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하는 친구들을 따라와서 축령산 개울가에 앉아 있다. 현자가 말했듯 물은 다투지 않는다. 제일 낮은 곳을 제자리로 찾아 흐르기 때문이다. 물은 꿈이 크다. 가장 낮은 곳에는 드넓은 바다가 있다. 그렇게 물은 언어 없이 흐르면서 자유의 진실을 가르친다. 물소리를 들으며 생각하면 지난날도 다가올 날도 아쉽다. 그러나 아쉬움은 아쉬움일 뿐, 지금 내게 주어진 건 남겨진 시간들이다. 그 시간도 흐른다. 사는 건 늘 새로운 삶을 꿈꾸는 것이었다. 남겨진 시간, 흐르는 시간, 새로운 시간, 그 한가운데 지금 나는 또 그렇게 살아 있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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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게도 상대가 나보다 더 하찮은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면 할수록 나는 상대에게 더욱 관대해졌다. 나는 그런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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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가장 절실한 사연이 왜 타인 앞에서는 진부해지고 마는 걸까.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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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쌓여왔던 감정들을 말 한마디로 무화시키려는 그 노력이 보라는 싫었다. 진심이 느껴진다는 것 때문에 더 싫었다.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가벼운 마음으로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사이가 되고 싶지 않았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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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문득 우주는 말하고 싶어졌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타협하거나 조율하지 않으면서. 명백한 사실을 명백한 사실 그대로. 설명서처럼 자세하게. 자신에게 그럴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보았다. - P146

내 마음 같지 않은 애인이나 꿈과 상관없는 직업을 택한 나. 이보다 보통의 이야기가 또 어디에 있을까. 보통이라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말인지 우주는 이제 잘 알았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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