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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임의 바다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3
팀 보울러 지음, 서민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9월
평점 :
띠지 속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다면 다시 십 대로 돌아가도 좋다."라는 문구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해리포터>를 제치고 만장일치로 카네기 메달을 수상하였고, <리버보이>로 성장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가 팀 보울러의 또 다른 대표적인 성장소설이다. 이 책에서는 운명적 인연의 느낌을 받은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살던 좁은 세계를 떠나 바다 너머로 나선 열다섯 살 소녀, 헤티의 여정을 아주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주인공 헤티는 여느 아이와는 조금 다른 아이였다. 헤티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들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바다의 속삼을 들을 수 있었고, 깨진 유리 조각인 바다유리를 통하여 어떠한 형상을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헤티를 몽상가라 칭하며 그녀를 편견으로 대했다. 특히 헤티가 사는 곳이 육지에서 떨어진 작은 섬이었기에 사람들의 편견은 여느 곳보다 높았다.
이 책의 이야기는 모라의 자랑이라는 배가 50주년이 되고, 퍼 노인의 100살 생일을 기념한 파티에 섬 사람들이 모두 모여 연설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는 것이 싫었지만 헤티는 할머니의 강요과 절친 탐에게 끌려 퍼 노인의 생일 파티에 가게 된다. 100세 생일을 기념하여 하게 된 연설에서 퍼 노인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잔치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경고를 한다. 퍼 노인은 모라 섬을 향해 악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한다. 과연 진짜로 모라 섬에 악이 몰려오고 있는 것일까?
사실 모라 섬에는 폭풍이 다가오고 있었다. 갑자기 다가온 폭풍에 사람들은 퍼 노인의 말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지 불안해하게 된다. 폭풍은 점점 더 거세지고, 바람과 파도로 인해 50년 동안 끄덕없던 모라의 자랑이 산산히 부서지고야 만다. 이 뿐만 아니다. 정체불명의 한 노파가 섬으로 떠내려 오는데, 섬 사람들은 노파가 퍼노인이 경고한 악의 근원이라며 처벌하고 내쫓자고 하지만 헤티는 노파에게 운명적인 인연을 느끼며 그녀를 보호하고 지키기로 한다. 하지만 노파를 지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노파가 악의 근원이라고 소리치는 퍼 노인에게 맞서 말다툼을 했는데, 퍼노인이 죽고야 만다. 그리고 노파의 몸상태도 좋지 않다.
상태가 좋지 않았던 노파는 신기하게도 헤티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헤티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찾아나서고, 헤티에게만 말을 했다. 과연 노파와 헤티에게는 무슨 인연이 있기에 노파가 헤티만을 특별하게 대하는 것일까? 그리고 사실 다른 곳과는 멀리 떨어진 외딴 섬이라는 특징상 모라 섬 사람들의 편견과 적개심은 심한 편이며 이는 동시에 모라 섬 사람들을 용기있고 적극적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상 섬사람들의 노파에 대한 적개심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가는데, 그레고르 할아버지의 죽음 이후 극대화되어간다. 결국 헤티는 노파를 지키기 위해 바다 너머로 모험을 나서기로 하는데, 헤티는 끝까지 노파를 지켜낼 수 있을까? 헤티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바다 너머에 어떠한 위험이 있을지 모르지만 헤티는 차별과 편견이 가득한 모라 섬에서 노파를 지켜내기 위해 스스로 발을 내딛어 또 다른 세상을 향하여 길을 나선다. 과연 헤티는 이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더 큰 파도를 만나 실패하게 될 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녀에게 그것은 그리 중요치 않았다. 섬 너머에서 맞닥뜨릴 위험보다 섬 사람들로부터 노파를 지켜내는 일이 헤티에겐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려움을 딛고 한발짝 앞으로 나아간 헤티의 모습들이 누군가에겐 무모하게 느껴질 지 모르지만,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나아갔기에 헤티는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이런 헤티의 모습은 현실에서 우리의 모습과 너무 닮아서 어느새 나도 모르게 헤티를 응원하게 된다. 부디 헤티의 모험이 성공하기를 바라면서 마음 졸이며 헤티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가족도 아닌 타인을 위해 편견과 위험에 맞서는 헤티의 선한 마음이 부디 성공하길 바라게 된다. 어쩌면 너무나 무모하지만 그럼에도 이 선함이 때론 성장의 밑걸음이 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