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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세 시대가 온다 - 실리콘밸리의 사상 초유 인체 혁명 프로젝트
토마스 슐츠 지음, 강영옥 옮김 / 리더스북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무도 아프지 않는 세계, 다치더라도 로봇 의사가 간단하게 치료해주는 세계, '불치병'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세계, 이런 환상적인 세상의 모습을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것이다. 나 또한 초등학교를 다닐 때 '미래 세계를 상상해서 그리기'라는 주제 아래 만병통치약, 날아다니는 자동차 등을 그리곤 했고, 내가 어른이 되면 내가 그린 모든 것들이 내 눈 앞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200세 시대가 온다》는 많은 어린이들이 상상화에 그리는 모습이 머지 않았다는 믿음 아래 수많은 실험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의사, 과학자, 스타트업, 대기업 등의 이야기다.

'실리콘밸리의 사상 초유 인체 혁명 프로젝트'를 보고 '응?'하며 이상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꽤나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도 그랬다. 내가 생각하는 실리콘밸리는 의료보다는 공업, 실용적인 프로그램이나 기계 개발에 몰두하는 스타트업의 집합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미지 뒤에는 유토피아를 꿈꾸며 의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암, 알츠하이머, 그리고 그 외 다양한 병들을 해결하고 진료를 보다 간단하게 만들 것이라는 목표 의식 아래 노력하는 사람들이 숨어있었다.

"현대 세계의 최대 과제는 죽음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있는 힘껏 노력하고 기여하고 싶습니다."
책 중 언급된 페이팔의 창립자이자 실리콘 밸리에서 디지털 의료를 위해 일하고, 또 장학기금 운영에 벤처캐피탈의 대투자자이기도 한 피터 틸의 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말이 퍽이나 마음에 들었는데, 그 이유는 무모하게 들리면서도 야망 있고 확신에 차 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의 목표를 피터 틸의 저 말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 책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우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영생을 꿈꾸기엔 암과 알츠하이머, 결핵, 심지어 독감에도 끙끙 대고, 만에 하나 수많은 기술들이 성공적으로 발명되더라도 그를 누리는 것은 극 상류층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책에도 금전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데, 참 뭐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 책에서는 '완벽하게 불치병을 치료하는 약이 3억이라고 쳤을 때, 이 3억은 비싼 가격인가?' 식의 질문들을 던진다. 누군가에겐 너무 비싸서 치료 받을 수 없는 가격이다. 하지만 '목숨값'이라 생각하면 비싼 가격인가? 그리고 만약 그 약의 가격이 너무 내려간다면 누가 약을 계속 개발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디지털화'에 따라 생기는 윤리 문제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원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나의 정보가 불특정 다수의 대기업들에 의해 '인류의 의료 기술 발전을 위해' 쓰이고 있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 이 책은 이런 식의 질문들로 마무리하며 끝을 맺는다. 생각은 독자에 따라 갈릴 것이다. 누군가는 영생을 바라고, 또 누군가는 적당히 살다가 생을 마무리해도 만족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우리가 삶을 바라보는 태도는 모두 다르기에 이 책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제각각일 것이라 생각한다. 디지털 의료, 영생을 위한 인류의 노력, 그리고 그에 따른 여러 문제들에 대해 접해보고 또 생각해보기 좋은 책이다. 공학도, 의학도를 꿈꾸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만의 의견을 확립하기에 좋은 지침서, 계발서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