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와 고흐 - 신을 죽이고 초인을 부른 니체, 귀를 자르고 광기를 부른 고흐, 증보판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공공인문학포럼 엮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스타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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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고흐 관련 책이 참 많은 요즘인데 이 책은 퀄리티 면에서 단연 돋보인다. 물론 내용도 참 좋다.

어려운 니체의 사상과 죽어서 명성을 얻은 비운의 화가 고흐의 만남이 독자를 흐뭇한 책 읽기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고흐의 대표작은 익숙하지만 그가 남긴 작품 모두를 감상할 기회는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은 보다 많은 고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고 또한, 그동안 내게 어렵게만 다가왔던 니체의 철학을 다시금 사유하는 기회를 준 도서이기도 했다.

익숙한 고흐의 작품들과 그에 비해 조금은 낯선 풍의 그림이 화가로서 그의 재능을 다시금 확인시켜주었다. 어느 한 책을 통해 고흐의 작품이 왜 특별한지를 알게 되면서 그의 작품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아무리 명화니 고전이니 해도 나 스스로가 인정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일까!

고흐의 작품 중 풍경화나 자화상이 아닌 다양한 정물화가 주는 느낌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화가로서 그림을 그린 시기는 고작 10년이지만 현실과 타협하지 않은 채 고독과 가난 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동안만큼은 온 열정을 쏟으며 행복했을 그를 떠올리니 그가 남긴 어마한 작품들의 수가 이해되었다.

나무와 숲으로 우거진 '나무와 덤불'을 보면서 싱그럽고 풍성한 여름을 상기할 수 있었고, '담배를 피우는 해골' 그림은 뜻밖의 느낌이었다. '정물: 화병의 분홍 장미들'에서는 우아함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림도 취향을 타는 부분이라서 유독 나의 눈길을 끄는 작품들은 비슷비슷한 느낌의 그림이었다.

'헤이그 1882 : 복권판매소'엔 수많은 사람들이 복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인상적인데 사뭇 오늘날의 모습과 흡사해 예나 지금이나 인간사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니체의 글을 읽으며 고흐의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아래의 글들은 내게 공감을 주는 글로 니체 고유의 통찰력이 돋보였다.

- 침묵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침묵은 가장 잔인한 위선이다. 침묵은 자신의 불평을 삼켜 버림으로써 상대방의 가치를 훼손한다. 오히려 예의에서 벗어난 따끔한 충고나 불평이 훨씬 인간적이고 솔직한 미덕이다. p 32

인간에게 용기는 가장 훌륭한 살인자다. 공격하는 용기 그것은 죽음까지도 살해한다. 왜냐하면 용기는 "그게 삶이던가, 그럼 좋다. 다시 한 번!"이라고 외치기 때문이다. p 42

- 신이 사랑의 대상이 되려 했다면 먼저 심판과 정의를 포기했어야 했다. 심판을 내리는 자는 아무리 자비로운 재판관이라 해도 사랑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기독교는 이 점에서 충분히 섬세하지 못했다, 유대인으로서. p 84

니체의 글은 어렵지만 나름대로 사유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시간은 걸리지만 그 시간이 무척 값졌다. 그리고 읽으면 읽을수록 더 읽고 싶어지는 마력이 숨어 있었다.

푹푹 찌는 무더운 여름 장마철이다. 시원한 카페에서 멋진 이 책과 함께 즐거운 독서의 시간을 가져 행복했다. 고흐의 수많은 작품과 니체의 철학을 함께 음미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소장 가치가 다분한 정말 멋진 책이다!

문화충전200 카페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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