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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수상록 ㅣ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10
미셸 드 몽테뉴 지음, 구영옥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7월
평점 :
몽테뉴-하면 떠오르는 수상록이다. 학창 시절 작가와 작품명을 달달 외운 것 외엔 그 어떤 정보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처음으로 읽어보았다.
몽테뉴는 에세이 장르를 최초로 고안한 장본인이라고 한다. 다양한 장르의 도서를 접하면서도 굳이 에세이란 장르의 시초에 대해 궁금한 적이 없었는데 그 시대에 처음으로 일정한 형식 없이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썼다는 점에서 의미가 무척 커 보였다.
-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우정보다는 존경이 있어야 한다. 우정은 친밀한 소통으로 쌓이는 것이므로 동등할 수 없는 부모와 자녀 간에는 우정이 생길 수 없다. 게다가 자식에 대해 부모가 가진 근본적 의무를 해칠 수 있다. p 86
'16세기 최고의 지성인이자 사상가이며 철학자인 몽테뉴'가 쓴 수상록을 읽으며 5세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삶에 대한 고찰을 담은 내용이 매우 흥미로웠다.
아래의 글은 1장 '사람은 다양한 방식으로 같은 결과에 도달한다'란 주제 속 내용인데 무수한 세월 속에서도 변함없는 인간 본성이 놀랍다.
- 확실히 인간은 허영심이 강하고 각양각색이며 변덕스러운 존재이다. 그래서 인간에 대해 변함없는 일정한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 p 12
'슬픔에 대하여' 그가 쓴 내용 중 인상적인 대목으로 너무 잘 이해가 되었다. 속으로 참고 참으며 겨우 버텨내고 있었는데 작은 시련에 무너져버림을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많은 이들이 겪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 사람들은 그가 예기치 못한 마지막 시련 때문에 힘들어했으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슬픔으로 마음이 가득 찬 상태에서 작은 시련일지라도 더해지는 바람에 한순간에 무너진 것이다. p 16
저자는 본인은 여간해서는 격한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데 태생이 예민하지 않고 늘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철갑을 주위에 치기 때문이라는 글로 마무리한다.
'무위에 대하여'를 읽으며 종종 행해지는 나의 나태함에 대한 반성을 해 본다. 목표가 없는 것과 나태가 지닌 부정성을 새로이 인식할 수 있었다.
- 목표 없이 정신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는 것과 같다. 마르티알
- 나는 알게 되었다. 나태가 모든 면에서 정신을 항상 흐린다는 것을. 루카누스 p 25
대체로 대책 없는 불행에 용감하게 맞설 때 발현된다는 '의연함', 이상한 감정이라고 표현한 '공포', '상상의 힘에 대한' 내용이 신선했다.
'습관에 대하여 그리고 기존 법률이 거의 바뀌지 않음에 대하여' 속 내용 중 관습에 대한 내용이 상당히 인상적이며 놀라웠다.
- 그러니 핀다로스가 관습을 세상의 여왕 그리고 황후라 부르는 것도 당연하다.
- 양심의 법칙이 자연에서 탄생했다고들 하지만 실은 관습에서 태어났다. p 68
개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쓴 에세이 장르의 시초 '수상록'을 '사카고플랜' 시리즈로 읽어 보았다.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이란 타이틀에 걸맞은 도서로 즐겁고 유익한 독서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