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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크리스천 맞아? ㅣ 이어령 대화록 2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3년 2월
평점 :
열심히 교회를 다니는 이를 보면 묻고 싶은 말이었다. 정말 하나님을 믿느냐고?
나도 한때 교회를 다닌 적이 있다. 수많은 의문을 뒤로하고 믿음은 나를 찾아오지 않았고 자칭 교인들의 이중적인 모습에 실망감이 커 교회 다니기를 그만두었다. 하여튼 평소 진정한 신자인지 아닌지는 본인과 하나님만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
요즘 막 쏟아지는 저자의 책이 반가우면서 고마운 가운데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일요일, 크게 이른 아침은 아니었지만 이 책을 읽는 순간부터 집중하며 몰입이 잘 되는 게 신기했다. 진정성이 가득한 저자의 믿음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귀 기울여졌다. 저자에 대한 하나님의 쓰임이 왜 그렇게 늦어졌는지 그 이유가 타당했고, 처음의 저자처럼 믿음을 지식으로만 해결하려는 지금의 내 모습도 함께 섞여 있기에 이는 나의 이야기라는 동질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타인의 시각에선 절대적으로 독실한 신자라고 보이더라도 세속적인 고난으로 인해 무너지는 경우를 가끔 접하며 고난에 굴하지 않는 진정성 있는 믿음을 갖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신, 크리스천 맞아?"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저자의 신앙 고백을 읽으며 기독교와 믿음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저자는 세례 한 번 받았다고 금세 착실한 기독교인이라고 말할 수 없다 한다. 나 또한 교회를 다닐 때 세례를 받았지만 현재엔 무교다. 저자의 믿음의 길에 들어서기까지 딸의 간곡한 기도가 있었지만 저자는 6살 때 이미 영성의 길에 들어섰음을 고백한다. 어렴풋이 이해될 것 같으면서도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그 이야기는 어쩌면 누구나 다 경험한 적이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 그러니까 인간이 부활을 하고 생명을 다시 찾는다는 것은 생명을 주신 하나님의 영원성을 믿어야 하는 것이지요. p 35
- 지성은 울지 않습니다. 분석하고 심판하고 의를 따지지 않기 때문에 지성은 차갑고 명징하고 투명한 것입니다. 그래서 지성의 눈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 것이지요. 눈이 흐려지면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슬프고 고통스러워도 지성의 눈은 아주 맑고 명료한 호수가 되어야 합니다. 결국, 제가 흘린 눈물은 지성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바로 감성, 감정, 그리고 사랑이죠. 이것은 지성의 무력함이요, 지성으로는 도저히 안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의로운 하나님 이전의 것입니다. 즉, 사랑의 하나님인 것이지요. p57~8
- 우리는 끝없이 변절하고 끝없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영원하지 않기에 인간을 진실로 사랑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고통이고 번민입니다. 그러나 영원한 생명이신 하나님을 사랑하고 찬양하는 것. 우리는 오직 한 분인 하나님을 진실로 사랑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것입니다. p 78
- "한동안 신앙심이 흔들렸지요. 지금도 대단한 신앙심은 아니지만, 그런 시련을 겪으면서 배운 말이 '그럼에도 불구하고'에요. 하박국에 나오는. 신이 정말 존재하는가. 있다면 참 잔인하다, 혹은 무분별하다. 왜 악인은 멀쩡하고 선한 자는 비참한가. 이런 회의를 안 겪은 사람이 없지요. 그것을 극복하는 게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예요. 나 또한 그런 체험을 겪으면서 신앙인이 되는가보다 싶었습니다. p 95
- ... 예수 믿는다고 하면서도 실제로 믿지 않는 사람들은 영원히 못 믿어요." p 122
예수의 부활과 죽음 뒤 이어지는 영원한 삶을 자신 있게 믿는다고 말할 수 있는 자만이 진정한 크리스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성이 아닌 영성으로 성경을 읽는 법과 믿음의 길을 찾을 수 있는 이정표 같은 도서이다. 영원한 천국과 영원한 지옥이 실제 한다면 믿지 않을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귀신은 있다 인정하면서도) 예수의 존재는 결코 인정하기가 쉽지 않은 나-이다. 믿음은 들으면서 난다고 하니 교회를 다녀볼까 하는 마음도 있는 요즘, 귀하게 다가오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