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침실로 가는 길
시아 지음 / 오도스(odos)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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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푸른 침실로 가는 길>_시아_오도스


"내가 살아온 인생, 소설책으로 써도 몇권을 쓴다."
엄마가 언젠가 내게 했던 얘기셨다. 힘든 인생을 살아오셨던 엄마. 여기서 언급하긴 어렵지만. 사연이 많으시다. <푸른 침실로 가는 길>은 그런 느낌이 들었던 엄마의 이야기다. 오래 된 옛기억. 풍파가 많던 인생극. 사실 출판사 리뷰글을 진지하게 읽었지만 제대로 책을 읽었을 땐 예상과 달라서 당황했다. 괴물을 사랑한 여자의 소설보다 더한 소설. 그렇다면 판타지 로맨스나 스릴러, 호러까지도 생각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건 주인공 시아의 자전적 성장 소설이었다. 책의 띠지 뒤를 보니까 그제서야 느낌이 왔다. 시아는 어느날 남자가 된 꿈을 꾸고 그 속에서 어떤 여인으로부터 의도치 않게 공격을 당한다. 아프거나 하진 않았지만 상처를 받게 될 거라는 저주를 내리고 사라진다. 그리곤 꿈에서 깨어나게 된다. 곧 마주한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이상한 메세지에 당혹스러워한다. 49개의 인생 이야기를 써야 저주가 풀린다는 것. 프롤로그 자체는 소설적 설정으로 보여졌다. 마치 현대 판타지적인 느낌이 들었다. 1부터 49. 사실 일기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것이 과연 실화인지 소설인지 햇갈렸다. 여기서 점점 스며드는 추측은 49라는 숫자가 왠지 글쓴이의 나이를 뜻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그게 확신에 가까웠다. 놀라운 점은 주인공 시아는 작가의 필명이었다. 그러면 실화가 맞는 것이 아닌가. 내용을 찬찬히 보면 시아의 어린시절 이야기부터 시작 된다. 순차적으로 나이가 들어가는 성장소설의 구성을 보이지만 살짝 다시 과거로 돌아가기도 했다. 근데 읽을수록 마음 한구석이 아리고 답답했다. 처철하고 너무 슬프기까지 하다. 그녀의 인생이 말이다. 시아의 인생은 누구 하나 같은 편이 되어주는 이가 없어서 늘 외로웠다. 외로움은 나아가 그녀를 우울하게 했고 자살시도까지 하게했다. 결국 떠오르는 단어는 죽음이었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닌 건 같은. 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생이 흘러가는 걸까, 하는. 이건 소설<푸른 침실로 가는 길>을 이루고 있는 극단적 삶의 공포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아는 끈질기게 인생을 살아간다. 강한 여자였다. 점점 미쳐가는 날들. 한맺힌 절규. 그녀 주위에 있는 악마같은 사람들과 그리고 천사같은 이들이 있었다. 악마는 더 악마가 되었고, 천사는 결국 사라져버렸다. 그 처절한 아픔이 고스란히 내 가슴에도 와닿았다. 어릴적 의지와는 상관없이 찾아든 성적 학대의 순간들. 핏줄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행되는 역겹고 더러운 성추행들은 너무나 화가 났다. 언니, 동생 부모 친척들까지. 하나같이 상처였다. 하지만 시아는 그 속에서도 가족애를 찾았고 그 알맹이를 뽑아 진실된 사랑을 만들기 위해 고분분투하며 노력하는 모습은 읽는 내내 그녀를 응원하고 감정 이입되게 만들었다. 쓰고 싶고, 되고 싶은 문학도의 꿈을 포기하고 간 어느 대학 축산학과. 하지만 결국 자퇴하고 다시 들어간 곳이 간호학과였다. 취직을 위한 부모의 강요가 컸다. 어려운 형편에 가족에겐 돈이 곧 생명이었기 때문이다. 시아는 어머니를 그미라 불렀다. 남편을 남자라 부른다, 어떤 남자는 카드깡이라고도 했다. 또한 자식을 아이라 부르는 것 등은 그녀가 치부해왔던 인간 관계적 상황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 부분인 것 같았다. 왠지 그렇게 불려지는게 이해되었다. <푸른 침실로 가는 길>은 편치 않은 마음이었지만 그것을 현명하게 해결한다. 결국 행복으로 이끌어가는 시아의 아름다움이 이 소설의 이유일 것 같다.


