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서평]<스노우 엔젤>_ 가와이 간지

 

 

 

-그 손짓은 한없이 다정하고, 치유는 끝이 없으며 아낌없이 주기만 할 뿐 앗아가는 법이 없다. 그것은 마치, 깨끗하고 순수한 눈옷을 걸친, 천사와도 같은. -

 

 

 

소설의 제목 <스노우 엔젤>은 샤로노프 의학 박사가 개발한 보급화 직전의 향정신성 신종 마약입니다. 이전에 <최후의 레시피>라고 먼저 불렸던 것이었어요. 알약의 형태이며 천사의 로고가 새겨져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의 삶을 파고들어 쾌락의 세상으로 이끈 후 정신적, 신체적 파멸을 시키려 했습니다. 독특한 발상의 소재였죠. 지금이 IT 시대라면 바로 다음은 인간의 정신을 마약으로 통제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는 예상 밖의 설정이었는데 일단 작가의 그럴듯한 생각에 끌릴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소설이었습니다. 마약 범죄를 다룬 누아르 추리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픽션이지만 (작가도 언급했다시피) 마약을 주제로 하여 실제로 일본 사회에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쓰였습니다. 더 나아가 미국, 태국, 중국을 비롯해 우리나라까지 뻗어나가는 국제적 마약 밀매의 실태를 보여줬던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마약 관련 대사들에서 나오는 각종 은어들과 전문 용어들 그리고 통계치도 자세하게 나와서 현실감이 있었습니다. 마약 판매책 한 명이 보조랑 2인 1조로 활동을 하여 학생과 회사원, 유부녀 등 일반인들에게 판매하는데 한화로 한 달에 2천만 엔이면 대략 2억을 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다소 충격적인 수치였으며 한 해로 따지면 20억이었죠. 보조는 일당 수익으로 3할 또는 4할을 받고요. (여기서 보조 역할은 주인공 <진자이>가 하게 되며 판매책은 <미사> 임) 그들에겐 규칙이 있는데 절대 마약을 흡입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마약의 중독성을 알기에 그런 것 같았습니다. 그들에겐 돈이 가장 중요하며 구매자가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일반 서민이 마약을 최초로 구입하면서 서서히 돈을 소모해가며 파산이 되고 결국 한 가정이 파멸되는 상황까지 가게 되는 과정을 거친 다는 것을 소설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소멸되고 또 다른 목표를 탐색하여 권유를 하고 고객 목록에 추가하여 핸드폰에 저장합니다. 이처럼 소설은 스토리의 개연성이 잘 맞아떨어졌으며 어색함 없는 탄탄한 전개는 책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딱딱한 범죄 수사의 테두리 안에서 마약 전담수사관 <미즈키 쇼코>와 주인공 <진자이>와의 아담한 로맨스도 하나의 감초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두 사람의 감성적인 애정 연결 고리가 너무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후반부에 나오면서 이해가 되었습니다. 쇼코가 잠시나마 진자이에게 직업적 관계를 벗어나 이성적으로 대했던 건 마치 아이를 보듬어 주는 부모 같은 면도 있었고 한편으론 진자이의 이전 사랑에 대한 상처를 아물게 해주고 싶어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과거 사랑하던 동료 여형사와 변호사 부부 사망사건을 잠입 수사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인해서 갑작스럽게 사라지게 되고 결국 실종 처리되어 호적에서조차 없어져 버린 전직 형사였는데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다가 상관 <기자키>의 소개로 만난 마약 수사반 미즈키 쇼코와 만나게 되면서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신종 마약 <스노우 엔젤>의 진범을 잡기 위한 진자이의 잠입 수사는 사실 함정 수사라고 해도 경찰이 범죄에 가담하는 건 법리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마약 수사반 소속 미즈키 쇼코에 의해 비밀 스파이로서 영입되어 사건을 수사하게 됩니다. 이때 접근하게 되는 일명 <푸셔> (마약 판매책) 미사를 속이며 정보를 캐내게 되는데 둘은 후에 직업적인 동료에서 더 나아가 그 이상의 살가워진 관계로 발전합니다. 