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재봉사의 옷장 숲속 재봉사
최향랑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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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자연에서 재미나면서도 신기한 이야기 씨앗들을 발견하는 최향랑 작가의 신작이다. 표지만 봐도 따사로운 햇살과 예쁜 꽃들이 가득한 봄날의 따스함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기분이 좋아진다. 이 책은 찾아온 모든 이들에게 정성스레 지은 옷과 행복을 선물하는 '숲속 재봉사'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다. 8년만에 선보이는 신작답게 다양하고 풍성한 볼거리와 함께 봄, 여름, 가을, 겨울 숲의 모습들을 아름답게 담아내어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숲속 재봉사와 숲 속 재봉사의 네 개의 옷장을 소개하며 시작된다. 깊고 깊은 숲 속에 사는 재봉사는 옷만들기를 아주 좋아하며, 뜨개질하는 강아지 쿵쿵이, 레이스 뜨는 거미, 가위질하는 가위벌레, 길이 재는 자벌레와 함께 옷을 만들며 살고 있다. 숲 속 재봉사에는 네 개의 옷장이 있는 데, 옷장 속의 옷은 신기하게도 입는 이의 몸에 맞춰서 커지고 작아진다.


봄의 옷장이 열리자 개구리, 곰, 담비와 오소리가 찾아온다. 그리고 저마다 마음에 드는 옷을 꺼내 든다. 숲 속 재봉사는 하늘하늘한 '산철쭉 드레스'를 만들고, 동글한 잎을 나란히 이어 만든 '괭이밥 망토'와 휘리릭 돌면 차르륵 흔들리는 '민들레 치마'와 맨드라미 씨앗으로 만든 단추를 달은 '금낭화 반바지'를 만들어 준다.


그렇게 숲속 재봉사가 만든 멋진 봄옷을 동물들은 입고서 숲속 재봉사와 함께 춤을 추며 햇볕 가득한 숲길을 걷는다. 다들 너무나 멋지고 행복해 보이는 풍경이다.


이렇게 멋진 봄의 옷장이 열리고 나서는 여름의 옷장, 가을의 옷장과 겨울의 옷장이 순서대로 열린다. 각각의 옷장에는 각 계절에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꽃잎, 나뭇잎, 씨앗 등을 이용하여 숲속 재봉사가 멋지고도 신박하게 만든 옷들을 가득하다. 숲속 재봉사의 옷장을 찾아온 동물들은 누구나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입고 숲속 재봉사와 즐겁게 논다. 각 계절별로 너무나 멋진 숲속 재봉사의 옷들은 어쩜 이리도 예쁘게도 만들었는지 감탄을 절로 나게 만든다.


책의 후반부에 펼쳐진 별똥별이 떨어지는 밤에 사계절의 옷장에 보았던 동물친구들이 모두 모여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은 이 책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장면이자 인상 깊은 장면이다. 모두가 너무 행복해 보이는 이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고 할까. 그리고 이어지는 겨울잠 자는 동물들과 겨울잠을 자지 않은 동물들이 한데 모여 자는 장면은 포그하고 따사롭게 느껴지는 한편 이후 또 어떤 이야기로 찾아오게 될지를 기대하게 만든다.


최향랑 작가가 이 책을 만드는 과정을 촬영한 동영상을 우연히 보았는데, 이 책에 나오는 옷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를 너무나 정성스럽게 대하는 저자의 태도와 손길을 보면서 이 책이 이토록 아름답게 담아진 데에는 저자의 무수한 노력과 열정과 애정이 있어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가득 담긴 자연 재료를 이용한 아름다운 콜라주와 계절을 함께 즐기면서 행복을 느껴보는 것도 참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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