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사피엔스
해도연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다. 제목 그대로 인류가 모두 사라진 먼 미래, 오직 한 사람만이 깨어난다는 설정은 책을 읽자마자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27543년이라는 아득히 먼 미래, 그리고 인간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폐허의 행성에서 홀로 존재하게 된 '마지막 사피엔스'인 주인공 에리카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익숙하게 여겨온 인류와 문명, 그리고 존재의 의미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보게 된다.


이야기는 주인공 에리카가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낯선 캡슐 안에서 눈을 뜬 에리카는 창밖에 펼쳐진 풍경이 자신이 기억하는 지구와은 전혀 다름을 깨닫게 당황한다. 어디인지, 언제인지 조차 알 수 없으며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에리카는 우연히 한 장의 오래된 사진을 발견하게 된다. 사진 속에는 자신과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여자가 함께 웃고 있다. 그리고 사진 뒷면에는 '26세기, 밝은 미래에서 다시 만나'라는 수수께끼 같은 메시지가 적혀 있다.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주변을 살피던 에리카는 곧 캡슐의 시간을 표시하는 장치를 발견하게 되고, 그제야 자신이 27543년에 깨어났음을 깨닫게 된다. 사진 속 약속했던 미래에서 무려 25000년이나 흐른 시점, 인류의 흔적이 모두 사라진 지구에서 에리카는 홀로 방주를 찾는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에리카는 또 하나의 캡슐 속에서 생명이 없는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함께 미래를 기약했을 동료일 수도 있었던 사람이 싸늘한 주검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은 에리카에게 절망적인 현실을 각인시킨다. 그 순간 터져나오는 에리카의 절규는 인류의 문명이 끝나버린 세상에서 홀로 남은 자가 느끼는 고독과 공포를 고스란히 느끼게 만든다.


이 후 소설은 인류 문명이 멸망한 27543년의 지구에서 홀로 깨어난 마지막 인간, 에리카의 고독한 생존과 진실 탐색의 여정을 그린다. 더 이상 살기 힘들어진 지구를 떠나기 위해 26세기 인류는 냉동 수면에 들어갔고, 일정 시점이 되면 방주가 열려 인류가 다시 깨어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방주는 열리지 않았고, 에리카는 약 2만 5천 년이 지난 후에야 홀로 깨어난 것이다. 그녀는 폐허가 된 도시 속에서 다른 생존자를 찾으려 노력하며, ‘구원’이라는 단서를 비롯한 과거의 흔적들을 통해 진실을 추적한다.


시간이 흐르며 지구의 숲속에서 살아가는 데 익숙해진 에리카는 조랑말과 코끼리를 닮은 새로운 생명체 ‘켄티펀트’를 마주한다. 이들 모두는 귀에 귀걸이를 하고 있었지만, 유일하게 귀걸이가 없는 어린 개체와 유대감을 느낀 에리카는 그를 ‘켄티’라 부르며 친구가 된다. 에리카와 켄티는 함께 방주를 향해 여정을 이어가던 중, 그들이 마주한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 이야기가 흘러 갈수록 더 흥미진진해지는 에리카의 여정과 신박하다 못해 기괴한 존재들은 과연 에리카가 마주한 진실이 무엇일지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에리카의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은 인류의 종말 이후에도 인간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묻는 깊은 질문을 남긴다. 에리카의 여정은 단순한 생존의 기록을 넘어, 극한의 고독과 절망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의지와 남겨진 자로서의 책임감을 조명한다. 우리는 에리카가 마주한 끝없는 시간과 황폐한 세계를 함께 거닐며,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특히 이 작품은 지구에 살아남은 존재가 반드시 인류이어야만 한다는 관념에 의문을 던진다. 에리카가 켄티펀트와의 유대, 그리고 새로운 지성체와의 만남을 통해 보여주는 여정은 ‘인간’이라는 범주의 한계를 넘어, 존재와 공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는 지구라는 무대 위에서 우리만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주며, 오히려 인간의 외로움과 책임이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멸망한 지구에 홀로 남은 에리카의 존재는, 끝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한 인간의 삶이 어떻게 의미를 만들어 가는지, 그리고 그 의미를 붙들고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숭고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에리카의 외로운 발걸음을 따라가며,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끝까지 되새기게 한다. 마지막까지 이 소설을 읽는 독자라면, 에리카의 여정이 남긴 깊은 울림과 함께, 지구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와 그 다양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