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요리사 - 다섯 대통령을 모신 20년 4개월의 기록
천상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퀴즈에 나와서 더 화제가 되었던 '대통령의 요리사' 천상현님이 내신 책이라 해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최연소, 최장수 청와대 요리사로 무려 다섯명의 대통령을 모신, 전 청와대 총괄조리팀장인 천상현님의 20년 4개월동안 다섯 대통령에게 손수 끼니를 대접하며 겪은 특별한 음식과 사람, 그리고 잊지 못할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요리사라는 직책만으로도 그 책임과 임무가 막중할 것 같은데 무려 다섯 명의 대통령을 모셨다니. 그야말로 감탄할 수 밖에 없는 그의 이력이다. 그랬기에 그는 '청와대의 대령숙수', '중식요리의 대가', 효자동 1번지 청와대 주방의 전설로 알려져 있다. 그가 청와대 요리사가 된 것은 본인은 운이 좋아서라고 하지만, 그의 노력이 그를 청와대로 이끈 것이 아닌가 싶다. 신원 조회에 걸린 시간만 두달이 걸릴 정도로 모든 것이 엄격한 청와대. 그는 중식을 유난히 좋아하던 김대중 대통령의 특별 요청으로 추천을 받아 만 서른이라는 젊은 나이에 청와대에 입성했다고 한다.


이 책에 담긴 대통령들의 에피소드들은 그동안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들이다. 저자는 너무나 소소한 이야기라 하지만 이 에피소드를 통해 다시금 다섯 명의 대통령을 추억해 본다. 그리고 그가 모셨던 김대중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모두 국민들이 뽑은 대통령이었기에 자신에게 너무나 소중한 대통령이었고, 그분들의 정치적 공과를 떠나 성심을 다해 모셨기에 20년이라는 시간이 행복했다는 그의 말에 그가 그의 일에 얼마나 책임과 정성을 다 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한 분의 임기 동안 차려야 할 끼니는 대략 5천 끼 이상이고, 여기에 다양한 규모와 형식의 만찬까지 합치면 청와대 요리사로의 일이 얼마나 힘든 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게다가 요리사로 국가의 원수인 대통령을 책임진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일 것이다. 사계쩔 메뉴에 대한 장기적인 고민부터 건강 상태까지 고려해야 하며,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여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대통령의 요리사로 있는 동안에는 개인적인 시간이나 휴가조차 마음대로 허가되지 않는다. 한 번은 아이와 함께 처음으로 애버랜드를 가다가 입구에서 되돌아왔다는 그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20년 넘는 시간을 청와대 요리사로 자리를 지킨 그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다섯 대통령들의 이태껏 몰랐던 면모를 알게 되는 데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 중식을 유독 좋아하셨다는 것이다. 덕분에 저자는 청와대 요리사가 될 수 있기도 했고, 중식 요리 중 특히 '불도장'을 좋아하셨던 김대중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난 후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도 저자와 청와대 요리사팀이 만든 불도장을 드시고 기력을 회복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음식 에세이답게 다섯 명의 대통령에 관한 에피소드 끝에는 각 대통령과 관련된 음식의 레시피가 부록처럼 수록되어 있다. 이 레시피를 통해 대통령의 식탁에 올라갔던 음식들을 한번씩 즐겨봐도 좋을 듯하다. 제일 먼저 올린 김대중 대통령의 게살스프와 노무현 대통령이 주말마다 손수 끓여 드셨다는 주말 라면은 우리집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할 듯 싶어 올려본다.

이 책을 보면 대통령들 제각각 입맛과 선호하는 음들이 천치만별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유도선수에 버금가는 대식가였던 김대중 대통령은 앞서 적은 바와 같이 '불도장'을 특히 좋아하셨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걸쭉한 '토속촌 삼계탕'을, 이명박 대통령은 특별한 사연이 담긴 소울 푸드 '돌솥간장비빔밥'을, 나물 반찬을 늘 20그램 정량만 드신 '인간 저울' 박근혜 대통령, 바쁜 점심은 늘 한 그릇 요리로 해결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효자동 메밀국수' 등등. 사연도 제각기인 대통령들의 음식들에 관한 이야기들은 참 흥미롭다.


이 책은 단순한 음식 에세이가 아니라 음식 하나하나에 담긴 깊은 인생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각 대통령을 대하는 그의 "제게는 다섯 분의 대통령이 한 분과 같았습니다."라는 말에 그가 청와대 요리사로서 어떤 마음으로 일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런 그가 전하는 20년 4개월 동안의 깊디 깊은 음식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이제는 청와대 요리사가 아닌 요리사로 살아가는 그의 새로운 길에도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