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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라는 세계 -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살 것인가
켄 베인 지음, 오수원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3월
평점 :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소제목에 끌려 읽기 시작한 책이다. 평생을 두고 되풀이하게 되는 이 질문은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가장 본질적인 고민이기도 하다. 초등학교에서 시작해 대학을 거쳐 사회로 나아간느 동안, 우리는 수많은 시간을 '공부'에 쏟아붓는다. 그러나 과연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배웠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세계 최고의 교수법 전문가이자 하버드대학교의 마이크 센델 교수를 비롯한 세계 석학들이 '멘토'로 인정하는 켄 바인이 30년에 걸쳐 연구한 배움의 본질을 바탕으로, 공부란 성적이나 스펙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원하는 삶을 찾아가는 깊이 있는 탐색임을 일깨워준다.
이 책에는 12년 만의 재출간을 축하하며 한국 독자들에게 보내는 저자의 한국어판 서문이 수록되어 있는데 서문 속 저자의 말은 마음에 깊이 남는다. 그는 창의적인 삶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한국 독자들 덕분에 이 책의 논의가 더욱 풍부해졌고, 그들과의 소통이 바로 배움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창의적인 삶'이란 단지 기존의 지식을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배움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설계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태도라 할 수 있다.
켄 베인은 이 책에서 공부하는 사람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첫 번째는 '전략적 학습자'로,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필요한 것만 골라 학습하는 사람이다. 두번째는 '피상적 학습자'로, 실패를 두려워하고 최소한의 노력으로 버텨내는 데 집중한다. 마지막으로 '심층적 학습자'는 새로운 지식 자체에 흥미를 느끼고, 배운 내용과 자기 삶을 연결하며 의미를 찾아나간다. 저자는 30년간 심층적 학습자들과의 깊이 있는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야말로 진정 창의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움을 대하는 태도와 노력에 따라 확장된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이 믿음이야말로, 공부를 삶의 도구가 아닌 삶 자체로 받아들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기반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심층적 학습자들이 스스로에게 공부를 위한 힘과 동기를 부여하는 관점을 지니게 된 이유는 이들이 가지는 특징을 보면 알 수 있다. 심층적 학습자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세 가지 핵심 특징이 있다. 첫째는 ‘호기심의 재발견’이다. 이들은 어린 시절 느꼈던 순수한 궁금증을 다시 되살려, 세상을 경이롭게 바라보며 배움 자체에서 기쁨을 느낀다. 새로운 지식이나 경험을 접할 때마다 그것의 의미를 성찰하고, 다른 주제와 연결해 확장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지속적인 탐구는 그들의 삶을 더욱 흥미롭고 의미 있게 만든다.
둘째는 ‘창의성’이다. 심층적 학습자들은 아이디어와 통찰이 상상력을 자극하고 자신을 성장시킨다는 사실에서 큰 동기를 얻는다. 그들은 결과보다 배움의 과정에서 얻는 깨달음에 집중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데 창의적 사고를 적극 활용한다. 창의력은 그들에게 단순히 뛰어난 능력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도구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모든 인간은 유일무이하다’는 가치를 내면화하고 있다. 타인의 고유한 시각과 통찰을 존중하며, 그것을 통해 자신 역시 새로운 자극과 도전을 얻는다. 다른 사람의 성취에서 감동과 배움을 얻고, 이를 자신만의 성장으로 전환할 줄 아는 능력이 이들에게는 자연스럽다.
이러한 심층적 학습자들의 특징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공부는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니라, 호기심을 불태우고 창의성을 발휘하며 타인의 경험을 존중하는 과정일 때 비로소 삶을 깊이 있게 만들어준다. 배움은 목적이 아닌, 살아가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들은 몸소 증명해 보인다.
그리고 이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또 하나의 메시지는 '실패를 대하는 태도'였다. 에이미 상을 수상한 유명 방송인 스티븐 콜베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저자는 실패가 단순한 좌절이 아닌, 오히려 우리를 해방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스티븐은 실패에 심각하게 몰입하지 않는 태도를 지녔고, 그 덕분에 성적이나 평가에 휘둘리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이를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피드백으로 받아들였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더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학습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배움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자세는 우리 모두가 공부를 대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심층적 학습자들이 지닌 태도의 본질은 결국 '배움은 성공의 수단이 아니라 실패를 끌어안는 삶의 방식'이라는 깨달음에 이르게 만든다.
이 책은 단순히 더 나은 성적을 위한 공부법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공부란 무엇인가’, ‘왜 배우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해, 배움이란 결국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깊은 통찰을 전해준다. 특히 저자가 100여 명의 삶을 통해 밝혀낸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의 공통된 배움의 태도는, 우리에게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적과 결과만을 좇는 공부에 지쳤다면, 이 책은 당신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줄 것이다.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를 받아들이며, 호기심과 창의성을 삶으로 확장하는 공부, 그것이야말로 우리를 진정으로 성장시키는 공부임을 이 책은 강하게 주장한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우리는 어느새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지금 무엇을, 왜, 어떻게 배우고 있는가?”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당신에게 가장 든든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