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 드림 창비청소년문학 130
강은지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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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드림'이란 자각몽을 뜻하는데 수면자 스스로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채로 꿈을 꾸는 현상을 말한다. 1913년 네덜란드의 내과의사 F.V. 에덴이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로 꿈을 꾸면서 스스로 그 사실을 인지하기 때문에 꿈의 내용을 어느 통제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이 마구 생기는 이 책은 운 좋게 창비 가제본 서평단에 뽑혀 조금 일찍 만나게 되었다.


때는 2029년 어느 날, 많은 사람들이 일명 '꿈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꿈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의 대부분은 성인이었고, 그들은 길을 걷다가 횡단보도 위에서, 버스 정거장에서, 학교 앞에서 잠들었다. 의사들은 그들이 의식 불명이 아닌 수면, 즉 숙면의 상태에 빠진 거라고 했다. 그들은 꿈의 세계에 갇혀 지독하게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상태였고, 어떤 사람들은 집에서 또는 길 한 가운데서 언제 깨어날지 모를 잠을 자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어른들 대부분이 잠이 들어버린 세상에서 잠에 들지 않은 아이들은 잠이 든 어른들을 지켜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주인공 강희의 일기로 시작된다. 엄마와의 갈등을 토로하는 이야기로 시작된 일기는 점점 꿈 바이러스로 인해 너무나 달라진 세상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한다. 강희의 엄마도 친구네 부모님도 선생님들도.. 대부분의 어른들이 잠든 세상은 도무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과연 강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만 할까?


그리고 이어지는 강희와 강석의 이야기. 강희와 강석은 쌍둥이 남매 사이다. 엄마는 꿈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침대에 잠들어 있고, 평소와 달리 늦게 일어난 강석은 일어나자 마자 엄마의 상태를 살핀 후 즉석식품을 챙겨 강희와 함께 윤서에게로 갔다. 강희의 친구 윤서는 길에서 서로 조금 떨어져 잠든 부모님 곁에 텐트를 치고 지내고 있다. 집에선 부모님이 보이지 않았고, 요즘 부쩍 약탈자가 수면자의 옷이나 신발을 훔쳐 가거나 수액을 빼앗아 가는 일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윤서는 잠시라도 부모님 곁에서 한눈을 팔 수가 없었다. 돌볼 사람이 하나인 강석과 강희는 혼자서 두 명을 돌보는 윤서를 도왔다. 강희의 눈에 너무나 이상적이었던 윤서의 가족이 이렇게 변한 게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지만 윤서도, 강희도, 강석도 그리고 다른 친구들도 모두 잠이 든 어른들을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강석은 어른들 뿐만 아니라 같은 학교에서 왕따였던 친구 동준까지도 돌보고 있다.


꿈 바이러스로 인해 대부분의 어른이 잠이 든 세상은 동시에 모든 것이 멈춰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원래라면 고3으로 수능을 준비하고 있었을 아이들은 잠아 든 부모님, 잠이 든 언니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식량을 구하기 위해, 생명유지장치의 수액을 구하기 위해 서로 연대하며 애를 쓰고 있다. 과연 이 아이들은 무사히 어른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 많은 것들이 무너지고 바뀐 세상에서 그럼에도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의 아이들은 언젠가는 수면자들이 깨어날 꺼라는 희망을 가지고 지금의 상황을 견뎌내고 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곁을 지키며 끝까지 버틸 수 있도록 돕고 또 돕는다. 선한 마음을 잃지 않고 어른들 곁을 지키는 아이들의 고군분투는 그래서 더욱 눈물겹고 감동적이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하나씩 밝혀지는 아이들 각각의 이야기는 꿈의 세계로 도피한 어른들과 달리 잠들지 않고 세상을 지키며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들에 더욱 애틋하게 이들을 응원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이 아이들 앞에 부디 따뜻한 봄이, 아름답고 예쁜 봄이 오기를 바라고 또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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