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_정애리_다산북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추천 보증심사지침' 개정안에 따라 명확하게 경제적 이해관계를 밝힙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ㆍ <책에 관한 짤막한 이야기> 하마터면 이 책을 읽지 못할 뻔 했네요. 잃어버릴 뻔했거든요. 저녁 때 택배기사님의 배송완료 문자를 받았죠. 책이 있는지 확인을 했는데 현관 문 앞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안왔다고 문자를 보냈어요. 생각해보니까 제가 주소기입을 잘못한 것이었습니다. 간혹 실수를 해서 다른 곳에 배달되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택배기사님이 내일 다시 회수해서 배달해주겠다고 했으나 저는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그래서 그 주소로 가서 제가 찾겠다고 했죠. 거리는 눈이 제법 쌓여있었으나 녹고 있는 상태여서 축축했습니다. 저녁을 하다가 연락을 받아서 엄마한테 얘기를 하고 급하게 나갔습니다. 예전에 잘못가서 결국 집주인의 장기 부재로 책을 찾지 못했던 그곳이었나 싶었습니다. 다행히 그 다음 집이었이요. 빌라도 아닌게 주택도 아닌 2층의 다세대 집이었습니다. 저는 택배기사의 말대로 2층을 갔으나 웬걸 책이 놓여있지 않았습니다. 연락 받고 20분 정도 늦었는데 한발 늦었던 거였어요. 집주인이 회수해 간 듯 했습니다, 혹여 집을 잘못찾은 건 아닐까 싶어서 옆쪽의 빌라도 가보고 다른 쪽의 주택도 둘러봤으나 아니었습니다. 다시 택배기사에게 연락하여 그곳이 확실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주인집 문을 똑똑 두들깁니다. 집에 불은 켜져있었어요. 혹시 또 틀린 건 아닐까 싶어서 아랫쪽에도 갔다가 우편함도 갔다가 그렇게 10분정도를 보내고 드디어 문이 열리며 주인이 나왔습니다. '다행이다!' 중년의 점잖은 여성분이셨습니다. 물끄러미 저를 바라보시는데 양해를 구하고 책이 배달된 것이 없었냐고 물으니 문 뒷쪽에서 책을 꺼내 주셨습니다. 아랫집이냐고 물으시더라고요. 물론 아니라고 했고 거듭 감사하다고 얘기를 하고 나왔습니다. 덕분에 흰 추리닝 바지도 꾸정물이 다 튀었고, 온 몸이 땀에 젖어 버렸네요. 책 한 권 때문에 큰 일 치뤘습니다. 배우 정애리님의 <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과의 인연은 그렇게 힘겹게 시작되었네요. ㆍ <서평> 밝은 색깔의 표지그림이 참 예쁩니다. 여러가지 꽃이 어우러져 있고 추상적이었어요. 따듯해보였습니다. 표지를 빼내면 그 안에 또 그림이 있는데 똑같았습니다. 다만 좀 더 강렬한 주황색 배경이었습니다. 같은 듯 다른 느낌. ㆍ 이 책에 특이점이 보였던 건 시처럼 쓴 듯한 수필이었습니다. 물론 훌륭한 시인들의 시들도 몇편 수록이 되어 있고 노래 가사에 대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간결하게 쓰여진 글들은 보기가 편하면서도 각각의 깊은 뜻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배우 정애리님이 직접 찍은 소소한 소품들부터 아름다운 풍경 사진들까지 일상 속에서의 아름다움이 있었습니다. 뭐랄까. 익숙하면서도 정겨움이 느껴지는 것들이었습니다. 오히려 전문적이지 않은 사진이어서 편했던 것 같습니다. 아담한 크기에서 부터 제법 큰 사진까지 아기자기하게 구성이 되어있었어요. <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 은 배우 정애리님이 일상에서 느꼈던 삶의 의미들을 사진과 함께 써놓은 수필이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었고 거기엔 내가 미쳐 깨닫지 못한 의미들이 있었어요.. ㆍ 내가 행복했던 곳으로 가주세요. 박지웅 <택시> ㆍ -본문 중에서 박지웅<택시>- 그런데 이 짧은 시가 저는 왜이리 슬프게 느껴졌을까요. 단순한 문장이었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던 시였습니다. 읽는 순간 내 지난 시절을 회상하게 돠었고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까 너무 슬퍼졌습니다. 물론 돌아갈 수 없습니다. 불가능합니다. 배우 정애리님의 말씀처럼 현재가 중요하고 내 과거가 있어왔기에 지금의 내가 되어 있다는 거. 공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조금 달랐던 것 같습니다. 과거가 있어서 추억이 있고, 그 추억을 기억하고, 회상할 수 있다는게 아름다웠습니다. 행복했던 곳으로 가는 택시가 있다면 그것이 현실이 될수는 없어도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 순 있으니까요. 그러곤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되는 겁니다. 슬펐습니다. 왜냐하면 내 현실이 그다지 녹록치는 않았으니까요. 만약 남부러울 만큼 좋았다면 이 시를 보고 또 슬퍼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시가 주는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웬만해선 안그러는데 강렬했네요. 이때문인지 이 책을 계속 읽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더 들었습니다. 다음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ㆍ <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 은 제 마음을 부드럽게 보듬어주었습니다. 상처 받은 제 인생에 등불처럼 보였습니다. 저에게 단순히 힘내라는 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내가 이미 무너져버렸는데 힘내라는 말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나를 더 괴롭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도 너보다 힘들어.'