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사춘기 사계절 동시집 19
박혜선 지음, 백두리 그림 / 사계절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jinick77/222321073962


<바람의 사춘기>라는 제목과 표지 속에 흐날리는 민들레 꽃씨들이 내 마음도 같이 흔들리게 하는 책이다. 딱히 이유는 없지만, 왠지 답답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하루 종일 마음에 바람이 부는 듯한 아이들에게, 어른들에게 이 책의 시들이 위로를 보내는 듯하다.


표제작인 <바람의 사춘기>는 지금 사춘기에 빠져있는 아이들도, 사춘기를 겨우 지나온 아이들도, 사춘기를 지나 어른이 된 사람들도 모두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사춘기 때 마음이 바로 딱 이렇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냥 누워서 자고만 싶다. 누가 무슨 말을 하던지 다 잔소리처럼 들린다. 모든 것들이 나를 향한 비난 같다. 짜증이 난다. 하지만 뭐 하나 하기가 귀찮은... 그 마음들을 어쩜 이리도 잘 표현했는지.. 딱히 이유를 설명할 수 없어서 더 답답한 그 마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렇게 그 마음들을 너무 잘 표현해서, 나무에 누워 있는 아이의 표정이 편안해 보이는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지고 위로받는 듯하다. 그 때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그 마음을 어루어 만져주는 것만으로도 좋다.



그리고 <집에만 있으려니>는 코로나로 인한 가정에서의 모습이 딱 이렇지 않을까 싶다. 하루 종일 집에만 있으니 아이들도 어른들도 지치고 힘들다. 올해는 그나마 작년에 비해 나아진 것에 오히려 감사해지는 요즘, 언젠가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겠지 하고 희망의 끈을 잡아 본다.


힘들고 외롭고, 속상한 나의 마음을 위로하는 <나에게 사과하기>. 선생님께 혼나서 속상하고, 오답 노트 쓰느라 팔 아프고, 피구에서 공을 맞아 아프고, 친구들한테 비난 받아 속상하고, 학교에 혼자 가고 혼자 와서 외로고 힘든 나의 마음에게 누구를 원망하거나 자신을 탓하기 보다는 먼저 사과하고 위로한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는 나 자신을 다독인다. 이 시를 통해 나도 나의 마음을 들여다 본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사과해본다. 그렇게 나를 같이 다독여본다.



<나는 세탁소에 간다>에서처럼 구겨진 마음을 다리고, 쫄아든 가슴을 펴고, 얼룩덜룩 묻은 눈흘림을 닦아내고, 여기저기 달라 붙은 말 먼지를 털어내며, 깊어진 한숨과 늘어난 걱정을 맡기는 세탁소가 우리 모두에게는 필요하다. 그 곳이 어디든 나의 마음을 세탁해 줄 수 있다면 나 자신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하지 않을까. 괜찮다는 말로 포장하며 구겨진 체로, 쫄아든 체로, 한숨과 걱정을 마음 속에 쌓아두지는 말자. 


맨날 밟기만 하던 신발이 다른 신발에게 찍힌 자국을 이야기한 <세상의 쓴맛>. 그 사람을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야 어찌 다 이해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다른 이의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이 바로 그 입장에 되었을 때가 아닐까 싶다. 신발 등에 선명하게 찍힌 자국이 왠지 도장 같아서 더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는 아이의 말에 마음에 맴돈다. 혹여라도 내가 다른 이에게 그 도장을 찍은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게 된다.



<바람의 사춘기>는 십여 년간 어린이들이 직접 쓴 시를 읽고, 동시 교실을 운영하며 어린이와 시로 소통해 온 박혜선 시인이 '어린이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담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시기이지만 모두가 같은 마음이지는 않다. 각기 다른 이유의 이야기를 시인은 잘 담고 있으며 가르치기 보다는 소통하며 불안정하고 힘들고 외로운 그 마음들을 다독여준다. 소리내어 말하지 않지만 누구에게 하지 못했던 말들, 누구에게도 하기 싫은 말들, 마음 속에 간직한 그 말들을 이 책은 시로 하나씩 하나씩 담고 있다. 그렇게 마음 속에 담겨진 말들이 시가 되어서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마음의 어루만짐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