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는 기억을 깨우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자극인데 문학 속에서도 향기는 늘 과거를 소환하는 매개체로 등장한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작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대표적이다.
코로 냄새를 맡는 정보는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핵심 부위인 '변연계'로 직행한다. 변연계는 뇌에서 가장 원초적인 본능과 감정을 다루는 곳으로 논리적인 분석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우리 마음 깊은 곳의 감정 버튼을 눌린다. 냄새는 그 냄새에 대한 정보만 소환하는 게 아니다. 냄새와 얽힌 상황을 소환하는 힘이 있다. 연어는 바다를 헤엄쳐 자신이 태어난 하천으로 되돌아온다. 뇌과학이 밝혀낸 비밀은 연어가 고향의 냄새를 기억한다는 것인데 어릴 적 특정 향으로 후각 기억이 각인된 연어는 산란기가 되면 그 향이 나는 하천으로 돌아오는 것이라니. 놀랍다.
이처럼 향기는 몸의 기능을 깨우고 활성화하는 매우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후각 기능도 시력과 청력처럼 서서히 떨어진다. 특히 가스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은 불편을 넘어 안전과 직결된 문제로 연결된다. 더욱 큰 문제는 갑작스러운 후각 상실은 단순 노화가 아닌 뇌 질환의 전조증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주립 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초기 환자들이 유독 '땅콩버터 냄새'를 맡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이에 왼쪽 콧구멍과 오른쪽 콧구멍의 냄새 맡는 거리 차이를 이용한 '땅콩버터 테스트'는 치매 조기 발견의 단서로 활용되기도 한다고 하니 나도 직접 알츠하이머 조기 발견 단서가 되는 '피넛 버터 테스트'를 해 보았다. 평소에 익숙한 커피 향, 김치 냄새, 과일 향이 잘 느껴지지 않거나 그 냄새가 무엇인지 구별이 어렵다면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다행히 나는 아직은 '피넛 버터 테스트'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감각의 파편을 모아 기록하는 뇌는 자신만의 서사를 써 내려가는 경륜 깊은 작가에 가깝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 뇌가 후각 정보를 처리할 때 단순히 코로 들어온 분자만을 분석하는 것이 아닌 '언어적 라벨링'이라는 사전 정보에 의해 감각의 본질마저 재구성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시사하는 점은 컸다.
감각하는 뇌, 인식하는 뇌, 성숙하는 뇌로 구성된 책으로 늙지 않는 뇌를 만드는 감각의 뇌과학에 대해 집중할 수 있었다. 평생 깨어 있는 뇌 만들기가 궁금한 분들에게 추천하며 나의 뇌는 매 순간 깨어나고 작동하는지 점검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