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빈칸 - 당신의 생활 속에 반짝이는 크리에이티브 조각들
최장순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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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상은 과연 어떨까? 이 책은 <기획자의 습관>의 저자 최장순 크리에티브 디렉터이자 작가의 신작이다. 저자는 구찌, CJ, 크래프톤, 텐센트비디오, 마켓컬리, 빅히트뮤직 등 국내외 가장 핫한 브랜드의 컨설팅을 지휘해왔다고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저 단순한 일상들이 조금 새롭고 낯선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마력에 빠지게 된다. 과연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에는 그 어떤 빈칸이 또 있을까? 이 책과 함께 한번쯤은 새로운 시각으로 낯설게 일상을 바라봐도 좋을 듯 싶다. 


일상은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로, 생은 반복을 이루어 일상이 된다고 이 책은 말한다. 그렇다보니 일상의 반복이 우리를 둔감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음표와 음표사이, 빈칸을 메우는 모든 행위에 생각에 진짜 음악이 있듯이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로 빈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빈칸을 자기다운 방식으로 채워나갈때 일상은 비로소 빛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상의 어디에서 빈칸을 발견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빈칸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이렇게 질문하며 생각하다보면 너무 막연할 수 있다. 그렇기에 저자는 길거리에 우수수 떨어진 신용대출의 명함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작은 명함이라고 우습게 볼 게 아니라고 말이다. 잘 살펴보면 그 작은 명함 하나에는 확실한 타켓과 나름의 컨셉과 논리가 있다. 길거리에 버려진 작은 명함만 살펴봐도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컬러, 세계관, 타켓팅, 가치제안, 캐릭터, 이름 등. 그렇다면 우리는 이 세상에 어떤 가치를 제안할 수 있을까? 저자도 우리도 거리에서 생각의 실마리들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보면 거리는 정말 무궁무진한 의미의 스케치북이 맞다.


이 책의 기획자의 책 답게 길거리에 떨어진 명함에서부터 간판, 그리고 핫플의 카페까지 기획자의 시선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간판을 '이상주의자, 공리주의자, 비평가, 쾌락주의자'로 나눠 분석하는 것은 꽤 흥미롭고 신선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지금껏 그냥 지나쳤던 간판도, 그리고 카페의 디자인들도 새롭게 보인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메세지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저자에 의해 바라본 여러가지 중 제일 인상 깊은 것은 대전의 재래시장 속 한 커피 살롱 간판이다. 왜냐, 며칠 전 그곳을 지나쳤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나 또한 저자와 비슷하게 저 간판이 이 시장의 분위기를 명랑하고 쾌할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했는데, 저자 역시 이 책에서 비슷한 생각을 언급하니 반갑고 공감이 되었다.


이 책은 이렇게 우리의 일상,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새로운 발견을 찾는 재미를 가득 담아내고 있다. 모든 아이디어는 이렇게 시작된다 말하듯이 말이다. 무에서 유를 만든 것이 아니라 A가 B가 되는 실례를 하나씩 보여주며 창조라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 책 속에는 그렇게 앤디워홀이 마트의 수프캔을 화폭에 옮겨 팝아트를 창조했고, 명품 의류브랜드 베트멍은 DHL물류의 로고를 티셔츠에 배치하며 새로운 '잇템'을 유행시켰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스탠바이미' 등 이동식 스크린 역시 TV를 거실에서 떼어 옮겨 놓은 결과라는 것이다. 즉 창조는 재배치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우리는 정해진 배치를 헝클어트리고 생각을 자유로이 풀어놓다보면 누구라나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이 책 속에 보이는 반짝이는 수많은 크리에이티브들을 보다 보면 그렇게 일상의 빈칸을 채워나가는 일이 그리 어렵고 거창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제 우리도 한번 해보면 어떨까. 이태껏 흘려보냈던 일상을, 그냥 무심코 지나쳤던 모든 것들에 우리가 재배치하고 창조할 것들이 숨겨져 있다. 그게 바로 일상의 빈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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