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열아홉 살이었고 마침내, 거의 마침내, 마침내 어쩌면 자신들 앞에는 뭐든 놓여 있을 것 같은 시간들에 작별 인사를 해야 할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 P147
한동안 나는 책을 읽을 수가 없었고 다시 글을 쓸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그건 그해 봄의 많은 불확실성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내가 아는 작가 중에 그런 체험을 하지 않은 이가 없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왜 평생 애도하며 사는 기분인지 알고 싶다. 그 감정은 지금까지도 남아 있고 도무지 사라지려 하질 않는다. - P19
침묵길었던 하루가 끝나면 침묵할 시간이 필요하다. 난롯불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하듯, 침묵의 미미한 온기를 향해 굳은 손을 뻗어 펼칠 시간이. - P130
전 우주가 무너져 내리는 가운데, 죽음 같은 것은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길 뿐만 아니라 탄생이란 너무나도 당연하고 필연적인 일이어서 그저 그 탄생을 모면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대단한 일이라고 여기는 사고방식을 어떻게 이해한단 말인가? 살아남을 것을 믿기 위해서 우리에게 신앙이 필요하듯이 저들에게는 생명이 꺼지는 것을 믿기 위해서 신앙이 필요한 것이다. - P150
아무런 고통도 겪지 않은 사람처럼 그녀는 책상 앞에 앉아있다. 방금 울었거나 곧 울게 될 사람이 아닌 것처럼. 부서져본 적 없는 사람처럼. 영원을 우리가 가질 수 없다는 사실만이 위안이 되었던 시간 따위는 없었던 것처럼. - P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