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뒤흔든 50가지 범죄사건
김형민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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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 기억되는 사람들 중에는 위인들도 있지만 악인들도 늘 존재한다. 그 중 세상을 뒤흔든 악인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이야기는 들을 때마다 섬뜩하기도¹ 하고, 흥미롭다. 그래서일까 요즘 영화, 드라마, 소설 또는 다큐멘타리 등등에서 범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이 꽤 많이 나오고 있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 책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범죄에 대하여 역사의 변곡점에서 펼쳐졌던 범죄의 그 뒷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세계와 한국을 막론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범죄라는 '사회적 거울'을 통해 우리의 현재 그리고 인류의 역사 단면을 들여다 보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범죄에 대처하는 자세를 가다듬어 보고자 했다. 이 책에 실린 50가지 거울을 통해 범죄와 범죄자의 사연들을 들여다 보는 시간은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총 2부 8장으로 구성되어있다. 1부는 세계사 속 범죄자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1장은 역사를 바뀐 범죄이야기로 제1차 세계 대전의 불씨가 된 '프란츠 페르디난트 암살 사건', 인권 존중의 전범이 된 '미란다 원칙' 등이 이에 해당된다. 2장은 만들어진 괴물의 사연을 전한다. 목적없는 범죄를 일으킨 연쇄살인범 '헨리 하워드 홈스', 900여 명의 동반 자살을 이끈 사이비 교주 '짐 존스' 등의 이야기다. 3장에서는 야만적인 범죄자를 들여다본다. 노동자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았던 철강왕 '카네기', 황당무계한 면죄 조건의 면죄부를 팔았던 종교사기꾼 '요한 테첼' 등이 그들이다. 4장은 정의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죄 없는 마을 주민들을 몰살시킨 '마리아 학살' 관련자들, 아내 살해 누명을 쓰고 12년간 옥살이를 한 의사 '샘 세퍼드'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부는 한국사를 뒤흔든 범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1장은 나쁜 놈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복싱 세계 챔피언 타이틀 전에 가짜 복서를 데려오는 파렴치한 일을 저지른 이들, 중동 건설붐 때 독버섯처럼 가정의 평화를 깨트린 제비족들의 이야기등이 이에 해당된다. 2장에선 시대가 낳은 범죄자를 재발견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 때 민족차별의 모멸감에 정신줄을 놓고 무차별 살인을 저질렀던 '이판능', 각박하고 혹독했던 한국 현대사에 빈번하게 등장했던 '고려장' 사건 등은 다시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 3장은 범죄를 통해 한국사의 풍경을 되짚고 있다. 밀수꾼, 도굴꾼, 보물찾기, 보험 살인, 스토킹 등등 다양한 범죄들이 들끓었던 시절을 말이다. 마지막 4장은 간첩이야기다. 남파 간첩, 고정 간첩, 이중 간첩, 그리고 간첩을 만든 애국적 버러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오랫동안 아동은 보호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한시바삐 키워 노동력을 써먹어야 할 사육의 대상이었고, 힘센 어른들의 범죄의 제물이자 빗나간 학대의 희생자 일때가 많았다. 정말 안타까운 사건 들 중 하나인 '메리 엘렌 윌슨'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동물 보호소는 있어도 학대 받는 아동이 갈 곳은 없었고, 고아원에서 친부모 행세를 하며 아이를 데려워 가학성의 제물로 삼아도 제지할 수 없었다니. 이 얼마나 충격적인가. 다행히 컴컴한 아파트 벽장에 갇혀 매 맞고 불로 지져지고 가위로 찔리며 시들어 가던 소녀 메리 엘린은 구원받았고, 에타 휠러의 가족품에서 새 삶을 찾았다고 한다. 그 일을 계기로 세계 최초 아동보호기관인 '뉴욕아동학대방지협회'가 설립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한 인간을 구하는 건 우주를 구하는 것이다"라는 탈무드의 경구를 인용하며 이웃집 소녀의 비명을 듣고 도움을 청한 이웃과 이에 분노하며 눈물을 흘린 에타 휠러와 그녀와 손잡고 메리 엘렌을 구한 헨리 베르그를 칭찬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도 때로 귀를 열고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둘러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가냘픈 비명, 애타는 호소 하나에 호응하는 것은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며 한 우주를 구하는 일이기에 말이다.

 
무증상 장티푸스 보균자였던 '메리 멜런'의 이야기를 아는 이들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메리 멜런의 이야기에 대한 좀 더 깊이 있게 살펴보고 있다. 메리 멜런은 무증상 보균자였다. 그 당시 다른 남자 보균자들, 귀부인 보균자들은 강제 격리의 대상이 되지 않았고, 감호 처분에만 그쳤다. 하지만 아일랜드계 하류층 여성이라는 이중 핸디캡이 메리를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여자"라는 혐의를 씌워 종신 격리형을 선고받게 한다. 그녀가 수십 명을 감염시키고 몇 명을 사망에 이르한 한 장티푸스 보균자임은 확실했지만 악의적인 범죄를 저지른 적은 없었고, 먹고 살기 위해 법을 어겨야 했음을 고려해 볼 때, 그리고 다른 보균자와는 너무나 다른 차별적인 처우를 볼 때에도 메리의 호소와 그녀의 일생은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 중의 하는 김유정 작가가 스토커였다는 사실이다. 김유정 문학관에 갔을때 김유정이 사랑했던 여인이라고 박록주를 소개하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던 거다. 김유정은 명창 박록주에게 첫눈에 반해 대쉬를 하지만 박록주는 재력가의 소실, 결혼한 몸이었던 거다. 하지만 김유정의 대시는 지속되었고, 박록주가 김유정을 받아들이지 않자 지금 들어도 소름 끼치는 행동을 한다. 1974년 한국일보에 연재되었던 박록주의 <나의 이력서>에서 소개된 김유정 편지의 일부는 그야 말로 소름 끼친다.  그 후 김유정은 갈수록 더더 심하게 스토킹을 했고 급기야 혈서까지 보냈다고 하니,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싶다. 지금도 스토킹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사람은 존재한다. 그렇기에 자신의 마음을 받아 주지 않는다고 해서 자기 멋대로 행동하거나, 폭력을 행사하거나 혹은 협박을 하는 건 범죄라는 사실을 많은 이들인 인식하길 바래본다.

이 책을 통해 본 50가지 범죄 이야기는 때로는 안타깝고, 때로는 끔찍하기도 하고, 때로는 가슴 아프기도 하였다. 범죄와 범죄자들의 사연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니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범죄는 딱 우리의 사회적 모습들 투영한 결과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해 부디 많은 이들이 어떻게 하면 이 범죄들을 줄일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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