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죽는가 - 노화, 수명, 죽음에 관한 새로운 과학
벤키 라마크리슈난 지음, 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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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분자생물학자인 저자가 들려주는 노화와 수명, 죽음과 불멸추구에 관한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때까지 죽음을 삶의 한 과정으로만 인식했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죽음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과연 죽음이란 무엇일까? 죽음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가? 그리고 우리는 도대체 왜 늙고 죽게 되는 것일까? 그냥 삶의 과정 속에서의 죽음이 아니라 생물학이 밝혀낸 사실을 근거로 한 이 책 속의 인간의 노화, 수명,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롭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수명을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길게 늘여놓았다. 그리고 늘어난 수명 동안 늙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소망이 되었다. 그렇기에 세계적으로 항노화에 대한 관심은 너무나 뜨겁다. 책의 서문을 인용하여 말하면 지난 10년 사이 노화에 관해서만 30만 건이 넘는 과학 논문이 발표되었다. 그리고 노화 문제를 다루는 스타트업 기업만 700곳이 넘으며, 투자액을 모두 더하며 수백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기존 거대 제약 기업들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포함하지 않은 숫자가 이정도라고 한다. 이렇듯 항노화와 죽음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이 시점에서 공적 및 사적인 엄청난 자금이 투자되며, 그로 인해 엄청난 거품이 낀 지금이야 말로 분자생물학에 몸담고 있으며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저자와 같은 사람이 나서서 우리가 노화와 죽음에 대해 과연 무엇을 알고 있는지 솔직하면서도 객관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어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먼저 이 책은 생명의 기본 단위인 세포의 구성이 도시와 비슷함을 들어 '죽음'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사실 정확하게 언제 죽음이라는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정의하기란 어렵다. 한때는 심장이 멎는 것이 곧 죽음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심폐소생술로 정지한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렇기에 현재는 뇌 기능 상실을 보다 죽음의 직접적인 징후로 받아들이지만 그조차 때때로 되돌릴 수 있다는 증거들이 보고 되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현재 세계에서는 제각각 다르게 죽음을 정의하고 있으며 출생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출생과 죽음을 어떤 순간에 일어나는 사건으로 생각한다. 출생한 순간부터 존해하며, 죽는 순간부터 존재를 멈춘다고 생각하지만 삶의 양쪽 경계는 그린 선명하지 않다. 그리고 죽음은 분자에서 국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층위에서 일어나지만, 아무리 이질적인 존재라 할지라도 성장하고, 노화하며, 종말을 맞이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노화와 죽음에 관하여 생물학이 밝혀낸 의미 있는 사실에 근거하여 이야기한다. 저자인 벤키 라마크리슈난은 영국의 분자생물학자로, 우리 몸의 단백질 생산공장이라고 할 수 있는 리보솜 연구를 통해 생명의 작동방식을 밝혀왔고, 2009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는 영국 왕립학회 회장을 지니기도 했다. 저자는 그 누구보다 분자생물학에 있어 정통한 이로서 유전자와 단백질, 세포 수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기에 노화가 일어나는지를 아주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노화를 늦추고 나아가 이를 되돌리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남아 있는 과제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차분히 검토하고 있는데, 여러 스타 과학자들과 유명한 생명공학 회사들에 대한 비판적 언급도 담아내어 항노화에 대하여 깊이 있게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음식을 절제하는 것이 마음껏 먹는 것보다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생각보다 탄탄하다는 점이 놀라웠다. 현재까지 의학적으로 라파마이신과 그 화학적 유사체들이 노화에 대처하는 가장 유망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보다 열량 제한이 더 큰 효과를 가져 온다는 것이다. 의학이 발전하여 모든 질병을 막아준다고 해도 어쨌든 우리가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은 우리 모두가 아는 것이라는 게 깊은 깨달음을 가져다 준다.


이 책은 세포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에서부터 시작하여 DNA 손상과 복구, 텔로미어, 후성유전학, 열량 제한, 자가 포식,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저하, 유라기에 의한 산화와 염증 등 노화에 관련된 주요 주제에 대하여 정말 세밀하게 정리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에 대해 확실하게 밝혀진 사실과 그렇지 않은 것을 분명하게 구분하여 알려주는 게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며 이는 저자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 덕분에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노화과학의 상황을 정말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며,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약물과 치료법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노화 , 수명, 죽음에 대해 통합적인 관점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것 역시 이 책이 가진 매력이다. 저자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은 노화과학의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노화과학에 대해 지나친 낙관론을 저자는 경계하면서도 분명히 많은 발전을 이루어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기에 저자는 기대수명이 상상보다 더 늘어난 세상이 오기 전에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짚어보라 말한다. 불평등의 심화, 인구과잉, 은퇴 연장의 필요, 창조성의 저하, 세대 간의 공정함의 문제 등등. 이 모든 것들은 앞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이며 해결해야 할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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