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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당 산냥이 - 제2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저학년) ㅣ 첫 읽기책 18
박보영 지음, 김민우 그림 / 창비 / 2025년 3월
평점 :
표지 그림 속 사랑스러운 산냥이에게 완전히 매료되어 읽게 된 책이다. 동그란 눈망울의 산냥이와 호호당에 앉아 웃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은 이 책이 과연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실수투성이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한 발짝씩 나아간느 산냥이와 그런 산냥이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 호호 할머니와의 이야기를 따스하게 담아내고 있다. 제2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동화 부문 대상을 수상한 이 책은 유쾌하고 따뜻한 소동극이다. 천방지축에 에너지가 넘치는 고양이 산냥이는 미숙하지만 정많고,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온 힘을 다하는 모습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책은 신비로운 약초가 자라는 호약산과 호약산 꼭대기에 자리잡은 작고 허름한 약초방인 호호방, 그리고 그곳을 지키는 산군 호호 할멈과 별난 조수 산냥이에 대한 소개로 시작된다.
그리고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 푸릇한 기운이 가득한 초여름의 호약산의 생동감 넘치는 풍경이 펼쳐진다. 평소엔 새소리만 들리던 호약산 입구가 갑자기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한다. 그 이유는 바로 <백세 건강>이라는 영상 때문이다. 어떤 약초꾼이 호약산을 자랑하는 영상이었는데 과연 이 약초꾼은 누구이길래 이러한 영상을 제작한 것일까? 영상은 순식간에 조회수가 치솟고 삽시간에 온 세상으로 퍼져 나갔다. 영상 속 신비의 약초가 자라는 호약산이라는 말에 혹한 사람들은 너도나도 산으로 찾아오고, 사람들은 모두 호약산 꼭대기에 있다는 전설의 약초방 호호당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들이 보게 되는 건 자욱한 안개뿐일 것이다. 왜냐하면 호약산의 산군이자 호호다으이 주인인 호호 할멈이 자리를 잡은 이후, 산꼭대기까지 오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이 신비로운 설정은 초반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며, 과연 호호당과 산냥이가 어떤 사건을 겪게 될 것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호호당으로 장면이 전환되어, 허름한 미닫이문이 '휙'하고 거칠게 열리며, 네 발에 흰 양말을 신은 듯한 귀여운 고양이 산냥이가 "호호 할멈!"이라고 외치며 등장한다. 몸집은 작지만 힘만큼은 장사인 산냥이는 문을 너무 세게 열었다가 호호 할멈에게 꾸지람을 듣는다. 그런데 오늘 따라 산냥이는 유독 기분이 좋지 않다. 왜나면 호약산에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이 산에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몰려드는 지 수상하다며 투덜대는 산냥이. 그러자 호호 할멈은은 불같이 화를 내며 산냥이에게 사람들 앞에선 절대 말조심 하라며 호통친다. 고양이가 말을 한다는 사실이 들통나면 큰일나기 때문이다. 앞으로 사람들 앞에선 꼭 고양이 울음소리만 내던지, 아예 입을 닫든지 둘 중 하나만 하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호호 할멈. 이 장면만 봐도 왠지 산냥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이렇듯 호호 할멈을 도와 약초방을 꾸려 나가는 매일 두 앞발이 초록 풀물이 들 정도로 열심히 약초를 캐러 다닌다. 하지만 성격이 급하고 덤벙대는 탓에 매번 실수를 저지르고, 그때마다 호호 할멈에게 꾸지람을 듣기 일쑤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좋아하는 이를 위해 자신의 몫을 다하려는 산냥이의 모습은 서툴지만 진심 어린 용기를 보여주는 듯 하다. 그리 호약산에 몰려드는 사람들의 틈을 타 약초를 노리는 음흉한 너구리 '너굴 아재'까지 나타나며 사건은 점점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산냥이는 위기의 호호당을 지켜낼 수 있을까? 산냥이와 호호 할멈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호호당 산냥이>는 장난기 많고 엉뚱한 고양이 산냥이가 신비한 약초가 가득한 호약산을 지키기 위해 펼치는 유쾌한 소동을 담은 작품이다. 말썽꾸러기지만 마음만은 진심인 산냥이의 성장 과정이 따뜻하게 그려지고, 호호 할멈과의 깊은 유대는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하늘다람쥐 오람이, 너굴 아재 등 개성 있는 동물 캐릭터들이 이야기에 활기를 더하며, 마을로 향한 산냥이의 첫 심부름과 새로운 친구 ‘송이’와의 만남은 어린이에게 환대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산냥이는 실수투성이지만, 그 안에서 배우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독자들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만든다. 특히 호호 할멈의 꾸짖음 없는 사랑과 기다림은 아이들이 세상과 마주할 때 필요한 어른의 존재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만든다. 결국 산냥이를 위한 ‘보물 1호’가 과거 산냥이가 정성껏 따다 준 깻잎이었다는 사실은, 사랑이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이야기를 따뜻하게 마무리한다. 이 책은 사랑 속에서 마음껏 실수하며 성장할 수 있는 용기를 전하는 작품이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자기 안의 산냥이를 발견하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세상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