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이란 단어를 검색해 보니 '감각, 경험, 연상, 판단, 추리 따위의 사유 작용을 거치지 아니하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작용'이라고 나온다. 이 책의 제목만 봐도 대략 유럽 20년 차 자동차 디자이너의 길을 걷고 있는 저자의 디자인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창작이 들어가면 예술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디자인 또한 예술에 포함되지 않을까. 하지만 저자는 디자인은 예술이 아니라고 한다. 디자이너와 예술가의 공통점은 관객이든 고객이든 그들의 감동을 자아내기 위해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백지에 '신상' '신작'을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나처럼 이런 착각을 한다고 한다. 예술가는 자신의 심상과 표현의 간극이 닿아 있기에 화폭에 펼쳐진 표현이 작가 자신이지만 디자인은 디자이너 자신이 아닌 대중,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서 있다는 저자의 말에서 확실히 그 차이를 인식할 수 있었지만 좀 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디자인은 상업적이고 예술은 비상업적이란 걸까.
개인적으로 자동차에 관심이 없지만 단순한 디자인의 자동차를 좋아한다. 저자는 단순함이란 직관적이고 단호한 것이라 말한다. 단순함이 직관적이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저자는 십수 년 가까이 디자인 품평 때마다 "단순하게 좀 합시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단순함. 단어는 단순하지만 정작 단순해지는 것은 참 어렵다. 나만 보더라도 골치 아픈 문제나 집 정리 등 뭐하나 단순하게 하는 게 없다. 이는 할 수 없는 건지 못하는 건지 모르겠다. 저자는 우리가 단순해져야 하는 몇 가지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단순함은 노력의 결정체이자 끊임없는 고뇌의 결실이라고 알려준다. 정말 단순해지는 건 참 쉽지 않다.
글은 사고의 집합체라 생각한다. 생각은 그냥 머릿속으로 하지만 글은 그 생각을 표현한 것이다. 글이 쓰기 어려운 건 그만큼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생각이 축약된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얼마큼 생각을 많이 했을까 궁금했다. 차분히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쓴 저자의 에세이를 읽으며 나 또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유럽 20년 차 디자이너의 이야기가 담긴 책으로 보편적 주제를 통한 사유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 준 도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