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는 무척이나 재미있는 동화책이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한동안 내가 읽은 내용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전부라고 생각했었지만 차츰 그 방대한 내용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계속 계속 쏟아나는 샘물처럼 처음 접하는 신들이 계속 등장하고 등장했다.
영화평이 너무 좋기도 하고 그리스 로마 신화를 좋아하기도 해서 혼자 영화 오디세이를 보러 갔다. 3시간이라는 긴 시간에서 나의 집중력은 2시간임을 확인했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 미리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검색해 내용을 대충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그마저도 내용이 길다는 생각에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영화를 봤다. 아이맥스 영화관은 화면크기보단 오디오가 만족스러웠고, 음악도 너무 훌륭했다.
이 책은 '신들의 폭풍 속에서 노를 젓는 인간의 위대함'이 담긴 오디세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섯 겹의 항해로 구성해 놓았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 살수록 세상은 정의롭지도 공평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한다. 그리고 대부분 진짜 나의 삶을 살기보단 남의 인생을 살아간다. 이에 다섯 겹의 항해를 통해 고난을 수용하고, 유혹을 경계하며, 희생을 감수하고, 심연을 응시하는 법과 탈환하는 법에 대해 두루 살펴보며 나만의 귀환 오디세이아를 쓸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트로이 전쟁 후 귀환에서 갖은 고초를 겪는 오디세우스의 삶은 고난 그 자체였다. 다양한 고난을 대하는 오디세우스의 삶의 자세를 통해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 요즘 나의 고민 중 하나는 과도한 핸드폰 사용이다. 순전히 나의 의지만으로는 핸드폰 사용 시간을 막기는 너무 힘이 든다. 저자는 로토파고스 족의 열매를 빗대며 열매밭을 벗어나려면, 마음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니 손이 닿는 자리에 있는 열매를 치우거나 먹지 못하는 자리로 옮겨야 함을 조언한다. 오늘 당장 이 과제를 실천해야겠고 더불어 다른 대안으로 악기를 배워볼까 싶기도 하다.
'불멸의 삶을 거부하고 유한한 인간의 길을 택한'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통해 유한한 삶의 가치를 다시금 되짚어 볼 수 있었다. 내가 만약 오디세우스라면 불멸의 삶을 거부할 수 있었을까 의구심이 든다. 무엇보다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해야 되는 이유가 삶의 유한성에 있기에 우리는 허투루 시간을 보내면 안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많은 시간을 의미 없이 그저 흘려보낸다.
이 책을 읽으며 인생에서 놓치고 있는 요소들에 대해 오디세우스의 삶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어릴 땐 신화 속 신들의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인간의 모습과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다. 신화가 지닌 가치를 조금씩 이해하면서 그 의문도 차츰 희미해지긴 했다, 완벽하진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