책은 흑백으로만 채워져 있어 더 특별하고 아름다운 것 같다. 현재의 나를 그대로 표현한 것만 같은 그림을 만날 테면 위로받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나 말고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맨 마지막 그림 역시 인상적이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여자, 그리고 그녀의 검은 그림자에 펜을 대고 있는 손. ‘my story(나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그려냄으로 이렇게까지 내 마음을 움직였나보다.

작가 헨 킴은 시각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애플TVloupe art 코너에 선정된 일러스트레이터이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스페인에 있는 이미지 에이전트의 소속 작가로 삼성 갤럭시, 아모레 퍼시픽, 카카오톡 등 국내 기업 프로모션은 물론 유니세프, TED 등 해외 단체에서도 러브콜 받고 있는, 현재 가장 핫한 일러스트레이터라 할 수 있다.

 

특히 작가의 개인전시가 10/1()까지 서울 한남동의 <구슬모아당구장>에서 진행된다고 한다. 책에서 느껴봤던 감동을 직접 전시장에서 만나보고 싶다. 앞으로도 독특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그려나갈 작가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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