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 북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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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문학상은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0년에 제정되었다. 이효석 작품은 '메밀꽃 필 무렵'이 대표적인데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직접 메밀꽃 축제를 방문하여 소금을 흩뿌려 놓은 듯한 메밀꽃도 직접 보고 왔다. 생각보다 작은 메밀꽃이 조금은 실망스러웠지만 축제는 생각보다 좋았다.

대상은 안보윤의 '애도의 방식'으로 제목부터 인상적이다. 대상 '애도의 방식' 속 화자이자 주인공인 '나'는 소란한 것을 좋아하고 소란해지는 것을 싫어한다. 소란한 곳에 소란스럽지 않은 인간으로 멈춰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는 '나'는 미도파 찻집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근무하며 그곳은 그에게 최적의 공간이다. 이 소설은 학교폭력이라는 현실적인 소재를 주제로 한다. 주인공 '나'의 이름은 동주이다. 그는 학교폭력의 피해자로 그를 괴롭히던 동급생 승규의 죽음을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한 목격자이기도 하다. 승규의 죽음으로 인해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동주는 동시에 가해자로 의심을 받게 된다. 결말만 놓고 보면 시시때때로 동주를 괴롭히던 승규의 죽음은 인과응보적인 면이 돋보인다. 아들인 승규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어 동주를 찾아오던 승규 엄마에게 동주는 끝내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동주와 그 주변인들의 반응이 씁쓸하면서 이해가 되었다.

- 뺨을 맞는 일. 그게 특별히 부끄럽진 않았다. 뺨이 아니라도 나는 어디든 늘 맞았으니까. 내가 죽도록 부끄러웠던 건 나의 관성이었다. 앞? 뒤? 이죽거리며 승규가 물을 때마다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나의 대답이었다. p 21

- 돈가스집 아들, 승규는 사고로 죽었다. ... 정보가 덧붙으면서 사고는 안타까운 비극이 됐다. p 23

- 소란은 소문으로 이어졌다. 누군가는 소문을 불신하고 누군가는 소문을 맹신했다. p 23

- 거대한 혹 같은 게 등 뒤에 붙은 기분이었다. p25

- 나는 어떤 식으로든 여자가 원하는 진실을 말해줄 수 없었다. p25

- 비린 것을 물고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p 27

'너머의 세계'를 읽고는 요즘 한창 이슈인 교사들의 자살 사건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중학교 교사인 연수를 둘러싼 이야기는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나고 있는 현상 중 하나로 오롯이 교사 혼자의 힘으로 맞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선 비참한 현실감이 느껴졌다. 더불어 연수를 바라보는 동료 교사들의 반응 또한 너무 현실적이라 소설이 아닌 실화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주인공의 성격과 태도에 대한 답답함도 있었다.

평소 소설책은 특히나 장편은 선호하지 않다 보니 오랜만에 읽는 단편집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현재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소재들에 대한 단편소설을 통해 나와 직접적인 상관은 없지만 늘 한편으로 관심 가지고 있는 주제이다 보니 더 흥미로우면서도 시사하는 바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인 만큼 수준 높은 단편집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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