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했던 <소리 질러, 운동장>의 10주년 리커버로 출간되어 다시 읽게 되었다. 워낙에 야구를 좋아해서 주말마다 운동장서 야구를 했던 아이들이었던지라 이 책의 이야기에 폭 빠져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소중한 추억을 안겨주었던 이 책이 출간 10주년을 맞아 리커버 특별판으로 다시 나왔다니 어찌나 반갑던지. 아이들도 나도 반가움과 추억에 빠져 책을 다시 읽었다.
이 책은 야구라는 소재를 통해 아이들의 성장과 우정, 그리고 세상의 벽에 맞서는 용기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야구부에서 쫓겨난 김동해와 여자라는 이유로 야구부에 들어가지 못한 공희주가 만든 '막야구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운동장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장소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도니다. 그리고 운동장을 둘러싼 갈등과 화해, 학교와 사회의 규칙에 대한 질문, 그리고 함께하는 힘은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감동과 오랜 울림을 가져다준다. 번듯한 장비가 없어도 충분히 즐겁고 유쾌하며 단단해지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아마 오랫동안 마음에 남지 않을까.
이 책은 야구를 진짜로 좋아하는 김동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야구부에 들어가 매일 운동장에서 땀을 흘리던 동해는 경기에서 번번이 아웃되면서도 야구를 향한 열정을 잃지 않는 아이다. 그러던 중 열린 지역 예선 경기에서 모두가 세이프라고 외치는 상황에서 동해는 자신의 팀이 아웃당한 장면을 솔직하게 증언하다. 그 정직한 동해의 한마디로 팀은 패배하고 감독님에게 동해는 야구부를 그만 나오라는 말을 듣게 된다. 왜 우리 편을 안드냐는 비난에도 끝까지 스포츠 정신과 양심을 지키는 아이가 바로 동해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해주의 이야기. 공해주는 어릴 때부터 공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던 야구를 사랑하는 아이다. 공부에는 별로 관심이 없지만 야구 실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학교 야구부는 공해주가 여자라는 이유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실력보다는 성별로 판단하는 벽 앞에서도 희주는 운동장에서 혼자 공을 던지고 차며 자신의 꿈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희주의 아빠는 수학학원 원장이다. 엄마의 권유로 아빠의 학원에 다니고 있긴 하지만 희주는 수학보다는 야구에 마음이 더 끌린다. 희주의 아빠는 딸의 성적이 오르지 않아 걱정을 하면서도 학원 운영에 피해를 줄까 두려워 해주에게 학원에 나오지 말라고 한다.
그렇게 야구를 너무 좋아하지만 소외되어진 두 아이, 김동해와 공해주는 운동장에서 만나 번듯한 장비나 유니폼도 없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막야구'를 시작하게 된다.
멋진 글러브도, 든든한 방망이도, 반짝이는 유니폼도 없지만 막야구부 아이들은 야구 모자 하나에 맨주먹으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야구를 즐겼다. 야구부처럼 시원한 타구를 날리거나 능숙하게 공을 잡아내지 못해도 기죽거나 창피해하지 않고 마음껏 웃고 야구 그 자체를 즐겼다고 할까. 모든 게 다 갖추어지지 않고 너무나 열악한 환경이지만 야구에 몰입하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들은 절로 웃음이 났다. 바로 이런 게 운동장이, 그리고 야구가 아이들에게 주는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야구를 즐기던 막야구부 아이이들은 뜻밖의 장애물에 마주하게 된다. 방과 후 운동장을 차지하는 그들을 못마땅하게 여긴 야구부 감독의 견제 때문이다. 감독은 학교 대표 야구부를 위해 막야구부 아이들을 운동장에서 쫓아내려고 하는데.. 과연 막야구부 아이들은 운동장을 지켜낼 수 있을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아이들만의 기발한 방법에 아마 누구라도 감탄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이 세상을 배우고 자신을 키워가는 모습에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이 책에서 운동장은 단순한 놀이 공간이 아니라 정의와 진리, 평등 그리고 연대와 용기와 같이 살면서 꼭 알아야 할 가치들을 배우고 익히며 성장하는 장소가 된다. 김동해와 공희주, 그리고 막야구부 아이들은 그 소중한 운동장에서 부당한 현실에 맞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그 모습들이 주는 울림은 그 어떤 이야기보다 깊이 퍼진다. 책은 '우리가 배워야 할 거의 모든 것은 운동장에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함께 뛰고 부딪히고 서로 웃고 즐기며 자라야 함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