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부터 지적이고 우아하게 - 품위 있는 삶을 위하여
신미경 지음 / 포르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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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지적이고 우아하게'라는 표현이 너무 마음에 들어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의 소제목이기도 한 '품위 있는 삶'이란 과연 어떤 삶일까? 이 책은 품위 있는 삶을 살기 위한 지적 취향, 일상 취미에 대한 에세이를 담고 있다. 


책 날개에 있는 작가 소개에 눈길이 절로 간다. 더 나다운 내가 되기 위해 취미에 가까운 지적 생활을 한다는 저자의 소개글에 깊은 공감이 간다. 취미를 안다는 것은 바로 '나'를 알아가는 것과 같기에 말이다. 나를 알아가기 위한 취미 생활이야말로 더 나다운 삶을, 나자신을 사랑하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게 아닐까.


저자는 시간표라 이름 붙인 일정표에 따라 곳곳에 지적인 취미 생활을 배치하고서 틈틈이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 번에 몰아서 많은 양을 하는 것은 아니다. 느리게 가더라도 멈추지지 않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로 가득 채운 시간표는 그 자체로만으로도 행복의 지름길이 아닐까. 늘 공부하는 자세로 살아가는 저자의 모습이 내가 딱 원하는 삶의 자세이기에 이 책의 대부분의 이야기에 나는 무척 공감이 간다.


누군가는 왜 나에게 그토록 많은 책을 읽느냐고 묻는다. 무언가가 되기 위해, 혹은 부자가 되기 위해 나는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 책이 주는 즐거움, 그리고 책을 통해 알아가는 지혜와 지식으로 인해 삶이 윤택해지는 그 행복을 고스란히 느끼기 때문이다. 시험을 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좋은 성적을 위해 얻기 위한 목적성이 아니라 단순히 앎의 즐거움, 문학 작품이 주는 그 즐거움이 나는 참 좋다. 그 즐거움들로 쌓아올린 지식과 소양은 저자의 말처럼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 밑바탕이 된다. 진통제를 하나 삼키더라도 이부프로펜과 나프록센의 차이 정도는 알고 먹는 것과 같은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미묘하고, 구지 그런 것까지라는 생각을 할지 몰라도 그 미묘한 차이는 매 시간을, 그리고 나의 매일을 소홀하게 여기지 않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렇기에 정말 소소한 것에 행복할 수 있다. 그렇게 나는 더 단단해질 수 있는 듯하다. 


저자가 어릴 때부터 부단한 노력을 자기 자리를 만든 사람의 서사를 좋아한 것처럼 나 또한 그러했다. 그렇다고 그렇게 성공한 이들의 태도를 모두 배워 내 것으로 만들어 나도 성공해야지라며 마음을 다잡지는 않았다. 그들이 성공한 그 서사 자체가 정말 대단하다고 감탄하며 읽으며 그들의 성공에 진심으로 같이 기뻐했다. 가진 것은 별로 없어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옛날 이야기들을 즐겨서 일까. 저자처럼 나는 열심히 배우는 그 행위가 참 좋다. 어릴 때는 그 강약을 조절하지 못해 너무나 치열하게, 나자신을 갉아 먹으면서까지 달렸지만 지금은 그렇지는 않다. 나에게 맞는 속도로, 내 스타일 대로 조금씩 천천히 배우는 태도로 살아간다. 그 삶 속에, 매순간 열심히 하는 내 모습 속에 조금씩 끼어져있는 여유를 즐기며 배우는 모습들은 바로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깨달은 건은 내가 생각보다 지적이고 우아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거다. 그동안 내가 미쳐 깨닫지 못했을 뿐이였다. 물론 저자의 생활과 나의 생활의 루틴은 다르다. 왜냐 나는 결혼을 했으며 챙겨야 할 아이가 둘이나 있고, 직장을 다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일상 곳곳에는 저자와 같이 나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나를 위한 시간들이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건강을 위해 늘 하는 공원의 산책도. 주말이면 늘 들리는 도서관. 가끔씩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하는 박물관과 미술관, 수목원들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계속적으로 나의 지적 호기심들을 충족해 가면서 멈추지 않고 느리게라도 늘 이어가면 될 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며 삶의 품위라는 게 그리 거창하지 않음을, 지금 이대로 사는 나도 꽤 괜찮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좋다. 우리가 행복해지는 법은, 그리고 나다운 삶을 사는 법은 그리 멀지 않다. 바로 내가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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