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 - 복잡한 도시를 떠나도 여전히 괜찮은 삶
조여름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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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소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대도시의 고단한 생활을 떠나 뜻밖의 행복을 찾아낸 소도시에서의 삶을 솔직하게 담고 있다. 특히 '복잡한 도시를 떠나도 여전히 괜찮은 삶'이라는 이 책의 소제목은 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이야기는 대도시를 떠난 저자가 "이제야 비로소 편안하다. 서른 후반이 되어서야 겨우 허덕이지 않게 됐구나. 나는"이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그렇다. 대도시의 삶은 참 고단하다. 특히 저자의 말처럼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면 그 삶은 하루 하루 전쟁터와 마찬가지라 하겠다. 제 몸 누울 집 아니 방 한 칸 없고, 매일 다음 달의 생활비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자기계발에 저당잡혀 오늘의 행복을 꿈꾸기란 참 힘든, 그런 삶이다. 대도시의 삶이란 저자에게 자신의 발에 맞지 않은 작은 신발을 신은 것처럼 늘 불편하고 힘들고 아픈 그런 삶이었다. 그렇게 평소와 다름없이 물 먹은 신문지처럼 축 처진 채 시간이 되면 출근하고 시간이 되면 퇴근하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퇴근하자마자 옷들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고 저녁도 대충 라면이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떼우고 이불 속에 몸을 파묻은 채 TV를 보던 저자는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를 우연히 보게 된다.


그리고 시골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 음식을 먹으며 자신을 위해 하루를 정성껏 빚어가는 주인공 혜원의 모습은 저자로 하여금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불을 붙였다. '돌아가고 싶다'로 시작된 생각은 그렇게 서른 셋의 저자가 인생에서 저지를 수 있는 최대치의 일탈이자, 남들의 시선과 사회의 요구가 아닌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선택을 하게끔 한다. 이러한 저자의 선택이 누군가의 눈에는 너무 무모한 선택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 담긴 저자의 이야기는 이 책의 제목이자 저자가 선택한 '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는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 부에서는 서울과 수도권에 살아야만 된다고 생각하는 우리에게 시선을 조금만 돌려도 새로운 선택지는 우리 모두에게 놓여져 있으며 그 삶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풍요롭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음을 깨닫게 만든다. 1부에서는 순탄한 직장인의 삶을 사원증과 함께 반납하고 서울을 떠나 고향 상주에서 보낸 슬로우 라이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2부에서는 지망소멸 위험 지수 1위로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는 의성의 군청에서 임기 공무원으로 취업하여 시골 직장인으로 일하며 살아가는 본격적인 소도시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 3부에서는 어쩌다 보니 바다 건너 제주까지 가 직장 생활을 경험하게 된 저자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져 있다.


저자는 의성에서 임기제 공무원으로 취업하여 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로 살게 된다. 이 책에는 지역의 공무원 자리를 구하는 법 뿐만 아니라 대도시 생활에 익숙한 사람이 작은 도시로 이사올 때 논과 밭이 둘러싸인 시골집보다는 읍내에 있는 아파트를 얻을 것을 추천하는 등,그야 말로 직접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여러가지 꿀팁들일 솔직하게 담고 있다. 그리고 소도시가 대도시에 비해 직장 수가 적은 것은 맞지만 젊은 사람의 수는 더 적다 보니 오히려 경쟁률 은 대도시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낮은, 그야말로 블루오션이라는 것도 이 책의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그렇기에 서울, 경기권보다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으니 기업 취업이 대체로 어렵지 않으며 청년 창업이나 한 달 살기 프로그램 등 인구 유입을 위해 다양한 지원들이 있다는 것 등 저자는 소도시에 정착할 수 있는 방법을 정말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장점 뿐만 아니라 작은 도시에서의 삶에 대한 단점들도 솔직하게 담고 있어 작은 도시에서의 삶에 대한 환상을 주는 게 아니라서 더 좋으면서 유용하다.


저자는 사는 도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경험의 폭은 크게 확장될 수 있다고 말한다. 나 역시 울산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사를 하면서 삶의 방식과 시선이 달라짐을 경험하였기에 저자의 말이 더욱 공감이 되었다.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대도시가 아닌 곳에서도 잘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깨닫게 만든다. 내가 살아온 곳 역시 비교적 큰 도시였기에 이 책을 통해 소도시에서의 삶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다양한 지역의 도시, 아담한 동네로 이사를 하게 될 때 구지 '시골'과 '도시'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삶의 또 다른 기회가 펼쳐지는 깨달음을 얻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이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다. 사람마다 성격도 삶의 방식이 각자 다르듯이, 사는 곳도 좀 더 많이 다양해지고 그것을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첫 걸음을 저자가 열어준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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