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컷 울어도 되는 밤
헨 킴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왠지 그림책은 어린이들이나 보는 줄 알았다. 글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그림으로 되어 있으니까. 그렇지만, 이 책을 보고나선 마음이 바뀌었다. 어른들이 읽어도 되는 그림책이 있구나. 어린이들은 봐도 이해 못할 그림책이 있구나... 헨 킴의 실컷 울어도 되는 밤이다.

 

첫 번째 그림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bad day(힘든 하루가 끝났다)’라는 글 옆에 인상적인 그림이 있다. 한 여인이 소파에 털퍼덕 엎어져 있다. 얼굴이 완전히 소파에 파묻혀 있는. 그 아래에는 커피잔이 엎어져 커피가 흐르고... 누가 봐도 힘든 하루를 보냈을 모습 아닌가.

 


다음 장엔 I’m so tired. 타이어를 몸에 끼고 있는 여인이다. ‘tired’를 어떻게 타이어와 연결시켰을까. 작가의 재치에 탄복하며 계속 책장을 넘겼다.

 

  

자기의 얼굴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끔찍한 그림(I’m nobody)도 있고, 큰 밴드를 몸에 두르고 있는 그림도 있다(everybody hurts). 어두운 그림만 있는 건 아니다. 신발끈이 서로 다르게 묶여 있는(love triangle, 삼각관계) 그림도 있고, 큰 보드에 누워 어디론가 떠나려는(wanderlust, 떠나요) 그림도 있다. 작가의 눈에 포착된 사물, 현상은 작가의 심플하지만 강렬한 그림으로 인해 더욱 인상깊게 묘사된다.

 

 


다채롭고 다양한 색깔의 그림책도 많지만, 이 책은 흑백으로만 채워져 있어 더 특별하고 아름다운 것 같다. 현재의 나를 그대로 표현한 것만 같은 그림을 만날 테면 위로받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나 말고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맨 마지막 그림 역시 인상적이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여자, 그리고 그녀의 검은 그림자에 펜을 대고 있는 손. ‘my story(나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그려냄으로 이렇게까지 내 마음을 움직였나보다.

작가 헨 킴은 시각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애플TVloupe art 코너에 선정된 일러스트레이터이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스페인에 있는 이미지 에이전트의 소속 작가로 삼성 갤럭시, 아모레 퍼시픽, 카카오톡 등 국내 기업 프로모션은 물론 유니세프, TED 등 해외 단체에서도 러브콜 받고 있는, 현재 가장 핫한 일러스트레이터라 할 수 있다.

 

특히 작가의 개인전시가 10/1()까지 서울 한남동의 <구슬모아당구장>에서 진행된다고 한다. 책에서 느껴봤던 감동을 직접 전시장에서 만나보고 싶다. 앞으로도 독특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그려나갈 작가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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