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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막에서 삶을 배웠다 - 고비사막 250km를 달리며 배운 나를 사랑하는 법
방주희 지음 / 마음연결 / 2025년 4월
평점 :
제목 그 자체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사막과 삶이라는 두 단어의 조합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과연 그 안에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 책은 평범하게 살던 저자가 고비사막 마라톤 250km에 도전하면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도전과 성장, 그리고 삶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사막이라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매일같이 마라톤 풀코스에 해당하는 거리를 달리며 신체적 고통은 물론 정신적 한계와도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페이스를 찾아가고 남과 비교하지 않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이러한 저자의 여정은 책을 읽는 우리에게도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아가는 태도가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게 만든다.
책은 고비 사막 250km 마라톤을 완주한 한 사람의 기록이지만 단순한 도전기를 넘어 삶의 본질과 태도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작가는 처음부터 큰 목표를 세운 것도 특별한 체력이나 운동 경험이 있었던 것도 아니라고 고백한다. 단지 자신을 믿고 한 번쯤 달려보고 싶었고, 그런 마음이 출발점이 되었다. 저자는 과거 오랜 시간 건강 문제로 고통받았던 경험이 있었고 병원을 오가며 일상을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이후 조금씩 회복하면서 걷고 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이 살아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점차 삶에 대한 태도도 바뀌었다고 한다. 움직임 속에서 자신의 내면이 회복되는 경험은 이 책의 핵심이자 출발점이라 생각된다.
마라톤에 도전하는 과정은 단순한 체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막이라는 낯선 환경 속에서 날씨, 거리, 고통, 불확실함을 견뎌야 했고 그 모든 순간마다 스스로를 다시 다잡아야 했다. 특히 주변의 걱정과 현실적인 여건 속에서도 그 도전을 이어간 선택은 단지 하나의 도전 이상으로 삶의 우선순위와 방향을 다시 점검하게 만든 계기였다.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성취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결과보다는 매일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자신만의 속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생각으로 스스로를 이끌었는 지가 더 깊이 있게 다가온다. 그리고 저자는 누구에게나 각자의 사막이 있다고 말한다. 길이 보이지 않거나 방향을 잃는 순간이 있지만 멈추지 않고 걷다 보면 결국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여정을 진솔하게 담아내며 도전을 준비하며 머뭇거리는 우리 모두에게 실질적인 용기와 방향을 제시하며 큰 울림을 남긴다.
이 책에서 인상 깊은 부분 중 하나는 사막 마라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가족의 존재이다. 저자는 매주 주말마다 40~50km씩 훈련을 이어가며 점차 체력을 끌어올렸고 훈련 강도를 높이기 위해 평지에서 산길로 코스를 바꾸며 준비에 집중했다. 단순히 훈련 거리나 강도가 인상적인 것이 아니라 그 옆을 지켜주고 때로는 걱정하며 함께해 준 가족들의 모습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무더운 날, 훈련 중 뒤따라온 남편과 딸은 힘들어 보이는 저자를 향해 “그만하라”고 외치면서도 끝까지 함께했고 중간에 달리며 동행하거나 조용히 기다리며 응원했다. 큰 반응을 보이지 않던 아들도 훈련 중간 지점에 아이스커피를 들고 나타났고 저자가 좋아하는 빵을 챙겨 오기도 했다. 말로는 무심한 듯하지만 행동으로 응원과 관심을 표현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뭉클한 감동을 준다. 그렇기에 훈련 중 저자는 자신을 지탱하는 것이 단지 다리의 힘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반복되는 훈련 속에서 진짜 에너지가 되어준 것은 바로 곁을 지켜주고 응원해 주는 가족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단단하게 받치고 있는 것은 다리가 아니라 가족이었다고 말하고 이 문장이 큰 울림을 전하는 듯하다. 과정의 힘 그리고 함께하는 존재가 얼마나 큰 동력이 되는지를 실감하게 만든다.
저자가 완주한 고비 사막 250km 마라톤은 얼핏 보면 현실과는 거리가 먼 아주 비현실적인 도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책 속에 담긴 여정은 과장 없이 담담하고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그 길이 결코 우리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든다. 그렇기에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이 더 깊어진다. 출발을 앞두고 저자는 돌돌 말아둔 침낭을 꾹꾹 눌러 배낭에 넣고 슬리핑 패드를 겹겹이 접어 단단히 묶으며 출발 준비를 한다. 손에 익지 않은 동작에 스스로도 불안함을 느끼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라는 마음으로 신발끈을 다시 조여 매며 출발선에 선다. 완벽하지 않은 준비, 예측할 수 없는 환경, 그리고 그 속에서 시작을 감행해야 하는 현실을 담은 이 장면은 사막 한복판의 특별한 레이스이면서 동시에 우리 모두가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삶의 출발점과도 닮아 있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완전한 확신을 갖기는 어렵다. 조건이 갖춰지기를 기다리다 보면 정작 출발선에 서지 못하는 순간도 많다. 하지만 이 여정은 완벽하지 않아도 시작할 수 있어야 하며, 때로는 그 ‘불완전함을 견디며 나아가는 용기’가야말로 삶에서 가장 필요한 태도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마라톤 완주보다 더 큰 의미를 전하고, 우리 각자의 현실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저자에게 있어 85등이라는 숫자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끝까지 부상 없이 완주하는 것이 목표였고, 그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이 걸어갔다. 자신을 믿는 마음과 단순하고도 분명한 한 걸음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여정이었다. 결과적으로 저자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막을 걸어 결승선을 통과했고 그 과정이 전하는 울림은 단순한 성취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이 책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삶의 진정한 의미와 성장은 남과의 경쟁이나 순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며 자기만의 속도로 꾸준히 걸어가는 과정에서 얻어진다는 것이다. 고비 사막이라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저자는 예상치 못한 고비를 하나하나 극복해나가며 내면의 단단함을 만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남을 의식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으며 자신만의 리듬을 지켜나가는 자세가 결국 인생에서도 가장 중요한 태도임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이 책은 완벽한 준비가 아니어도 괜찮고, 빠르지 않아도 멈추지 않으면 된다고 말한다. 꾸준히 한 걸음씩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자유라는 결승선에 도달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지금 인생이라는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묵직한 용기와 희망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