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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 릴케 시 필사집 ㅣ 쓰는 기쁨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배명자 옮김 / 나무생각 / 2026년 4월
평점 :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은 보라색 표지가 고급스러운 도서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필사집이다. 릴케의 짧은 서정시들을 모아놓은 시집으로 그는 18세에 대학 입학시험을 앞둔 시기에 사촌 누나의 소개로 만난 발레리 폰 다피트-론펠트라는 소녀와 사랑에 빠지는데 이것이 릴케가 시에 입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사랑이란 참 묘한 감정이란 생각이 들며 특히 이성 간의 사랑이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시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해서인지 울 녀석들은 학창 시절 유독 시 쓰기를 어려워했다. 나 또한 시는 어렵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널리 알려진 시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거의 없지만 조금은 사적인 시가 쓰인 배경을 알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는 시는 그저 어렵게만 다가와서 거부감마저 든다.
필사를 좋아하면서도 평소 일부러 필사하는 기회가 없다 보니 선택한 도서인데 너무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릴케 시를 필사하는 동안 내 마음 또한 그러한 상태가 되어 세상 모든 게 서정적으로 느껴졌다. 물론 잠시 동안이지만.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그 많은 눈꺼풀 아래에서 누구의 잠도 되지 않겠다는 갈망이여 _<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릴케의 무덤은 스위스 라롱에 있다고 하는데 이 시를 지어 자신의 묘비에 넣어달라고 유언했다고 한다. 시인은 백혈병으로 극심한 고통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요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그의 삶이 애처로워 살짝 마음이 무거워졌다.
신, 사랑, 고독, 삶을 노래하는 릴케의 시를 감상하면서 나 또한 그에 대해 사색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왠지 모를 편안함과 부드러움, 열정이 느껴지는 시들이었다. 책도 쫙 펼쳐져서 필사할 때 불편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는 무서우리만치 아주 쓸쓸하여'에서 시인은 '우리의 의지는 우리를 휘휘 돌며 다그치는 바람일 뿐'이라고 표현했다. 이 글귀를 필사하면서 나의 의지는 진정 바람처럼 잠시 왔다 금세 사라지는 존재임을 다시금 자각할 수 있었다. 애당초 의지는 아무 의미가 없었던 것처럼 거의 내겐 무의미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의지박약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릴케의 시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며 선물용으로도 좋은 아이템이다.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