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책 독서 모임 - 오늘의 철학 탐구 민음사 탐구 시리즈 1
박동수 지음 / 민음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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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책의 표지 속 제목을 보면서 철학책을 난 언제 읽었지라는 생각부터 했다. 여러 종류의 책을 즐겨 있는 나조차 철학책에게는 다른 책과 달리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그런 철하책을 함께 읽는다면 과연 어떨까? 보통 철학이라고 하면 영원한 진리, 지혜, 위로의 기술, 까다로운 문장 등등 이런 편견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데, 이는 어제의 철학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철학책 편집자인 저자는 출판 현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읽은 오늘의 철학책 열권을 이 책을 통해 소개한다. 이 책에 담긴 오늘의 철학을 담은 열권의 책을 통해 지금의 우리를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고 있다.


이 책에서 철학책이란 오늘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사유를 담은 책을 말하고 있다. 좁은 범위의 철학에서 나아가 사회학, 정치학, 인류학, 생태학 등을 넘나들면서 바로 오늘의 다양한 이슈에 근본적으로 개입하고 도전하는 책을 의미한다. <나와 타자들>, <관광객의 철학>에서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까치 꼭 한번은 읽어 볼 만한 열 권의 철학책에는 동시대적인 감각을 공유하면서 현재를 깊이 있게 들여다 보게 한다. 한국 사회에서 우리는 젠더를 둘러싼 갈등, 문화충돌, 세대와 경제 격차와 같은 오래된 사회문제에서 극히 최근에 인식되기 시작한 기후 위기까지 다양한 오늘의 문제를 겪고 있따. 이 책의 담긴 열 권의 책에는 인간 내면의 위기를 들여다 보는 존재론적 탐구에서 시작해 인간과 인간 사이의 문제를 탐구하는 사회 철학, 인간과 물질을 얽힘을 탐구하는 신유물이라는 새로운 철학적 접근까지 오늘의 문제들을 이해하고 함께 고민하기에 참 좋은 책들이다. 안타깝고 부끄럽게도 이 책에 담긴 열 권의 책 중 단 한권도 나는 읽지 못했지만 이 책을 통해 앞으로 꼭 읽어야 할 열 권의 책을 알게 되어 기쁘다.

이 책에 제일 먼저 실린 <나와 타자들>을 통해 먼저 우리에게 '타자'는 과연 누구인지부터 말한다. 그들은 우리 공동체 안에 있는 타자들, 이미 우리 옆에 있는 평범한 타자들이다. 다양한 나라에서 일자리를 찾아 건너온 이주 노동자들, 쿼어문화축제에서 만날 수 있는 성소수자들처럼 우리 곁에서 일하고 먹고 노는, 어느새 우리의 이웃이 되어버린 타자들이다. 나와 타자들이 알게 모르게 공존하고 있는 이 사회를 <나와 타자들>의 저자 카림은 '다원화 사회'라고 부른다. 이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동시대적인 조건이기도 하다. 누구도 이 엄연한 사실 자체를 아마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다원화된 사회를 산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 건지, 다원화 사회는 우리 각자의 정체성에 어던 영향을 미치는 지를 묻고 있다. 1990년대 였다면 그런 탐구 대신 환대, 관용, 타자에 관한 인정, 차이의 윤리와 같은 좋은 말을 늘여 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문화 배경을 가진 소수자 학생을 '다문화'라고 부르면서 차별하는 사례가 보여 주듯, 성찰없이 사용되는 양식 있는 언어는 힘도 진리도 지니지 못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와 타자들>은 타자들을 무조건 환대하거나 타자들과의 영원한 평화를 지향하자는 식의 도덕적 담론을 일방적으로 설파하는 윤리적 지침서는 아니다. 타자들과의 불가피한 공존 속에서 발생하는 정체성의 불안정성과 그 정치적 귀결들을 분석하며 우리 모두의 공통적 현실에 대한 진지하고 시사적인 성찰을 담고 있는 오늘의 철학책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와 타자들>은 이 책에서 제일 처음 다룬 책이 되었고, 철학책이 우리 시대를 포착하고 그에 대한 뭔가를 말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시대에 완전히 부합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시대에 요구에 전적으로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에 속해 있으면서도 때에 맞지 않는 성찰을 통해 동시대와 대결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나와 타자들>은 오늘의 철학책으로써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하겠다.


오늘의 철학책이 제공하는 중요한 시점은 세대, 젠더, 계급, 인종, 민족이 너무나 다른 타자들 사이에서 우리가 모두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안에는 우리가 너무도 많은 불안에서 비롯된 혐오가 현실 정치와 인터넷 세상, SNS 세상을 뒤덮고 있으며 소통의 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게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철학책 독서 모임'은 '우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함께 고민하자는 제안을 던지고 있다. 그렇기에 타자를 무조건적으로 환대하라는 식의 현대 철학에서 벗어나 다원화된 사회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나와 타자들>에서는 함께 고민하고 찾고 있는 것이며 이는 모든 논의가 시작되는 출발점으로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와 타자들>이외의 9권을 책은 각각 다른 주제로 오늘의 우리가 살아가며 성찰하여야만 주제들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각각의 책이 던지는 질문들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고 성찰해 보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민음사의 새로운 세계를 보는 새로운 세대의 시각을 담고, 공부와 삶을 잇는 인문 시리즈 '탐구'의 첫번째 책이다. 민음사는 탐구 시리즈를 통해 오늘날 한국 인만사회과학의 성과를 한눈에 보고자 기획하였다. 지금 주목해야 할 젊은 저자들이 자기 삶에서 나온 문제의식을 솔직하게 꺼내 놓고 이론과 실천을 연결하는 제안을 독자에게 던진다. 낯선 학문이 이 책들을 통해 다시 해석되고, 각자의 현실은 새로운 길로 연결되게 된다. 기존의 인문학의 한꼐로 지적되었던 서양 학문의 의존에서 벗어나 동료 학자와 또래 저자를 참조하고, 어려운 이론을 가까운 사례를 통해 풀어서 설명하고 있따. 이는 학술서와 대중서로 양분된 독서 시장에 징검다리를 놓는 시도라 하겠다. 내가 <철학책 독서 모임>을 통해 철학책들에 좀 더 가까워진 것처럼 민음사의 탐구 시리즈를 통해 인문학의 여러 책들에 가까워 질 것을 생각하니 벌써 흥분이 되고 다음 책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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