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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척 무례했던 너에게 안녕 - 칠 건 치고 둘 건 두는 본격 관계 손절 에세이
솜숨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평점 :

"소확행은 역시 인맥보단 치맥이지!" 귀여우면서도 저절로 웃음 짓게 만드는 이 문구로 시작하는 <솔직한 척 무례했던 너에게 안녕>은 관계에서 쿨한 척 노력하다 마음의 상처만 잔뜩 입는, 호구 만렙러 저자가 '남'보다 '나'를 중시하게 되며 생활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세 부분으로 나눠 쓴 책이다. 처음엔 자기계발서인 줄 알았는데, 저자의 필력이 돋보이는 에세이다. 표지의 한 문장만 봐도 웃음이 절로 나듯, 솔직하면서도 재미있는 에세이들이 가득 담겨있다.

책은 크게 '싫은 것은 하지 않습니다(delete)', '나에게 괜찮은 선에서(add)', '어쩌면 나를 견디는 일(stet)'으로 이루어져 있다. 쿨한 척, 다 괜찮은 사람인 척 하느라 했던 싫은 일들을 하지 않으니 생긴 변화,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추구하게 되며 더 나아진 마음, 그리고 더 견고해지는 '나'에 관한 내용을 두세 장 정도의 에세이 여러 편으로 풀어나간다. 책을 읽다보면 나 또한 내 생활을 돌아보며 '이 일은 하기 싫은데 왜 하고 있지?' 혹은 '이 일은 좋아하는데 왜 미뤄두고 있었지?' 등의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읽으며 내 삶에 미미한 변화가 생김을 느낄 수 있었다.

읽기 전엔 '관계를 끊어내는 법'처럼 요즘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다루는 내용과 중복되진 않을까 했다. 그런 내용을 좋아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요즘에 너무 많이 다루는 주제다 보니 그리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싫은 것을 멀리하는 등의 내용에서 저자가 어떻게 생활하려 노력하는지가 자연스레 등장하긴 하지만, 이 책은 에세이 성격이 강해서 방법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그런 변화들로 인해 생긴 작가의 삶의 변화가 주가 된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건 하루의 손익계산서다. 출근, 퇴근, 일, 독서, 산책 등 하루에 일어나는 많은 일들 중 내가 좋아하는 일은 얼마나 되는지를 생각해본 작가는 이런 삶이 자신을 지워버리진 않을까 걱정하게 되었고, 그래서 하루를 좋아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로 손익을 따지기 시작햇다. 작가는 이 방법을 '눈앞에 놓인 일을 처리하느라 지치고 힘들었단 이유로 나라는 사람이 내 생활에 지워지지 않도록, 나를 단단히 만드는 일이다'라고 표현했는데, 나도 내 삶과 학업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런 방법을 시도해보고 싶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귀여운 일러스트도 저자가 직접 그린 것인데 내용과 잘 어울리기도 하고, 그림만 봐도 이 책이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쉽게 파악 가능하다. 이 책도 저번에 리뷰한 <오늘도 쾌변>(박준형, 웅진지식하우스)처럼 브런치에 저자가 올린 글을 발간한 것이다. 브런치에 종종 들어가 남의 글을 염탐하기도 하고, 또 브런치로 발행한 책들을 여러 권 읽었는데, 보통 웅진에서 나오는 브런치 책들이 우리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진속하게 담아내서 재미있게 잘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