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비행 (초판본 리커버 고급 벨벳 양장본) 코너스톤 초판본 리커버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보희 옮김, 변광배 해설 / 코너스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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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대표작으로 어린 왕자가 우리나라에선 가장 유명하다. 하지만 그의 다른 작품들도 좋은데 어린 왕자만큼 널리 알려지지 않아 조금은 안타깝다.

이 책은 '초판본 리커버 고급 벨벳 양장본'으로 받자마자 그 고급스러움에 반해버렸다.

평소 읽고 싶었던 생텍쥐페리의 책을 이제서야 드디어 읽어보게 되었는데 저자의 삶을 생각하면 제목이나 주제가 은근 이해되었다.

항공사 국장인 리비에르는 야간 비행에 있어 매우 비인간적이고 비현실적인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는 존재이다. 물론 그도 인간적 고뇌의 물음이 없었던 건 아니다. 리비에르를 지배하는 건 바로 의무감이다. 그의 비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건 바로 이 때문이리라.

항공망 전체를 담당하고 있는 책임자 리비에르는 야간 비행 중인 우편 수송기가 제때에 도착하기 전까진 일과를 끝내지 않는다. 위험천만한 야간 비행의 위험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로서는 조금의 실수도 용납지 않는 철면피 같은 존재이다.

보고서 작성을 위해 만들어진 직책을 갖고 있는 로비노 감독관은 그나마 인간적인 면을 제법 갖춘 인물이지만 그의 상사인 리비에르의 부당한 지시에도 늘 협조적이다. 아니, 거부를 못하는 것일 뿐이다.

- 리비에르는 '규칙이란 일견 불합리해 보이지만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종교 의식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 '그들에게 정당함이나 부당함 같은 건 의미가 없지. 그런 건 존재하지도 않아.' p 36

리비에르는 '저들을 고통과 기쁨이 공존하는 강렬한 삶의 현장으로 이끌어 줘야 해. 바로 그런 삶이야말로 의미가 있는 법이거든.'이라고 생각해 남들이 보기엔 직원들을 괴롭히는 모습으로 보인다. 의무를 위한 위험천만한 야간 비행이 결코 정당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글쎄, 사람 목숨보다 더 소중한 건 없지 않을까 싶다.

파타고니아선의 야간 비행 조종사인 파비앵의 실종은 가슴이 아프다. 그럼에도 야간 비행은 끝나지 않고 다시금 시작된다. 승리와 패배, 승리는 우리를 약하게 만들지만 패배는 우리를 일깨우는 법이라는 리비에르의 생각에 조금은 동조하지만 고작 100년 남짓한 삶을 생각하면 이른 죽음은 억울하지 않을까. 머나먼 상공에서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파비앵의 심정은 어떠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항공우편 분야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인 생텍쥐페리의 경험담이 오롯이 녹여져 있는 야간 비행이었다. 그의 직업 정신에 대한 투철함이 엿보이는 작품이었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인 인간의 대지 속 인물인 기요메가 떠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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