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기만의 방>으로 너무나 유명한 버지니아 울프의 단편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시간이 멈춘 듯한, 현실과의 단절을 경험하였고, 그래서 더더욱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각 작품들은 그리 길지 않은, 어쩌면 너무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이 책의 제목이자 <그린>에 이어 실린 <블루>. 글도 글이지만 깊은 바다의 표면과 같은 표지 배경에 더더욱 눈길이 간다. 이 짧은 글을 한 편 읽었을 뿐인데,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바다 위, 수면 위로 올라온 들창코 괴물과 바닷물의 파랑, 그리고 하얀 물줄기. 이 세 이미지를 떠올렸을 뿐인데 처절한 몸부림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 처절함은 마지막 성모의 옷자락에 닿아 연푸른빛으로 변하며 다시 안정을 찾아가는 듯 하다. 


그리고 <전화>에서 첩첨히 들어선 건물들과 빽빽이 들어선 도로들. 도시의 밤풍경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왠지 삭막한 외로움이 느껴진다. 그리고 런던의 밤, 울리는 전화 벨소리. 기다리던 이의 전화이든, 내일의 소식을 알려주던 전화이든, 아니면 받기 싫은 전화이든.. 그냥 받지 않고 울리게 내버려둔다. 아주 짧은 글인데, 오래 전에 쓰여진 글인데 왠지 지금의 우리의 모습같다. 이 책 속의 많은 글들이 그러하다. 짧은 글 속에 담긴 풍경, 이야기들이 지금 읽어도 꺼리낌이 없다. 


<불가사의한 V양 사건>은 고독사에 관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결코 다르지 않아서 더더욱 공감이 간다. '고도의 문명화된 도시에서는 인간 생명에 대한 예우가 최소한도로 줄어'들어 모든 것을 현관 앞이나 우편함에 두고 가버린다. 이러한 행위들은 홀로 처절한 고독사를 맞이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발견되는 처참한 사건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과연 도시에서 익명성을 보장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다운 삶일까? 그렇게 홀로 외로이 사는 우리는 괜찮은 걸까?

버지니아 울프의 단편선이라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각 작품이 던지는 질문과 메세지는 책 속에 오랜 시간 머무르게 만든다. 과연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던져지는 질문들은 우리에게 묻는다. 짧지만 아주 강렬하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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