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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재도 세 집 ㅣ 초록달팽이 동시집 47
나정자 지음, 채승연 그림 / 초록달팽이 / 2026년 8월
평점 :
「만재도 세 집」 은 초록달팽이 동시집 47번째 책으로, 구수한 사투리가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는 정겨운 동시집입니다.
1부에 실린 <빨랫줄>을 읽다 보면, 바닷가 부두에 빨랫줄처럼 생선이 널린 풍경이 눈앞에 선합니다. 그 생선을 가만히 바라보는 고양이 삽화는 또 어찌나 귀여운지 모릅니다. <김> 속에 나오는 김국, 김 청국장 찌개는 아직 먹어보지 못했는데 어떤 맛일지 궁금해집니다. <순돌이>를 읽으면 친정집을 지키던 워리와 해피가 그리워집니다.
2부의 <섬 속의 섬>을 읽으면 금새우난, 소엽, 풍란이 가득한 가람도가 궁금해집니다. <민어의 다른 이름>은 생소하면서도 산지의 맛과 냄새가 코끝에 스치는 듯합니다. 고향 바다 냄새가 그리운 <향수>를 읽으니, 비릿하고 짭조름한 바다 향이 살며시 전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종이 한 장>을 보면 해마다 고추장, 된장, 간장을 담가 주시던 친정 엄마 생각이 절로 납니다.
3부에서는 <할아버지와 손자>를 읽으며 부모님이 그립습니다. “나는 못 배워서 이렇게 힘들게 살지만, 우리 새깽이들은 많이 배워서 고생하지 말라고.” 4남매를 대학까지 다 보내시며 흐뭇해하시던 엄마의 얼굴이 아른거립니다. <할머니들의 자랑>에 등장하는 환기가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화가이고 신안 출신이라는 사실, <장산도>에 독립운동가 장병준 선생의 생가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시인은 개인의 그리움과 지역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엮어내어, 동시 한 편 한 편이 작은 향토사 이야기책처럼 다가옵니다.
4부의 <공부 좀 해라>를 눈으로 따라가다 보니 군침이 절로 돕니다. 신안 낙지가 그렇게 유명한지 몰랐습니다. 목포 사는 친구 덕분에 산지 직송 낙지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거창이 명물 - 노거수림>의 시는 지역색이 강해 처음엔 무슨 말인지 통 알 수 없었는데, 부연설명을 읽고 나니 역사의 한 장면처럼 마음이 짠해집니다.
이 동시집을 읽으면 마치 신안의 섬을 모두 여행한 듯한 기분이 듭니다. 사투리 하나, 지명 하나에도 그 땅의 시간과 사람들의 삶이 켜켜이 배어 있어서, 단순한 동시집이 아니라 한 편의 섬 마을 앨범을 넘기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 면 이 동시집에 소개된 곳들을 직접 찾아가보고 싶습니다.
나정자 시인의 정겨운 섬 이야기에 채승연 작가의 그림이 더해지니, 참으로 사랑스럽고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아이들에게는 낯선 사투리와 섬의 풍경을 새롭게 만나는 즐거움을, 어른들에게는 잊고 지냈던 고향의 따스한 정서를 되살려주는 다정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