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준에서 뮤지컬은 서민적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엄청 부담스럽지도 않다. 취향의 차이라고나 할까, 좋아한다면 그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웨스트엔드, 브로드웨이와는 다른 모습으로 발전해 온 한국 뮤지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고 있다.
울 녀석들이 꼬맹이었을 때 운 좋게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당첨이 된 적이 있다. 엄마 욕심에 애들을 데리고 공연장에 갔다. 1부 공연이 끝나고 인터미션 시간에 애들이 무섭다며 집에 가자고 했다. 눈물을 머금고 돌아온 기억이 있다. 그때 조카가 같이 가자고 했었는데 조카랑 갈 걸 그랬다며 두고두고 후회가 되었다. 몇몇 뮤지컬을 봤지만 시간이 다소 지나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오페라의 유령'은 조금 생생하게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바로 지하 호수를 연출한 무대 장면이다.
저자는 <오페라의 유령>으로 뮤지컬과 오페라의 차이점에 대해 알려준다. 뮤지컬은 '다양한 예술 장르가 어우러지는 종합예술'이며, 대중예술에 속한다. 그에 비해 오페라는 순수예술로 분류되며 음악이 가진 순수한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것을 최대 목적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뮤지컬' 개념은 현재 한국의 뮤지컬 시장을 만들어 냈기에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와는 사뭇 다른 점이 많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 순수예술은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학적 배경과 더불어 기득권 계급의 문화 자본 역할을 하는 사회학적 배경을 깔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원래부터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클래식 음악은 당연히 고급예술의 범위에 들어간다. 오페라는 교양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제대로 소비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인 셈이다. P 32
2장에서는 '브로드웨이는 왜 공연의 중심지가 되었나?'를 주제로 다룬다.
음악, 연극, 미술, 무용 등의 전통이 유구하고 인적자원도 풍부한 유럽은 극장 같은 기반 시설도 세계 어느 곳보다 먼저 발달했지만 왜 뮤지컬은 브로드웨이에서 형식적으로 완성되었는지 저자는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 뮤지컬의 탄생을 이해하려면 두 개의 흐름을 살펴봐야 한다. 하나는 유럽에서 시작된 대중 공연의 흐름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쇼들의 흐름이다. P 45
대중문화가 등장한 후 어렵고 딱딱한 오페라를 대신할 장르가 생겨나면서 19세기 프랑스에서는 오페레타가 탄생했다고 한다. 나도 한때 그 화려함에 눈을 뗄 수 없던 캉캉춤이 <지옥의 오르페우스>에 나오는 장면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1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은 쑥대밭이 되었고, 미국은 초강대국으로 부상한다. 더 이상 유럽 문화를 선망의 대상으로 쳐다보지 않게 되면서 재즈와 탭댄스가 주목받기 시작한다. 작곡가들은 재즈에서 기존 클래식에서 찾을 수 없는 자유로움을 발견했다 한다.
<포기와 베스>, <쇼 보트>, <오클라호마!>를 통해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지배적인 영향력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외 한국 최초의 뮤지컬은 무엇이며, 악극은 왜 뮤지컬이 아닌지, 뮤지컬 티켓 가격은 왜 비싼지 등을 전문가의 시각으로 담고 있다.
아홉 가지 질문을 통해 K-뮤지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