라고 비교하듯 들렸고 '그러니까 너도 힘들어 하지마.'라는 얘기로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마음이 다쳐서 우울증을 겪는 이들에겐 힘내라는 말은 하지말라고 합니다. 이 책에선 '힘빼.'라는 말을 제게 해주었습니다. 삶에 지쳐있는 나. 무언가 많은 우울함으로 채워져있고 잔뜩 긴장하며 살고 있는 나에게 '힘을 빼.'라는 말이 좋게들렸습니다. 채워진 걸 빼면 가벼워지잖아요. 깨끗이 비우고 나면 새로운 걸 또 채워나가면 되니까요. ㆍ (p73 본문 중에서) 최선을 다하셨나요? 좋습니다. 잘하셨어요. 차선을 선택하셨나요? 그것도 괜찮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그도 저도 아니고 밀려서 오셨나요? 어떻습니까. 그래도 오지 않았습니까. 애 많이 쓰셨습니다. 당신은 살아있습니다. 그거면 된 거지요. 우린 또 길을 걸어가면 되니까요. ㆍ 최선은 기본이며 1등 만이 주목받고 성공한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잘 했다.'고 다독여주는 이 글이 좋았습니다. 위안이 되었습니다. 최선을 선택한 것이 아닌 차선이라도 '잘 했다.'라는 말. 이도저도 아니고 그저 끌려다니는 인생을 살아도 '수고했다.'라며 해주는 말. 그리고 '가던 길 계속 걸어가면 된다.'는 말. 결국 나는 잘 하고 있는 것이었고 내가 나를 위로해주게 되었습니다. ㆍ (p85 본문 중에서) 물처럼만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자기의 길을 묵묵히. 그러나 쉬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목적지를 향해 갑니다. 도려낼 수도 잘라버릴 수도 없습니다. 열이 가해지면 수증기로 변신하기도 하고 장애물을 만나면 돌아서라도 때론 스스로 스며들어 안고서라도 자기의 길을 갑니다. 그러나 다 품으면서요. ㆍ 물처럼 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사람을 가벼이 보는 경향이 있고 그것이 편견이 되어버립니다. 뿌려지면 마르고 투명하기 때문에 꼭 속 빈 강정같기도 하죠. 그래서 개인적으로 듣기 싫어하는 말이었습니다. 무시하는 것처럼 들렸으니까요. 하지만 배우 정애리님의 이 말씀은 달리들렸습니다. 단순히 그냥 물이 아니고 흐르는 인생의 물처럼 느껴졌습니다. 강은 바다를 향해 흐르죠 목적지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간에 다양한 형태로 쓰이지만 지구에서 물이라는 건 변이가 되는 것이지 없어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물론 우주로가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우주 속에서도 불멸하죠. 이처럼 물은 단순함 속에도 삶의 철학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길을 가니까요. ㆍ 거리에 핀 개망초나 마지막까지 자기를 희생하며 씨앗을 날리는 민들레, 잘려져서 밑둥만 남은 나무. 그러나 그곳에선 또 다른 생명이 움트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자연의 작은 존재들에게도 그 가치는 또 빛나고 있었습니다. 배우 정애리님은 죽음에 가까운 시련 속에서도 그걸 잘 이겨내셨고 다시 삶을 아름답게 살고 계셨습니다. 그 에너지를 불우한 이들에게 나누어주며 돕고 계셨습니다. 정말 쉽지않은 일인데 존경심 마저 느껴졌고 그녀의 눈물엔 진심이 담겨있었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엔 가족 사랑을 알 수 있었습니다. ㆍ <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 은 결국 그녀의 이야기면서 우리에게 전하는 삶의 메세지였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저도 힘든 삶에 위안을 받고 희망을 얹어서 빛나는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p46 채워야 할 때도 있지만, 떨구고 버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좋은 것들을 채우기 위해선 먼저 잔을 비워야 하지요. p54 문은 기대입니다. 비록 닫혀있어도 언젠간 열린다는 소망입니다. p67 흔하디흔한 김밥이 되어버렸지만 김밥처럼만 살아도 좋겠다 싶습니다. 누군가의 허기를 든든하게 채워주고 잔뜩 웅크리고 있어 내게도 다가오기 어렵지 않게.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가 아니고 김밥이 맛있게 먹다 불쑥 터지는 내 마음의 소리입니다. p106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할 줄 아는 것. 그것이 바로 선생 아닐까요. 나이를 먹으면 두 부류로 나뉜대요. 첫 번째, 포용할 줄 아는 여유가 생기는 사람과 두 번째, 내가 옳고 내가 답이라는 노욕이 생기는 사람. 답은 정해져 있네요. 자기가 첫번째인 줄 알고 있는 두 번째는 어찌해야 할까요, 더 최악일까요? 백발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속에서 올라오는 '나도 다 해봤어.' 나도 다 안다구.' 많이 죽었는데도 그래도 가끔은 마음속에서 살아 움직입니다. 백발이 아름답기도 이리도 힘드네요. 당신의 말을 듣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듣겠습니다. 귀 둘. 입 하나.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p200 절망이 있을 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희망. 내가 우리가 열심히 살아가는 그날들이 꾸역꾸역 넘어가는 그 벽이 희망의 시작입니다. 너와 내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날들이 푸르디푸른 담쟁이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