시아 작가님은 정말 글을 잘 쓰시는 분이시다. 일단 문장이 과함과 덜함이 없이 딱 좋았다. 억지로 꾸며낸 것도 없었고, 연결구가 이어져 장황하게 길어진 문장도 없이 정갈했다. 시문학과 소설창작을 섭렵한 주인공 시아를 통해 느껴지는 문학적 매력도 있다. 질릴 법한 감성적인 과함도 없이 술술 읽히는 소설이었다. 더군다나 자전적 성장 소설이기에 실제 이야기를 마주하 듯 몰입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소설 표지에도 실화 얘기라고 언급된 부분은 없었다. 이 소설은 최악의 비극적 상황에서 사람들의 정신을 치유하는 심리 상담가로서의 시아와 시와 소설을 쓰는 작가로서의 시아, 80대 노모를 모시는 딸로서의 시아,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딸의 엄마로서의 시아. 세상의 고통과 슬픔을 품은 여자에서 행복을 품은 천사가 되는 시아가 있었다. 시아는 결국 아름다운 여자였다. 


<푸른 침실로 가는 길>엔 좋은 글들이 많아서 받아 쓰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마음에 담고 싶은 글을 몇개 페이지를 적어 써보았다. 푸른 새벽 시간. 시아 작가님의 이 감동적인 소설을 다시 음미해본다.


p62
마침 펼쳐진 장에 하늘색으로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남의 죄를 하나 용서하면, 자신은 두 가지 죄를 용서받는다.' 이 구절을 그대로 옮겨 썼다. 쓰고 또 썼다. 그미의 잔소리가 멈출 때까지.

p99
시아야, 손을 편다는 게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렴. 손을 필 때  뜻한대로 많은 일들을 할 수가 있어. 안락의자 알지? 안락의자가 되어보렴. 누군가가 편안히 앉을 수 있는 안락의자. 시아야, 넌 분명 그렇게 할 수 있을거야.

그리고 돛단배가 한 척 그려져 있었다. 어디로 가는 배인지는 모르겠지만, 희망의 돛을 단 게 분명했다. 나는 울었다. 머릿속이 박하사탕처럼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선생님의 편지는 그 뒤 내 운명을 바꿔 놓았다.

p116
언젠가 아사는 작은 표주박 위에 '극기' 라는 글을 칼로 파내어 검은 색깔로 색깔까지 입혀준 적이 있었다. 우리는 사실, 남마다  죽음을 극기 하고 있었다.

음악.
p118
"저 라디오 음악 말이야. 사이먼 앤드 가펑글, <스카버러의 추억>. 저 음악 때문에 간거야. 데모가 일상이던 그 때, 2학년 때. 왜 그 잔디밭에 있잖아. 학교 잔디밭에 누워 있는데 교내 방송으로 이 음악이 나오는 거야.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고 있었어. 노래가 끝날 무렵 갑자기 벌떡 일어났지. 그리고 교문을 벗어났어. 두 번 다시는 교문 안으로 들어서지 않겠다고 결심했고.그대로 실행했지."

p146
내 마음은 온전히 그곳에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웃고 있는 것은 진정한 내가 아니었다. 그저 겉으로만 허황하게 웃을 뿐이었다. 속으로는 계속 울고 있었는데, 그 속울음을 알아 차릴 수 있는 존재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었다. 그게 내가 타인을, 세상을 속일 수 있는 방법이었다. 속이려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이도 없었다. 들숨과 날숨 속에 긴장과 불안을 담은 채 살고 있었다. 갑자기 나는 그 아이한테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고 말했다.

p207
<티베트 사자의 서>

p219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렴. 이 모든 괴로움도 결국 지나가는 거야.

p222
19세기 화가, 위트릴로.

p235
뮤직비디오 안에서의 또 다른 본 조비처럼, 종잡을 수 없는 매력으로 여자를 울리던 그, 복받치는 화를 참지 못해 결국 사랑했던 여자를 그린 그림마저 찢어버린 그, 울면서 여자가 가버린 이후  집을 불태워버린 그, 마침내 혼자 남아 여자의 사진을 가지고 속절없는 시간을 그리워하는 그, 사진 속의 그녀가 벽어 붙어 서 있지만 손을 뻗어보면 환영이라는 것을 알고 좌절하던 그, 그가 바로 남자였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추천 보증심사지침' 개정안에 따라 명확하게 경제적 이해관계를 밝힙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푸른침실로가는길#시아#오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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