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요약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지적 활동이에요. 줄거리 요약을 잘하는 사람이 강연도 잘하겠죠. 대화도 잘하고. 그러니까 ‘책의 함정을 분석해서 공박하겠다‘ 이런 것은 나중에 하고, 독서력의 초기 단계에서는 요약을 한번 해보라는 거죠. 소설도, 비소설도 마찬가지예요. - P125
기본적으로 제게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한데, 넓이에 대한 끝없는 갈증 같은게 있어요. 당연히제가 잘 모르는 분야가 있을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미술사의 경우, 다른 분야보다는 잘 모르는 편이에요. 하지만 중요한 흐름은 알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특정분야에 대해서 완전히 모르는 채로 있는 게 싫은 거예요. 기질적으로 그래요. 그러다 보니까 세상에 내가 아직 모르는 아주 훌륭한 뮤지션이 있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매달 10장씩 사다 보면 그중 두세 장의 음반은상당히 좋아요. 그렇게 계속 미지의 무언가를 발견하는 방식으로 즐겨왔어요. 책이든 영화든 음악이든 이런 게 저의 직업적인 특성과도 맞았으니 저는 굉장히운이 좋은 사례인 거죠. 이런 식으로 넓이를 지향하는 부분이 있어요. - P137
왜 이런 말이 있잖아요. 행복은 강도가 아니고 빈도라고, 저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말이에요. 아직 한 번도 안해본 것들이 있잖아요. 남극에 가보겠다, 죽기 전에 이구아수 폭포를 보고 싶다, 우유니 사막을 방문하고 싶다 이런 것. 한번 보면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것 같고, 실제로 가보면 그래요. 그런데 저는 그게 행복이 아니고쾌락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저는 쾌락은 일회적이라고, 행복은 반복이라고 생각해요. 쾌락은 크고 강렬한 것, 행복은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에 있는 일들이라고. 그래서 제가 항상 이야기하는 습관론이 나오게 되는데, 행복한 사람은 습관이 좋은 사람인 거예요. - P150
낮 동안에 일하느라힘들었으니까 오늘 저녁은 한 번도 안 가본 곳에 간다거나 그런 게 우리는 행복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습관 부분에서 재미를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머지는 오히려 쩔쩔매는 시간이에요.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거죠. 그런데 패턴화되어 있는, 습관화된 부분이행복한 사람이 있다고 해보세요. 그러면 그 인생은 너무 행복한 거죠. 시공간 속에서 매번 판단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이 실존적으로 세상을 향해서 갑옷을 두르는 게 습관인 거예요. 그런 면에서 좋은 습관을가지는 게 최상의 행복 기술인데 그 습관 중에 독서가있다면 너무 괜찮은 거죠. 예를 들어 매일매일이 습관으로 빼곡한데, 모처럼 이번 달 말일에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생겼다. 그러니 책을 한번 읽어보자, 그러면 책 읽는 게 행복이 아니라 쾌락인 거예요. 그런데 습관화되어 매일 책 읽는 사람이 있다고 쳐보세요. 저녁 먹기 전까지 30분 정도 시간이 있으면 책을 자동적으로 펼치는 거예요. 그건 행복인 거예요. 똑같이 책을 읽어도 쾌락이 될 수도, 행복이 될 수도 있는 거죠. 다만 쾌락은 지속 불가능하죠.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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