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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각과 우연을 넘어서 - 과학이 외면해온 경이로운 의식 체험의 기록들
스타니슬라프 그로프 지음, 유기천 옮김 / 정신세계사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독후감 - 환각과 우연을 넘어서(스타니슬라프 그로프 / 정신세계사 2007년 출간)
칼융의 공시성의 원리가 이 책의 서두에도 나오지만, 이 책의 의미는 나에게는 독특한 것이었다.
2년전부터 뜬금없이 시작된 심리학, 심리치료, 최면술과의 인연은 트랜스퍼스날 심리학에 대한 관심까지 확장되었고, 결국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원래 정신세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최면술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범우주적인 문제를 탐구할 수 없을까, 초월적 통찰을 얻는 수단이 될까 하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한편으론 그간 국내에 소개된 브라이언 와이스박사의 전생요법 기타 등등과 서양 채널러의 책들은 “과학” 또는 과학적 방법론 이란 잣대로 보면,,,금방 허물어지는 한계를 갖고 있다. 한마디로 이성적인 사람들은 그런 부류들의 책을 소설로 분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칼 융 이래 인간의 무의식,,,그것을 넘어선 인류공통의 집단 무의식에 대한 진지한 학자들의 전문적 객관적 탐구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영역이 아닐 수 없다.
그로프 박사는 이런 분야에 대해, 선구적 연구를 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의 LSD 약물을 사용한 환상체험을 이슈별로 정리해 놓은 책이다.
전생과 UFO, 이집트, 고대마야의 신비 등등 정신세계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한번쯤 들어보았을 만한 주제를 그로프 박사는 LSD 라는 강력한 환각물질을 사용한 세션으로 자신이 직접 또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체험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한 인간과 문화의 신비한 현상들을 실제로서 체험하게 되며, 과거 동서양의 신비주의 전통이 근거가 있는 것이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다만, 문제는 이 책의 내용이, 이러한 신비한 인류문명의 수수께끼에 대한 체험서술로 그치지 말고, 그것의 비밀을 푸는 단서 또는 학문적인 작용기전을 밝혀내는 서술이 되었으면 좋은데, 단지 체험한 내용을 개인적 감상 형식으로 기록하였을 뿐이다.
개중에는 아주 공교롭게 맞아떨어져서 저자가 사실이라고 확신할 수 밖에 없는 우연의 일치도 있었지만, 학문적 연구라면 “환상”이 정확한 “사실”임을 입증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작년에 한창 최면술 연구를 할 때는, 이런 문제에 대한 의심이 있었다. 과연 최면 세션 중에 보이는 현상이 사실일까?
여러 실습 내지 주변의 데이터를 참고하여 심사숙고 끝에 내린 개인적 결론은 그것은 꿈과 같은 환상이며 사실과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사이의 정신의 영역에서, 일종의 공통된 영역과 단계, 그리고 동일한 체험이 있는 것은 어느정도 인정하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각자가 큰 차이가 있으면서도 또한 아주 동일한 체험과 단계를 공유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의 저자는 학자로서 합법적으로 LSD를 사용할 수 있었으니 만치, 최면술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도의 환각체험을 스스로 체험하고나 환자에게 유도했으며, 많은 기적적인 임상사례도 책에 서술되어 있다.
저자 개인의 연애문제(이집트 전생에서의 누이와의 갈등이 현대까지 미친 사건 등등) 같은 프라이버시적인 사건을 솔직히 풀어놓은 것도 좋은 인상을 받았지만, 이 부분은 최면의 전생퇴행 체험과 아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어 흥미로왔다.
책의 본문중에도 나오지만, LSD가 강력한 마약이기에 종종 어느 사람에게는 최면술 세션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저자가 케타민이라는 진정제를 투여하고 전 우주적인 체험을 한 대목이 아주 재미있었다. 많은 종교에서 말하는 신비체험의 의식과 아주 흡사하지 않는가?
