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김혜진 지음 / 푸른문학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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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돌멩이>_김혜진_푸른문학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큰일이 난 것도 아닌데. 이 책은 제가 기성세대이자 성인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되었던 소설이었습니다. 


<작가의 말> 중.

<돌멩이> 는 내 이야기다. 그리고 내 아들의 이야기다. 공유하는 가족의 기억을,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 뭉텅 잘라 내버린 자식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살려냈다. 그리고 그것을 만천하에 공개하려 한다. 이게 엄마라는 사람이 할 짓인가, 하는 자괴감에 시달렸다.





사실 처음엔 평범한 청소년 소설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것은 곧 내용적으로 학생들이 봐도 교육 소설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죠. 거기다 표지까지 일러스트로 되어 있어서 그런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학교 폭력에 관한 소재가 글을 쓰는데 참고가 될 것 같아서 기대감도 어느 정도 갖고 있었습니다. 가볍게요. 일단 시작 부분부터 쓰여있는 <작가의 말> 에서 이것이 실제적으로 작가님의 이야기이기에 사뭇 진지해졌습니다. 그것은 곳 실화 소설이라는 것이었죠.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고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되어진 소설에 가까울 것 같았습니다. 이때문에 더 책에 몰입이 되었으며 실제 이야기를 읽듯이 집중을 했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현이라는 초등학교 5 학년 학생입니다. 아이에겐 건이라는 중학생인 형이 있었고 아버와 어머니 그렇게 4명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듯 보여졌습니다.

이 책을 통해 느꼈던 건 주인공이 사는 동네인 여주동을 가르는 길을 중심으로 고층 아파트가 밀집해있는 신시가지와 개발이 안되고 있는 구시가지로 나뉘며 그 중간에 시골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 촌마을에 현이네의 집이 있었고 엄마인 미경은 텃밭을 일구어 채소를 가꾸는 일을 했습니다. 그 배경을 통해 상류층과 빈민층이 뚜렷히 구분되는 구조를 봤고 현이네는 그 사이에 있어서 신과 구의 사이에 껴있는 존재로 보여졌습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주인공이 성인이 된 후의 과격한 미스터리 스릴러 같은 상황이 전개되서 빠르게 몰입이 되었습니다. 순간 이 책이 청소년 소설이 정말 아닌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고 수사극으로서의 전개를 생각하게 되었지만 도입부 이후 다시 어린 시절의 이야기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것은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인 학교 폭력의 이유를 알 수 있게 됩니다. 


일단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아이들의 이야기지만 학교 폭력에 관한 다소 충격적인 상황이 여과없이 있는 그대로 나오며 무능력한 어른들의 모습들과 함께 가족들 조차도 안전한 존재가 되지 못했습니다. 거기에 수사기관과 학교라는 울타리 또한 아이들에겐 무용지물이었으며 가해자에겐 비하와 조롱거리가 되었고 하나의 놀이터가 되어버린 것처럼 역겹고 더러웠습니다. 성적 수치심마저 여기에선 적나라하게 나와있었으며 전개상 부분적으로 동성애적인 것도 있습니다.( 학교 폭력에 의한 동성간의 강요적 성애 행위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분들은 다소 충격적 일 수 있음) 너무나도 극단적이고 파괴적인 상황 때문에 읽으면서도 욕을 하면서 봤습니다. 나름대로 법리적 해결책도 찾아보며 추론을 했고, 무능력한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화가 났고, 불쌍한 아이들과 엄마를 보며 짠한 마음에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그것들이 실제였고 현실적인 것이며 제가 학창 시절  들어왔던 것들 보다도 가해자들의 행동들이 교묘하고 주도 면밀했습니다. 학교 폭력이 허를 치르는 잔인성과 일말의 양심도 없이 하나의 놀이처럼 여겨졌다는게 굉장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거기다 가해자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선생이라는 존재와 해당 부모들 조차 합심하여 공범적 존재가 되어버린 다는 것이 너무나 암울했습니다. 과연 이런 나라라면 밝고 희망찬 미래가 있을까, 라는 의문 마저 들었습니다. 이건 학교 폭력이 단순하게 치부되고 비밀스럽게 은페되어 왔던 그 민낮을 여과없이 고발하는 이 사회에 대한 경고로 보여졌습니다. 재미있게 읽혀지는 소설이 아니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어른들이 경각심을 갖고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성인이라고 이런 문제에 완벽할 수 없고 아이들에게 든든한 보호막이 되지 못한 모습은 너무나 처절했습니다.

절망끝에서 희망을 다시 찾고 가족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행복해지고 싶어했던 건이, 그리고 그런 형을 바라보며 성장해갔던 동생 현이, 현이의 복수,  여자였지만 아이들의 엄마로서 가정을 지키려했던 모습들은 다시 도약하는 하나의 가족이었습니다. 엄마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아무런 힘이 없었지만 친구들이었던 현이의 고모와 이모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웃으며 즐거워했습니다. 

이혼 후 새로운 남자를 만나며 행복을 찾아가는 고모 현아의 존재, 페미니스트이자 교수가 되기 위해 고분분투하는 이모 숙자. 그리고 그런 그들 사이에 있는 현이와 건이의 엄마 미경. 그들 삼각 관계 또한 여성들의 현실적인 고민들을 압축해 놓은 하나의 인간 관계이자 사회적 모습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다시 또 개정판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겉표지만 봐서는 전혀 예감할 수가 없는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좀 더 내용을 추측해 볼 수 있고 메세지가 있는 띠지가 더 추가되었으면 좋겠으며 많은 이들에게 이 소설이 소개되었으면 했습니다.

<돌멩이> 는 결국 작가님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일 수도 있습니다. 


