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앞서간 아홉 명의 과학자들의 「결국 옳았던 그들의 황당한 주장」은 당시엔 어이없는 황당한 주장으로 여겨졌으나 시간이 흐른 후 옳다는 걸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 책은 그러한 과정을 담아 놓았는데 알고는 있었지만 그러한 과정까지는 세세히 몰랐던 터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도서였다.
지금은 당연한 상식으로 알고 있는 과학적 진실들은 '오류를 바로잡을 줄 아는 용기'를 가진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의사의 손이 병을 옮긴다는 황당한 주장' 속 이야기 중 '손 씻기로 감염병을 퇴치하다' 편은 예전에 처음 접했을 때 너무 어이가 없었다. 지금은 손 씻기가 기본 중의 기본이니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의사의 오만한 위상은 여전했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 당시 산모들의 어이없는 죽음의 원인과 두려움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 헝가리 출신의 산과의사 이그나츠 제멜바이스는 시체의 부패한 물질이 의사의 손을 통해 산모에게 옮겨져 산욕열을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이런 그의 주장은 의사들은 자신의 고결한 손이 산모에게 죽음을 옮긴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부분이 가장 어이없긴 했지만 세균의 존재조차 몰랐던 시대임을 생각하면 완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안타깝게도 제멜바이스의 노력과 성과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모함과 냉대로 극심한 스트레스의 끝은 결국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이었다. 1860년대 파스퇴르에 의해 발효와 부패의 원인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생물임이 밝혀지며 향후 세균설 확립의 과학적 토대가 된다. 이후 영국의 외과의사 조지프 리스터에 의해 제멜바이스의 주장이 재평가되며 의학계에 받아들여진다. 감염 예방이라는 개념이 부재했던 당시, 리스터는 파스퇴르의 연구를 통해 화농이 공기 중의 미생물에 의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화학적 소독을 시도하게 된다. 이런 석탄산 소독법은 외과 수술 후 감염률을 극적으로 끌어내리며 환자의 생존율을 높였다. 이를 계기로 19세기 후반 멸균 수술의 시대로 이어지며 20세기 후반부터 의학계는 제멜바이스가 요구한 손 씻기를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시스템으로 구축했다고 한다.
- 제멜바이스의 생애는 이러한 인간 본연의 오만과 오류에 대한 경고로 남아, 현대 의학이 끊임없이 자기반성과 시스템 개선을 이어가야 함을 일깨웠다. p 72
시대를 앞서간 과학자들이 사회적 조롱과 배척 속에서도 과학적 진실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음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과학을 좋아하는 자녀와 함께 읽기 좋은 도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