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시 중 우리가 사랑한 74편'을 읽으며 직접 필사할 수 있게 구성된 도서이다.
오랜만에 내가 아는 명시를 읽으며 손으로 쓰는 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각각의 시에 대해 엮은이의 글이 첨가되어 있다는 것이다. 음식도 편식하듯 독서도 편식을 한다. 나의 경우엔 시가 그렇다. 왜냐하면 어렵기 때문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저자는 이러한 실태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시들만 선별'하여 시집을 펴냈다고 한다. 시를 필사하면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많다. 시 내용을 오래 기억할 수 있다는 것, 생각과 상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시인의 생각과 감정을 따라가며 시인이 왜 그런 표현을 썼는지 탐색하게 된다는 것, 마지막으로 시의 표현력과 이해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언제나 꽃은
꽃은 우는 적이 없다.
비가 오거나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거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꽃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울면 꽃이 아니다.
언제나 웃어야 꽃이다. _ 김옥림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잊혀 간 시들을 다시금 만나니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났다. 그리고 시들을 필사하면서 한 번 더 음미할 수 있어 좋았다. 악필까지는 아니지만 늘 일정하고 바른 글씨체를 원했기에 이 기회에 글씨체 교정도 함께 꾀할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누드사철제본으로 책을 펼쳤을 때 책장 넘김 없이 한 번에 쫙 펼쳐져 필사히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책을 자주 접하다 보면 그런 사사로워 보이는 것도 예사롭지 않게 보이기도 하는데 필사책이 그런 경우이다. 그래서 책이 많이 펼쳐지지 않는 필사책은 선호하지 않는다.
어릴 땐 그저 시를 눈으로만 읽었다면 조금 나이가 든 지금은 시에 담긴 의미가 새록새록 가슴에 와닿았다. 좋아했던 시들에게서 더욱 이런 느낌을 받았는데 나도 인생을 좀 많이 살긴 살았나 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희망하는 삶은 원망이나 후회보단 순응하며 이치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다. 이에 좋은 시들과 함께 희망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본받고 노력해야겠다.
널리 알려진 명시인 만큼 친숙한 느낌이 크다. 그래서 필사도 더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