여기서 저의 선입견과는 다르게 느껴졌던 건, 판매책인 미사가 거칠고 무식한 사람이 아니라 젠틀하면서도 스마트한 유학파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전직 형사 <진자이> 또한 훌륭했다고 생각하며 그랬기에 전개상 좀 더 다양하고 과감한 잠입 수사가 가능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과정이 소설 전체를 아우르는 주된 스토리라고 봤으며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독자의 허를 찌르는 반전과 트릭이 있었습니다. 사실 예상을 빗나가서 (생각조차 못 할) 좀 억울하기도 했지만 그 때문에도 몰입이 되고 소설적 갈증 해소를 시원하게 할 수 있었어요. 일종의 어떤 쾌감을 느꼈던 것 같았습니다. 특히 비극적인 사건 이후 다시 시작된 (에필로그적인) 등장인물들 간의 조우에서 반전에 반전을 하는 전개가 굉장했습니다. 사실 완전하게 해결되지 못한 사건들이 있어서 뭔가 이상했는데 동일 작가의 작품 <데블인 헤븐>의 전편이 이 소설이라고 하니까 이해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이야기가 또 이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스노우 엔젤> 은 섬세하면서도 감성적인 면이 있는 본격 누아르 소설이며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마약과 도박의 문제를 고발하고 있습니다. 기득권층들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이라는 국제적 스포츠 행사를 통해 마약과 카지노를 합법화하려 했습니다. 카지노는 법안까지 통과되었고요. 거기엔 정치와 종교 그리고 공권력과 야쿠자라는 국제적인 폭력 집단의 힘이 서로 교묘히 겹쳐있었습니다. 빛나는 명분 아래 이면적으로는 극단적인 미래를 암시하는 종말론적 이데올로기를 표현한 소설이었어요. 이것으로 말미암아 마약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자각하게 되었으며 그 어떠한 것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마약은 인간을 폐인으로 만들어서 결국 모두 다 잔인하게 죽게 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론 사회의 음울한 구석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종교의 신성함 속에 해탈을 꿈꾸며 <천사님>이라는 존재를 따라 깃털처럼 날아가 끔찍하게 떨어죽게 되는 마약 <스노우 엔젤>. 그리고 쾌락 속에서 맞이하는 정신적인 행복과 천국 같은 환상의 순간들은 어쩌면 이 삭막한 도시 사회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꿈꿔왔던 유토피아의 무의식적인 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 안에서는 결국 종교가 이 사회의 잔인한 죄인을 만들어 냈으며 그들을 완전하게 벌할 수 없는 회개와 용서라는 것으로 옭아매는 장치가 되었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법의 잣대였던 함무라비 법전에서의 실리적인 판결을 존중하는 설정은 범죄자의 인권을 보호하며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현 사회의 법률적인 문제점과 비교되었습니다. 물론 종교 자체를 부정하는 것 또한 픽션이었고 소설로서 이해해야 할 부분이었지만 작가의 탁월한 안목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합법적인 마약 유통을 가장한 인류의 구원에 대한 시도는 결국 파멸로 가는 지름길이었으며 그것을 막아야만 하는 긴박함은 소설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작가 <가와이 간지> 의 <스노우 엔젤>은 참 잘 쓴 소설이었습니다. 현시점에서 사회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동시에 정신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노우> 그리고 신성한 존재 <엔젤>, 정부의 어두운 면인 비밀 단체가 목표로 했던 <화이트 오일> 마약. 그 단어 자체의 아름다움 뒤의 치명적인 금단의 약물. <스노우 엔젤>.

 

"Ask, and it will be given to you. Seek, and you will find. Knock, and it will be opened to you."

구하라, 그리하면 얻을 것이다.

찾으라, 그리하면 찾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다.

신약성서, 마태복음 7장 7절.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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