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를 통해 위로를 받는다고? 내게는 애증의 대상인 한자여서 호기심에 선택한 도서인데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은 도서였다.
서툴고 흔들리는 날들,
그 속에서도 우리의 마음은 자라고 있습니다.
한자의 뜻과 결을 따라
내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여정을 떠나보세요.
완벽하지 않아도, 길을 헤매도,
나를 보듬는 단어 하나가
오늘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웁니다.
한 글자, 한 마음.
그 작고 단단한 위로가
당신의 하루에 닿기를 바랍니다.
물건의 형태를 본떠서 만든 상형문자인 한자는 아무리 보고 또 봐도 매치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뭔가 특정하게 특징지을 게 없다 보니 더 외우기가 어렵다. 또한, 비슷한 모양도 많아서 더욱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한자와 관련된 에세이를 읽는 재미를 선사하며 한자의 유래와 관련된 정보도 제공한다. 일반적인 한자로 이루어진 단어들이다 보니 친숙했고, 보통 자주 접하게 되는 느낌의 단어들이라서 그에 대한 나의 일상의 감정에 대해서 되짚어 볼 수 있어 좋았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타인으로 인해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잠깐 스쳐가는 감정도 있지만 두고두고 되짚게 되는 감정 또한 있다. 이뿐만 아니라 그저 나 스스로 겪게 되는 감정들도 있다. 이와 관련된 단어들을 하나씩 파헤쳐 보니 한자가 참 과학적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한자의 색다른 매력에 매료되어 깊이 빠지게 되면서 잠깐 한자가 좋아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잘 외워지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나도 저자처럼 한자의 위로를 느낄 수는 있었지만 외울 수는 없었다. 어쨌든, 서두름 없이 여유롭게 한자를 정복하기로 마음먹어본다.
'무시'라는 감정은 스스로를 참 낮게 만든다. 저자는 '무시'라는 단어는 단순한 태도의 문제가 아닌 자신에게 도취된 결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세상의 중심은 자신이라는 착각에 빠져 중요한 것과 가치 있는 것에 대한 무분별의 어리석음을 뜻한다는 해석에 동의할 수 있었다.
저자는 '우울은 내 베스트 프렌드'라고 고백한다. 우울은 활력과 열정을 앗아간다. 자력으로 헤어 나오기란 여간 힘들다. 그런데 이 우울이란 한자는 글자도 무척이나 복잡하다. 특히 답답할 울이 그러하다. 궁금하면 직접 찾아보길 추천한다.
한자라는 독특한 매개체가 신선한 느낌의 에세이집이다. 주제가 되는 한자와 잘 어우러진 에세이가 술술 잘 읽혔다. 산뜻한 글이 매력적인 에세이집으로 에세이 장르마저 좋아하게 만든 도서이다.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