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그리스 비극 - 그리스 극장의 위대한 이야기와 인물들
다니엘레 아리스타르코 지음, 사라 노트 그림, 김희정 옮김 / 북스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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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극장의 위대한 이야기와 인물들

그리스 비극은 곧 연극의 기원, 특히 희곡의 기원과도 일치한다고 한다. 더 나아가 문학의 기원이자 예술의 기원이기도 한 그리스 비극을 그리스 3대 비극 작가의 작품 8편과 사티로스극(익살극) 1편, 희극 1편을 이 책을 통해 읽어보았다. 원전을 간추려 동화책 형식으로 각색하였고, 삽화도 있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도서이다. 원문이 궁금한 분들은 완역본을 추천하고 있다.

아이스킬로스의 '페르시아인들'은 고대 아테네 비극 중 하나로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을 소재로 한다. 페르시아 제국의 수도인 수사에는 남자와 여자, 노인과 어린이가 살고 있었는데 전쟁을 치르기 위해 남자들이 모두 떠나 조용하고 한산한 도시가 된다. 남자들이 언제 돌아올지, 전쟁의 승패는 어찌 될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함에 불안과 두려움의 침묵이 도시를 가득 메운다. 그들의 왕 크세르크세스 대왕의 어머니이자 다리우스 대제의 미망인인 아토사 태후는 원로들을 찾아가 꿈 해몽을 부탁한다. 분명 불길한 징조를 나타내는 꿈이었지만 원로들은 차마 정직하게 얘기하지 못하고 꿈은 꿈일 뿐이라며 태후를 안심시키기 바쁘다. 그때 전령이 다급히 나타나 전쟁 상황을 전한다. 결국 불길한 꿈이 맞았음을 알게 되지만 크세르크세스대왕이 생존했다는 소식에 태후는 안도한다. 전쟁에서 패한 가장 큰 이유는 페르시아의 안일함도 있었지만 결코 전장에서 벗어나지 않는 그리스의 용맹함이 아니었을까. 패전 소식은 곧 전 도시로 퍼졌고 제국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다리우스대제의 영혼을 불러내기로 한다. 다리우스는 원로들에게 페르시아가 이제 더 이상 전쟁을 선포하지 않고 자국 번영에만 전념한다면 영광스러운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초라하고 지친 몰골로 수사에 돌아온 크세르크세스는 원로들의 원망의 눈빛에 변명하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크세르크세스의 비열하고 신중하지 못한 모습은 결코 한 나라를 다스리는 왕의 자격이 없음에도 여전히 옥좌에 앉아 명령이나 하는 모습이 참 한심하고 어이없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좋아하다 보니 그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솔깃해진다. 내가 처음 접한 그리스 로마 신화는 동화책이었고 이 책 역시나 비슷한 구성에 옛 기억이 새록 떠올랐다.

그리스 비극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작품 속 주인공의 불행을 다루면서 그 이면에 있는 인간의 오만과 한계, 욕망 등을 엿볼 수 있었다. 이는 현재에도 여전한 인간의 본성으로 어쩜 이다지도 변함이 없을까 신기했다.

연극 문화의 시초이자 서양 문화의 뿌리인 그리스 연극은 셰익스피어가 활동한 시기까지 약 1,200여 편 정도가 공연되었을 것으로 추정하며 지금까지 전해오는 작품은 33편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 시대의 오락인 연극이 지닌 가치는 인간의 삶에 대한 고뇌와 성찰 및 부조리한 세계에 대한 탐구 정신에 있음을 저자를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스 극장의 위대한 이야기와 인물들'이 궁금한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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