끈끈이 식물이 되어 파리를 잡아먹었을 때의 맛은 도저히 설명 불가라나? ㅎㅎㅎ
석유층의 의식이 되자, 거기서 느끼는 폭력성과 혐오성을 체험적으로 생생하게 느끼는 대목도 무척이나 흥미로왔다. 인간의 착취에 대해 석유층이 의식이 있다면 이런 것일까? 만물에 의식이 있다면 그 의식을 그로프 박사가 느꼈듯이, 인간에 대한 자연의 분노가 어디까지 왔을까?
마지막에 나오는 예전에 읽었던 <코스모스> <악령이 출몰하는 사회>란 책의 저자인 칼 세이건과의 의견대립 부분도 재미있었다. 칼 세이건은 어떤 근거를 대어도 초월적인 체험은 무조건 비과학적이고 당사자가 무의식간에 티비라든가 라디오에서 들은 정보를 다시 되새겨 내는 것이라고 우겼다고 한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답답함을 느꼈다고... 즉 칼 세이건 박사는 무엇이 참으로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보다는 불신을 위한 불신, 객관을 위한 객관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 저자 개인의 주장이 그렇단 것이다^^세이건 박사의 입장은 또 다를지도...)
개인적으로 명상과 최면 내지 약물환각의 차이가 크다고 본다.
명상은 아무리 황홀한 체험이라도 거기에 빠지지 않는 ‘객관적 관조’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사람마다 정의가 다르긴 하다만, 명상에 대한 가장 정확한 정의를 크리슈나무르티 선생님이나 여타 수행자들이 말씀하신 ‘수동적 관찰’ 또는 ‘조건화되지 않는 순수의식’ 등에서 따온다면 말이다). 요즘 상당수 사람들이 명상과 최면에서의 체험이 동일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최면에 대한 공부를 깊이있게 해본 개인적 견해로는 천만의 말씀이었다. 오히려 인간의 '에고' 자체가 질병이고 최면상태라는 견해에 동의하는 바이다. 또한 최면상태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어떤 면에서, 특히 수행계에서 본다면 ‘마장’에 가깝다고 본다. 그래서 간혹 이런 환상이 나타나도 무심히 쳐다보기만 하고 절대 관여치 말라고 선각자들이 경고하지 않는가.
어떤 분은 이런 현상만 최면술로 수집해서는 이것을 가지고 예언을 하니, 돈을 버니 하기도 했으니, 그 어리석음에는 실소가 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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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초개인심리학의 정수를 옅볼 수 있을까 했으나, 그로프 박사의 대중적인 서적이어서 그런지 에피소드 소개에 그친 점은 약간 아쉽다.
LSD 약물을 쓰지 않고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저자가 밝힌 “홀로트로픽 호흡법” 이 궁금하기도 하고.(책에는 이 호흡법에 대한 이름 이외의 정보는 전혀 없다. 어떻게 하는지 등등)
사람은 관심있는 것만 보인다더니,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관심과 흥미는 오히려 스쳐지나가는 단상들에 대한 우연한 발견의 재미였다!
게슈탈트 심리치료의 창시자 프리츠 펄츠의 수제자가 에살렌 연구소를 설립했고, 거기서는 펄츠의 유산에 의해 무료 게슈탈트 세션이 제공된다는 이야기(게슈탈트 심리학에 무척이나 개인적인 관심이 있다보니...).
묵타난다, 사이바바 등 인도 행자들의 에피소드.
프로이드가 경계한 최면술에서 내담자의 의존문제를 역발상으로 해결한 “융합요법”(P44)의 이야기.(세션중에 오히려 내담자를 필요할 때 포옹해준다든가 하는 식으로 정서상에 부족한 갈증을 채워주는 방법을 사용했더니, 오히려 세션 후의 의존현상이 생기지 않더라는 것이다)
기적수업(어 코스 인 미라클)의 탄생에 저자가 조력한 이야기(기적수업이란 책은 어느 심리학자의 채널링에서 시작되었다. 그 책의 발간에 저자가 격려한 에피소드).
이러한 뜬금없는 개인적 관심사와의 마주침도 ‘공시성의 원리’ 일까?
다음에는 초개인심리학의 정수 내지 연구성과를 집대성한 책이 발간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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