<스토리 메모>


"당하지 않으려면 죽어라 싸워! 울지 말고 싸워! 이길 때까지 싸워!"

여학생이 고개를 들어 내 눈을 찾았다. 두려움과 분노가 가득찬 눈동자, 너무 익숙한 그 눈빛이 떨렸다. 
"절대 지지마. 그리고 당해주지마. 저것들 별거 아니야. 10년 뒤를 생각해봐. 저것들 네 앞에서 쪽도 못쓸 것들이야. 그러니까 지지 마. 그리고 경찰에 신고해. 네 힘이 부족하면 그렇게라도 해."
누군가 우리에게 적극적인 손길을 보냈더라면 지금의 나는 생겨나지 않았다. 우리 같은 가족도 생겨나지 않았다.

p81-83

이제는 건이를 괴롭히는 학교 패거리들이 그의 집까지 찾아와 현관문을 쳐부수고 들어 가려고 시도했다. 그 순간 건이와 동생 현이를 지켜줄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깨진 유리창 틈으로 그들과 눈을 마주쳐 존재를 들킨 현이. 그리고 방에 갇혀있는 형 건이는 울려대는 핸드폰을 보며 혼잣말로 욕까지 하는 불안한 행동들은 감정이 몰입될 수 밖에 없었고 긴장된 상황 속에서 엄마의 등장으로 그들은 사라졌다. 그간의 건이에게 행해진 학교 폭력 사고들 중 최고의 긴장감을 주었다. 

p84-86

건이는 집을 나가버렸다. 쏟아지는 비로 반지하에 살던 방이 침수되서 물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이런 것에 익숙한지 방에는 물을 퍼올려서 밖으로 보내는 모터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빗물은 엄마와 현이를 덥쳤고 잠을 자는 이부자리도 적셔버렸다. 엄마는 아들을 잃어버린 충격에 무기력해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 장면이 건이 가족이 겪고있는 처절함과 오버랩 되어 보였다. 앞으로 닥칠 비극적 상황에 대한 복선같았다.

p156

게임은 우리세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적들을 사정없이 죽여 버려도 계속 처치할 수 있는 적들을 보내준다. 마음이 상쾌해졌다. 형은 밤새도록 적을 죽이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모멸스러움에 칼을 꽂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p158

집이 숨이 막혔다. 그날도 나는 무작정 거리를 쏘다녔다. 눅눅한 바람이 검불을 몰며 오갔다. 날아오르는 것들이 불쾌해 나는 연신 고개를 돌리며 걸었다. 실눈마저 감으며 걷다가 어느 순간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서고 말았다. 여광 속으로 날아든 색색의 나비 떼가 시야를 덮었다. 숨이 막혔다. 펄렁이는 엄마의 나비무늬 치마가 건널목 앞에 서있었다. 깃대처럼 치마가 엄마를 흔들었다. 엄마는 주춤주춤 옆으로 밀려났다. 마치 생명이 없는 물체처럼 이동하고 있었다. 보행자신호가 들어왔다. 엄마는 여전히 바람이 잡아준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펄러덕 거렸다. 무엇도 의식하지 못하는 멍한 얼굴이었다. 정말 바람을 기다리는 깃대처럼 무표정했다. 우회적 차량들이 엉켜 붙었다. 나는 달려가 엄마를 도로에서 당겨냈다. 얼마나 가볍게 끌려 나오는지 빈 옷가지를 집어내는 느낌이었다.


P165

우리는 가끔 내 삶을 몽땅 맡길 어딘가가 필요하다.그러나 영원히 맡길 만한 사람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든 변하니까. 그래서 우리는 불행해지기도 한다.

p168

"도대체 엄마가 돼가지고 하는 게 뭐가 있어요. 다른 엄마들이 자식들한테 어떻게 하는지 좀 보고 다니세요. 나는 엄마가 무슨 일을 하든 상관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도 여자들은 쉽게 돈 버는 일이 있잖아요. 제발 사람 사는 것 같이 살자구요."

- 독자들로 하여금 분노의 감정을 일으킬만한 부분이라고 보는데 어쩌면 중학생인 아이의 관점에서 봤을 때 엄마에 대한 분노도 있겠지만 더 나아가 자신을 어쩌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불신과 본노가 극단적으로 엄마에 투영되어 나타난 듯하다. 행복조차도 자신에게는 모두 불신의 대상이었던게 아닐까.-

p208

"자식처럼 무조건 사랑을 요구하는 것도 없어. 그만큼 계산적이지 않은 관계도 없다구. 그걸 경험해보지 않은 어른을 어떻게 어른이라 부르겠어."
자식을 키우는 과정에서 아무리 인생을 성숙시키는 내용이 있다고 해도 그런 내용이 모든 조건에 필요한 것을 아닐 것 같았다.


p213
형이 다리를 다쳤을 때도 엄마는 힘들어 했다. 그때도 형 친구들시 의도적으로 다리를 걸었던 사고였다. 엄마는 학교에서 일어난 사고이기에 형 담임이라는 사람에게 교내 사고로 인한 보험처리를 부탁했었다. 그러나 담임은 몇 번이고 해당사유가 없다며 엄마의 사정을 들어주지 않았다.

"수업시간 중에 일어난 사고라야지요. 방과 후에 난 사고는 처리가 불가능해요. 그건 불법이죠. 저는 그런 일에 서류를 만들어 드릴 수 없어요.


-어이가 없는 상황이다. 진짜 현실일까. 이런 경우도 보험사에서 처리해야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 왜 피해자측이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직접 전화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정도면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해결하려 할거고 형사 고발도 가능하지 않을까. 소송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법리적으로  정확히 따져봐야 겠지만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진짜 이것이 현실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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