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걸 좋아하다 보니 그만큼 사진과 관련된 것 또한 좋아해서 선택한 도서입니다.
평소 사진과 철학과의 연관성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고, 그저 사진이 더 멋스럽게 나올 수 있는 구도나 빛에 관해 생각한 게 전부라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나도 과연 예술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그를 위해 필요한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대한 생각을 책을 통해 정리해 놓았다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건 전문 철학자이자 사진가인 저자의 머릿속을 엿보는 일과도 같다 말합니다.
'셔터는 정신을 누른다'라는 제목에서 철학적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찰나의 예술인 사진은 찰칵거리는 셔터에 의해 오롯이 그 순간만 포착 가능합니다. 저는 사진을 하나의 트릭이라고도 생각하는데 이유는 실재보다 더 아름답게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얼짱 각도를 생각해 보면 사진의 이러한 특성이 잘 이해됩니다. 물론 실재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경우도 숱합니다.
저자의 글 중 '자유'라는 소제목의 글이 인상적입니다. 숫자의 세계에선 자유란 없으며, 우리는 그런 숫자가 아니기에 자유로운 존재임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다른 자아를 창조하는 일 또한 나의 자유이므로 이를 시도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 아님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장은 '여섯 개 프로젝트와 작업 과정'을 담아 놓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들의 여름 방학' 사진이 제일 좋았습니다. 어린 나이부터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들이 잠시나마 시골 할머니 댁에서 추억을 쌓는 모습이 흐뭇하게 전해졌습니다. 사진은 그 시절을 영원히 가두어 놓는다는 점에서도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저도 가끔 옛 사진을 보면 추억이 새롭답니다. 특히 아이들 어릴 때 사진을 보면 언제 이렇게 컸나 싶고 그 소중한 시간을 더 많이 사진으로 남겨 놓지 않는 게 후회되기도 합니다.
- 풍선은 저기에 있다. 그저 우리는 마주쳤을 뿐이다. 별다를 건 없다. 마주치지 않았어도 되는데 마주쳤으니 또한 특별하다. p 45
- 예술가 -자아는 결코 쉽게 창조되지 않는다. 그를 가로막던 나의 모습과 먼저 대면해야 한다. 그걸 인정해야 하고, 그 모습과 작별해야 한다. 니체의 말처럼 자기 자신을 태워서 재로 만들지 않고는 내 안에 새로운 불꽃을 창조할 수 없다. p 53
저자의 사진에 대한 철학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그냥 단순히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것일 뿐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사진이 철학에 맞물리는 지점에 대해 사색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넓디넓은 예술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